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의 일상화'…백약이 무효한 가계대출

  • 새 정부 증가세 막고 나섰지만 5대 은행서만 6조원 늘듯

  • 경기부양 시급성 강조한 한은 총재, 은행장과 회동 추진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붙어 있는 주택담보대출 상품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붙어 있는 주택담보대출 상품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가계대출이 다시금 급증하자 금융권 안팎에서는 수도권 부동산 가격 폭등 현상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기마다 금융소비자들이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는 이른바 ‘영끌’이 뒤따라오는 현상이 공식으로 자리 잡지 않도록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가계대출 증가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반등하고, 전망도 긍정적으로 변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경기도 아파트 가격도 2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반등했다. 서울에 이어 경기도 주택가격도 오름세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이 내달부터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을 예고한 가운데 부동산 시장에 불이 붙자 가계대출이 결국 폭증하는 것이다.

스트레스 DSR 규제가 강화되면 같은 조건에서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따라서 주택 매입을 계획하고 있던 사람들이 계약·대출을 서두르면서 가계대출 수요가 늘어난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에서는 이달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만 가계대출이 6조원 이상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세계적인 기준금리 하락 추세와 부동산 시장 반등세가 밀어 올리는 가계대출 수요를 제어할 묘수가 현재로서는 없다는 점이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가계대출 증가세 관리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은행들은 기준금리를 역행해 대출상품 금리를 인상하는 등 가계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이재명 정부도 전세대출에 대한 DSR 도입을 검토하고 나섰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23일 국내 은행장들과 만나 가계대출 관리를 당부할 계획이다.

그러나 그간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해 억눌려 있던 주택거래 수요가 늘면서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다. 강남 3구(서울 강남·서초·송파구)에서 시작된 주택가격 반등세가 경기도까지 뻗어나가자 ‘포모(기회 상실에 대한 두려움)’ 심리가 재차 퍼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설상가상으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진보정권이 집권하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다’는 믿음에 서둘러 집을 장만하려는 수요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가계대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통화정책도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총재는 최근 경기부양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는데, 통화당국은 기준금리를 인하해 경기부양을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가계대출 증가세를 자극할 수 있으므로 기준금리 추가 인하 시점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정책과 가계대출 정책을 통해 시장에 강력한 메시지를 줘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이 항구적인 우상향이 아니라는 점과 빚을 내서 집을 사는 행태가 항상 자산증식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면서도 “부동산 정책은 민심과도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고차방정식을 푸는 것처럼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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