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사회부 장문기 기자
우리나라 국민에게 '국회'와 '품격'이 어울리는 단어인지 물으면 "그렇다"고 답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국회는 대한민국 5160만 인구를 대표하는 300명이 모여 국가가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만큼 분명히 품격이 있어야 한다.
실제로 국회가 품격을 보여준 순간은 분명히 있었다. 22대 국회만 놓고 보더라도 그렇다. 12·3 비상계엄의 밤은 품격 있는 국회의 표본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당시 국회의원이 아니었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본회의장 안으로 들인 게 대표적인 장면이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체포될지도 모르는 동료 정치인을 위해 국회의원만 입장할 수 있는 본회의장의 문을 열어주면서 '특권'을 내려놓는 품격을 보여준 것이다.
비상계엄 해제 요구를 결의하기 위해 국회 담을 넘은 국회의원들, 촌각을 다투는 시간에도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인내한 우원식 당시 국회의장 등 22대 국회가 그날 밤 지켜낸 것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품격이었다.
앞을 볼 수 없는 김예지 의원이 합법적인 의사 진행 방해를 위해 17시간 35분 동안 점자를 짚어 가며 무제한 토론을 진행한 것도 마찬가지다. 거대 여당이 밀어붙인 국정조사에 반대하는 의견을 기록에 남기기 위한 그 17시간 35분의 사투는 국민의 대표로서 본회의장에 선 국회의원의 품격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다만 아쉽게도 22대 전반기 국회가 항상 품격을 유지했던 것은 아니다. 국회는 종종 동료 국회의원을 존중하지 않는 모습으로 품격을 훼손했다. 지난 4월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자유발언 중인 김건 의원을 무시한 채 기념촬영을 한 게 그 순간이었다. 무슨 말을 할지 알아도, 그 발언이 듣기 불편해도, 국민의 대표로서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간 의원들은 동료 의원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동료 의원 역시 국민을 대표해 그 자리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식 회의를 진행할 때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상대방의 말을 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초등학생들도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동료 의원에게 야유를 퍼붓거나 고성을 지르는 방식으로 발언을 방해한 것도 모자라 발언 중인 동료 의원을 '등진 채'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초등학교 학급회의에서도 벌어지지 않을 일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벌어진 그때, 훼손된 것은 국회의 품격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상임위원장이 위원에게 퇴장을 명령하는 일이 잦아지는 것도 우려스럽다. 실수 없는 입법을 위해 토론하고 숙의하는 상임위원회에서 위원에게 퇴장을 명하는 것은 해당 위원이 대표하는 국민을 함께 내쫓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다수당이든 소수당이든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한다. 이들을 직위와 권한으로 찍어누르는 것은 결코 품격 있는 정치가 아니다.
지난 5일 신임 국회의장단이 선출되면서 22대 후반기 국회가 본격적인 가동 준비를 마쳤다. 22대 후반기 국회는 교섭단체 간 상임위원회 배분에 더해 6·3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중앙선관위의 선거관리 부실을 추궁하기 위한 국정조사·특검 등 풀어가야 할 현안이 많다. 특히 국정조사는 큰 틀에서 여야가 뜻을 같이하지만 '동상이몽'을 꾸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국민의 참정권이 침해받은 초유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당리당략을 가리지 않고 국민만 바라보는 국회의 품격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정치를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국가를 다스리는 권력을 갖기 위한 행위도 광의의 정치에 포함되겠지만 국가가 국가로서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잘 다스리는 게 정치의 본질일 것이다. 선거가 끝났으니 이제 '정치의 시간'이 오길 바란다. 기자가 아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회가 우리나라의 품격을 지켜주는 곳이라고 여전히 믿는다.
실제로 국회가 품격을 보여준 순간은 분명히 있었다. 22대 국회만 놓고 보더라도 그렇다. 12·3 비상계엄의 밤은 품격 있는 국회의 표본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당시 국회의원이 아니었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본회의장 안으로 들인 게 대표적인 장면이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체포될지도 모르는 동료 정치인을 위해 국회의원만 입장할 수 있는 본회의장의 문을 열어주면서 '특권'을 내려놓는 품격을 보여준 것이다.
비상계엄 해제 요구를 결의하기 위해 국회 담을 넘은 국회의원들, 촌각을 다투는 시간에도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인내한 우원식 당시 국회의장 등 22대 국회가 그날 밤 지켜낸 것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품격이었다.
앞을 볼 수 없는 김예지 의원이 합법적인 의사 진행 방해를 위해 17시간 35분 동안 점자를 짚어 가며 무제한 토론을 진행한 것도 마찬가지다. 거대 여당이 밀어붙인 국정조사에 반대하는 의견을 기록에 남기기 위한 그 17시간 35분의 사투는 국민의 대표로서 본회의장에 선 국회의원의 품격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공식 회의를 진행할 때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상대방의 말을 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초등학생들도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동료 의원에게 야유를 퍼붓거나 고성을 지르는 방식으로 발언을 방해한 것도 모자라 발언 중인 동료 의원을 '등진 채'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초등학교 학급회의에서도 벌어지지 않을 일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벌어진 그때, 훼손된 것은 국회의 품격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상임위원장이 위원에게 퇴장을 명령하는 일이 잦아지는 것도 우려스럽다. 실수 없는 입법을 위해 토론하고 숙의하는 상임위원회에서 위원에게 퇴장을 명하는 것은 해당 위원이 대표하는 국민을 함께 내쫓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다수당이든 소수당이든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한다. 이들을 직위와 권한으로 찍어누르는 것은 결코 품격 있는 정치가 아니다.
지난 5일 신임 국회의장단이 선출되면서 22대 후반기 국회가 본격적인 가동 준비를 마쳤다. 22대 후반기 국회는 교섭단체 간 상임위원회 배분에 더해 6·3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중앙선관위의 선거관리 부실을 추궁하기 위한 국정조사·특검 등 풀어가야 할 현안이 많다. 특히 국정조사는 큰 틀에서 여야가 뜻을 같이하지만 '동상이몽'을 꾸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국민의 참정권이 침해받은 초유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당리당략을 가리지 않고 국민만 바라보는 국회의 품격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정치를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국가를 다스리는 권력을 갖기 위한 행위도 광의의 정치에 포함되겠지만 국가가 국가로서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잘 다스리는 게 정치의 본질일 것이다. 선거가 끝났으니 이제 '정치의 시간'이 오길 바란다. 기자가 아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회가 우리나라의 품격을 지켜주는 곳이라고 여전히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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