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 이후 악화된 중·일 관계가 좀처럼 개선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발언 철회를 요구하면서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미·중 정상 통화 직후 다카이치 총리와도 전화 협의를 갖고 사태 안정화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본 내에서는 불안과 경계감이 확산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달 29일자 지면에서 ‘일·중 관계 개선, 실마리 보이지 않는다’라는 제목으로 양국 간 대화 재개가 난항에 빠져 있다고 분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답변에서 “중국과의 전략적 호혜 관계 추진 방침은 변함없다”며 “입장이 다르기에 솔직하게 의견을 주고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관계 개선에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중국은 총리 발언 철회를 요구하며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일본 측이 스스로의 ‘오류’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연일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은 총리 발언 철회는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양측 주장은 평행선을 긋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임을 재차 강조하며 일본 여행 자제 및 일본산 수산물 수입 중단 등 사실상의 압박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 관계자는 “(중국의) 여론이 과열되어 있어 단기적으로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은 낮다”고 요미우리에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와의 통화에서 시 주석과 논의한 대만 문제를 설명하고, 중국이 총리 발언에 크게 민감해하고 있다는 인식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중국 측 도발에 편승하지 말고, 미·일이 협력해 사태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바라는 ‘발언 철회’를 다카이치 총리에게 요구하진 않았지만 일본을 지지한다는 명확한 발언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아사히에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구체적 행동을 요구하지 않았고, 담담하게 대응할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진의를 명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관계 안정에 방점을 두고 일본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하면서 일본 정부는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아사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의 이야기를 들은 뒤 다카이치 총리에게 입장을 못 박은 구도가 됐다”고 분석했다.
일본 외교 관계자 사이에서는 “중·일 갈등이 더 격화할 경우 미·일 간의 조율 문제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사태가 심각해지면 아베 신조 전 정권 이래 구축해온 굳건한 미·일 전략적 협력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다만 ‘반중·친대만’ 성향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총리와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여에 대해 큰 위기감은 느끼지 않는 분위기라고 아사히는 덧붙였다. 실제로 1일 공개된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와 TV도쿄의 공동 여론조사(지난달 28~30일 일본인 1006명 대상 실시)에 따르면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은 75%에 달해 일본 내부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또한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발언이 적절했다는 의견도 55%로 과반을 기록했다.
한편 중·일 관계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중 정상 간 연락 빈도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2026년 4월 베이징 방문, 같은 해 하반기 시 주석의 국빈 방미를 요청했다며 “우리는 자주 연락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내년 양국 정상의 상호 방문이 성사되면 올해 무역 갈등으로 격랑을 겪었던 미·중 관계가 관계 개선의 분기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는 이러한 미·중 밀착 양상이 일본 외교의 ‘주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미·중 양측 모두와 고르게 접촉하기 위한 외교적 기민함이 필요하며, 아베 전 총리가 그랬듯 다카이치 총리도 조기 방미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이후 급속히 냉각되고 있는 중·일 관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중국의 강경 태도, 일본의 입장 고수, 미·중 관계라는 외부 변수까지 겹치면서 사태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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