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에 빠진 한국] 은행 문턱 높이니 보험·카드사로…2금융 대출 고삐 죄는 금융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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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기자
입력 2021-08-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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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SR 60→40%·신용대출 한도 축소 등 검토

  • 금융취약계층 대출 절벽 우려도 커져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보험사와 카드사 등 2금융권 가계대출 규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대출 자제 권고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중은행보다 느슨한 대출 규제로 2금융권이 자칫 가계대출 부실화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저신용자가 많은 2금융권의 특성상 대출을 거절당한 취약차주들이 대거 사금융으로 유입될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제2차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 태스크포스(TF) 비공개 회의'를 열고 2금융권 대출 규제 강화를 논의했다. 금융위는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공식 선임되면 이날 논의된 방안을 토대로 2금융권 대출 규제를 확정할 계획이다.

이날 금융위는 2금융권의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신용대출 한도를 시중은행 수준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이 2금융권의 대출 규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1금융권에 대한 대출 규제로 2금융권 대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중은행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는 1금융권이 40%, 2금융권은 60%가 적용된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DSR 규제로 한도가 부족한 대출자들이 2금융권으로 대거 유입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은행들이 신용대출 한도를 대출받는 사람의 연봉 이내로 제한하는 한도 축소도 2금융권으로 유입되는 이유 중에 하나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3일 시중은행 여신 담당 임원을 소집해 마이너스 통장 등 신용대출 한도를 현재 ‘연소득의 2배’에서 ‘연소득 이내’로 축소할 것을 요청했다.

이 같은 1금융권의 ‘대출 절벽’으로 2금융권의 대출 수요가 늘면서, 대출 증가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말까지 전년 말 대비 2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27조4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와 2019년 같은 기간 각각 2조4000억원, 3조5000억원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자제를 요청한 지난 7월 가계대출 증가액은 5조6000억원으로 오히려 6월 증가액(3조9000억원)보다 확대됐다.

2금융권의 대출 증가로 일부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과 캐피탈사들의 실적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KB저축은행의 지난 상반기 대출잔액은 전년 1조1982억원보다 2배가량 늘어났고, 자산은 2조34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늘었다. 하나저축은행은 상반기에 전년 대비 91.30% 성장한 13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KB캐피탈과 하나캐피탈, 우리캐피탈 역시 전년 동기 대비 35~49% 이상 순이익이 급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2금융권 대출 규제 강화가 자칫 금융취약계층의 금융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금융권보다 상대적으로 금융취약 차주 비중이 높은 2금융권이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로 대출을 축소할 경우 이들이 대부업이나 불법사금융 등 제도권 밖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최고금리를 연 24%에서 20%로 인하되면서, 약 31만명이 대출 만기가 도래하는 3~4년에 걸쳐 민간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나마 금융당국이 풍선효과를 막고자 햇살론·사잇돌대출을 개편하고 ‘햇살론뱅크’를 신규로 내놓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저신용자 대출 수요를 충족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소외계층을 한정적 재원으로 운용되는 햇살론만으로 흡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2금융권 대출 규제 강화는 자칫 금융취약계층의 사금융 물꼬를 터주는 꼴이 될 수 있다"며 "한정적 재원으로 운용되는 정책금융으로는 대출 소외계층을 모두 흡수할 수 없는 만큼, 민간 금융권과 공동으로 다른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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