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대표팀 빼고 나머지 모두가 월드컵에 갔다."
중국 국영중앙(CC)TV 유명 앵커 바이옌쑹이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생방송 당시 남긴 말이다. 중국 국가대표팀은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지만, 월드컵 공식 공인구와 유니폼, 응원 티셔츠, 각국 국기 등 대회 곳곳에 중국산 제품이 자리하고 있다는 현실을 꼬집은 표현이다. 그리고 8년이 지난 오늘도 이 말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중국 대표팀은 월드컵에서 뛰지 못했지만, 중국 기업과 브랜드는 월드컵 무대 곳곳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월드컵 광고 점령에 나서며 글로벌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해 북중미 월드컵 글로벌 후원사 가운데 중국 기업은 레노버, 하이센스, 멍뉴 등 3곳이 포함됐다. 중국 스포츠 매체 시나스포츠는 중국 기업들의 월드컵 총 후원액이 5억 달러(약 7566억원)에 육박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고 보도했다.
특히 중국 빅테크 레노버는 전 세계 8곳에 불과한 국제축구연행(FIFA)의 최고 등급 후원사인 ‘글로벌 파트너’로 새로 합류했다. 특히 FIFA와 협업해 선보인 AI 기반 축구 분석 서비스는 글로벌 기술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중국 TV 제조업체 하이센스도 월드컵 마케팅의 대표 주자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부터 글로벌 후원사로 참여해 온 하이센스는 올해 자체 개발한 RGB 미니 LED TV를 월드컵 비디오판독(VAR) 센터에 설치해 기술력을 과시했다.
중국 제조업의 존재감은 경기장 밖에서도 확인된다. 세계 최대 잡화도시로 불리는 저장성 이우는 지난해부터 월드컵 특수를 누리고 있다. 월드컵 유니폼과 기념품, 응원용품 등 관련 상품의 70%가 생산된다는 이곳 이우에 해외 바이어들의 주문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이우시의 스포츠용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20.3% 증가한 116억 위안(약 2조592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스포츠용품 수출도 전년 동기 대비 12% 늘었다.
싱가포르 매체 연합조보는 “중국 제조업은 월드컵 공급망 곳곳에 스며들어 글로벌 스포츠 산업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이우는 올해도 월드컵 경제의 숨은 강자로 다시 한 번 떠올랐다”고 평가했다.
올해 월드컵 개막식에서는 중국 문화 콘텐츠의 영향력도 확인됐다. 중국 아트토이 브랜드 팝마트의 대표 캐릭터인 라부부가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개막식 '특별손님'으로 등장한 것이다. 팝마트는 FIFA와 협업해 라부부 월드컵 시리즈를 선보였으며, 월드컵 공식 음원 'Goals' 뮤직비디오에도 라부부를 등장시켰다. 중국 베이징일보는 "라부부의 국제적 영향력이 꾸준히 확대되며 세계적인 IP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인들의 월드컵 열기도 여전하다. 중국 내 축구팬은 약 2억명으로 추산된다. FIFA에 따르면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당시 중국은 전 세계 디지털·소셜 플랫폼 시청 시간의 49.8%를 차지했다.
당시 월드컵 중계권을 확보한 더우인(중국판 틱톡)은 결승전 생중계에서 2억3000만 명 이상의 시청자를 끌어모았고, 전체 월드컵 라이브 방송 조회수는 106억 회를 기록했다. 비록 중국 대표팀은 참가하지 못했지만 중국은 세계 최대 축구 소비시장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배경 속에 중국 기업들은 앞다퉈 세계적인 축구 스타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등 월드컵 마케팅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중국 유제품 기업 멍뉴는 월드컵 개막에 맞춰 리오넬 메시와 킬리안 음바페, 라민 야말을 앞세운 브랜드 광고를 선보였다. 중국 건강음료 브랜드 왕라오지와 둥펑도 각각 엘링 홀란드, 음바페를 광고모델로 기용했다.
이밖에 상하이 레고랜드는 FIFA와 협력하여 6월 15일부터 8월 31일까지 열린 레고랜드 플레이 페스티벌 기간 동안 월드컵 테마의 놀이 공간을 조성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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