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출신 이태훈 해군 소령, 호국의 별이 되다

  • 경산고등학교 졸업, 해군사관학교에 진학한 엘리트 장교…책임감ㆍ성실함 갖춰

  • 기령 60년이 넘는 노후기종 타고 영해 방위에 나서

  • "이번일 계기로 해군의 장비와 근무 여건이 개선 되길"

사고기와 동일기종인 P-3기 사진 사진김규남 기자
사고기와 동일기종인 P-3기 사진. [사진=김규남 기자]
 
대통령 선거 분위기로 온 나라의 관심이 ‘대통령 선거’로 쏠리고 있을 때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우리나라 영해를 적 잠수함의 침입으로부터 지키는 임무를 수행하던 해군 항공사령부 소속 P-3CK 해상초계기가 지난달 29일 오후 1시 43분경 포항 기지에서 훈련차 이륙하다가 기지 인근 야산에 추락해 조종사 포함 4명의 승무원이 순직한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
 
사고기에는 故 박진우 중령과 故 이태훈 소령, 故 윤동규 상사, 故 강신원 상사가 탑승했다가 기체와 함께 추락해 순직했다.
 
특히 故 이태훈 소령은 경북 경산시 출신인 것으로 밝혀져 지역사회에 슬픔과 충격의 여파가 가시지 않고 있다.
 
이 소령은 경북 경산시 출신으로 교사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초·중·고등학교를 경산에서 졸업했다. 2015년 경산고등학교를 졸업한 이 소령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기 위해 해군사관학교 73기로 입학을 하고 2019년 해군 소위로 임관했다.

임관 당시 적의 잠수함 등 비대칭 전력으로부터 우리나라 영해를 지키기 위해 항공병과를 선택해 그 어렵다는 비행 기초훈련 과정을 수료하고 공군에서 초등비행 훈련도 수료했다. 이후 고정익기인 P-3 해상초계기를 조종하는 장교로 근무하고 있었다.
 
이 소령은 “학창 시절 학업 성적이 우수하고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하며 바른 인성을 소유하고 있었다”고 같이 공부하던 친구들은 전언하고 있다.
 
특히 군 내에서의 이 소령의 평가는 칭찬 일색이다. 같이 근무한 장교들은 “한마디로 듬직하고 신뢰가 가며 전우로서 자신의 목숨을 맡겨도 되겠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완벽하고 성실하며 정직한 장교였다”고 이구동성으로 칭찬하고 있다.

또한 이 소령은 최근 우리나라의 현실인 병력 자원 감소로 인한 인원 부족 사태로 조종 업무 이외에 여러 직책을 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맡은바 소임을 완벽하게 수행해 내는 책임감 있고 우수한 장교였다.
 
故 이태훈 소령의 해군사관학교 생도시절 사진 사진이태훈 소령 부친 이현옥씨
故 이태훈 소령의 해군사관학교 생도시절 사진. [사진=이태훈 소령 부친 이현옥 씨]
 
이러한 성실한 청년 장교가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 하자 주변인들은 물론 경산 지역사회도 슬픔과 애도의 분위기에 담겨있다.
 
우선 이 소령의 모교인 경산고등학교는 지난 9일부터 교내 방송에 이 소령의 추모에 관한 방송을 내보내고 오는 16일에는 학생회 주관으로 학생회장이 추모사를 낭독하고 전교생이 이 소령을 추모하는 묵념으로 선배인 이 소령을 기리는 의식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경산고등학교 총동창회에서는 경산 시내 곳곳에 이 소령을 추모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동창회 차원의 추모 의식을 진행하고 있으며, 경산시에서도 시 차원에서 경산시 출신의 의로운 청년 장교의 순직을 추모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이태훈 소령의 아버지인 이현옥 씨는 “우리 태훈이가 젊은 나이에 조국을 위해 순직했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는다. 아직 시신조차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상황이다. 태훈이가 출동 나간 것 같은 느낌이다. 비록 우리 태훈이는 갔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고, 우리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장병들이 제대로 된 장비와 여건 속에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국을 위해서 희생한 우리 태훈이가 세월의 흐름 속에서 잊혀져 가는 것이 서운하고 아쉽다. 우리 태훈이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태훈이를 기억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작은 희망을 피력했다.
 
옥산동에 사는 K씨는 “내가 살고 있는 경산 출신의 청년 장교가 나라를 위해 희생했다고 하니 가슴이 아프다. 이런 청년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하고 후배 세대에게 선배의 희생이 있었음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시 차원의 추모 행사나 시설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안타까워 했다.

한편 이번에 추락한 사고기 P-3CK는 기령 60년이 넘는 노후 기종을 한국우주항공(KAI)에서 수명 연장을 실시해 우리나라 해군이 사용하고 있는 기종으로, 자세한 사고 원인은 알 수 없지만 다수의 항공 전문가들은 추락 원인을 기체 노후화에 무게를 두고 있는 실정이다.
 
경산고등학교 총동창회가 게시한 故 이태훈 소령의 명복을 비는 현수막 모습 사진김규남 기자
경산고등학교 총동창회가 게시한 故 이태훈 소령의 명복을 비는 현수막 모습. [사진=김규남 기자]
 
실제로 목격자의 증언과 CCTV 영상이 조종 실수 등 인위적인 원인보다 기체 이상 등을 추정하는데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히 조종사들이 추락 당시 민가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사고 기체를 산 쪽으로 유도해 수직으로 떨어지는 장면의 CCTV 영상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이번 사고로 순직한 박진우 중령 이하 3명은 대전 국립 현충원에 안장 됐으나 이태훈 소령은 유가족의 뜻에 따라 고향인 경산에서 가까운 국립 영천 호국원에 안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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