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기업공개(IPO)를 통해 일본에서 3470억 엔(약 3조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번 공모는 미국 기업 IPO에 일본 개인투자자가 공모 단계부터 참여할 수 있었던 첫 사례다. 한국 개인투자자는 이번 공모에 참여할 수 없었던 반면, 일본에서는 미즈호증권·라쿠텐증권·SBI증권을 통해 상장 전 확정 공개가격으로 청약이 가능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12일 스페이스X가 기업공개(IPO) 공모를 통해 일본에서 21억8500만 달러, 약 3470억 엔을 조달한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24년 도쿄메트로가 상장 당시 국내외에서 조달한 약 3480억 엔에 육박하는 규모다. 해외 기업이 일본에서 조달한 IPO 금액으로는 역대 최대다.
스페이스X는 미국 동부시간 12일 오전 9시 30분, 한국·일본시간으로 이날 오후 10시 30분부터 미국 나스닥에서 거래가 시작될 예정이다. 일본 투자자들도 자국 증권사를 통해 상장 첫날부터 스페이스X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다만 시초가가 결정되기까지는 거래 시작 후 몇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스페이스X의 일본 내 모집 규모는 일본 대형 IPO와 맞먹는 수준이다. 아이·엔 정보센터에 따르면 일본 기업 IPO 가운데 공모·매출 규모가 3400억 엔대였던 사례는 도쿄메트로와 소니파이낸셜홀딩스, 현 소니파이낸셜그룹 등이 있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스페이스X는 일본에서 모집한 금액만으로도 일본 주요 기업의 대형 IPO에 버금가는 자금을 끌어모았다.
이번 공모가 특히 주목받는 것은 미국 기업 IPO에 일본 개인투자자가 공모 단계부터 참여할 수 있었던 첫 사례라는 점이다. 주간사단에 참여한 미국 미즈호증권의 위탁을 받아 미즈호증권과 라쿠텐증권, SBI증권이 일본 내 모집을 맡았다. 한국 개인투자자는 이번 공모에 참여할 수 없었던 반면, 일본 개인투자자들은 이들 증권사를 통해 상장 전 확정된 공개가격으로 스페이스X 공모주를 청약할 수 있었다.
일본 개인투자자들의 청약 열기도 예상보다 뜨거웠다. 히로시마현에 거주하는 한 40대 남성은 "이것은 세계적인 축제다. 화제의 종목에 올라타고 싶었다"며 닛케이에 청약 이유를 설명했다.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미즈호증권의 6월 초 계좌 개설 신청 건수는 2025년 평균의 약 4배로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라쿠텐증권에도 청약이 몰렸다. 구스노키 유지 라쿠텐증권 사장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IPO 신청이 있었다"고 밝혔다. 라쿠텐증권이 지난달 27일 자사 사이트에 IPO 신청 안내를 올린 뒤 이달 4일까지 하루 평균 계좌 개설 신청 건수는 2025년 5월 평균의 약 3배로 늘었다. 당초 12일 오전 6시까지였던 북빌딩 기간도 신청 급증으로 오전 2시까지로 앞당겨졌다.
해외 유력 기업이 일본 증시에 상장하지 않고도 일본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AI 개발 기업 앤스로픽과 오픈AI 등 미국 유망 스타트업도 막대한 투자 자금을 필요로 해 연내 미국 증시 상장 가능성이 거론된다. 일본 가계 금융자산은 약 2300조 엔에 이른다. 스페이스X를 계기로 해외 테크 기업들이 일본 개인 자금을 겨냥한 공모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 개인 투자자에게는 자국 증권사를 통해 고성장 해외 기업 IPO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셈이다. 반면 일본 증시에서 자금 조달을 준비하는 기업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성장성과 규모에서 앞서는 미국 테크 기업으로 개인 자금이 몰릴 경우, 일본 기업 IPO에 대한 투자 수요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택시 호출 앱 기업 고(GO)는 오는 16일 도쿄증권거래소 그로스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올해 일본 최대 규모 IPO가 될 가능성이 있지만, 모집 규모는 최대 약 972억 엔으로 스페이스X 일본 공모의 4분의 1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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