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태움 방지법] 국립대 병원 조직 내 인권침해 4년 새 8.5배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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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훈 기자
입력 2020-10-0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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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호사-간호사 신고 사례 2016년 1건에서 2019년 11건으로 폭증

  • 정청래 "구성원들의 인식개선과 제도 마련 시급"...대책 마련 촉구

국립대학교 병원 내에서 일어난 폭행·성폭행·인권침해 사건이 최근 4년 새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권침해 사건은 같은 기간 8.5배 증가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14개 국립대 병원으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국립대 병원 내 폭행·성폭행·인권침해 사건은 2016년 4건에서 2017년 25건, 2018년 32건, 2019년 44건으로 4년 새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자료=정청래 의원실, 14개 국립대 병원]
 

◆"태움문화 수치로 나타나...위압적 조직문화 악습 개선해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14개 국립대 병원으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국립대 병원 내 폭행·성폭행·인권침해 사건은 2016년 4건에서 2017년 25건, 2018년 32건, 2019년 44건으로 4년 새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도 7월 기준으로 43건이 접수돼 올해도 전년도 수치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유형별로는 병원 조직 내 인권침해 사례가 급증했다.

2016년 4건에 불과했던 국립대 병원 내 인권침해 사건은 2019년 34건으로 최근 4년 사이 8.5배 증가했다. 이는 2019년 집계된 신체적·정신적 폭력 사건의 77%를 차지하는 수치다. 2020년 상반기에도 28건의 인권침해 사건이 접수돼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신고자와 가해자 현황을 살펴보면, 의사, 간호사 직군이 아닌 병원 내 일반 직원들 간 갈등이 해마다 빈번하게 늘어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간호사가 간호사를 신고하는 사례는 2016년 1건에서 2019년 11건으로 급증했다. 정 의원은 “최근 간호사 조직 내의 부정적 위계질서와 직장내 괴롭힘을 의미하는 ‘태움문화’가 수치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최근 코로나19 감염병의 확산으로 공공의료체계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중요해지는 시기임에도 국립대 병원 내 조직문화 병폐는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환자에게 최상의 서비스가 제공돼야 하는 국립대 병원은 타 분야와 달리 조직 내 협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압적 조직문화의 악습을 개선하기 위한 구성원들의 인식개선과 함께 관련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정청래 의원은 “위압적 조직문화의 악습을 개선하기 위한 구성원들의 인식개선과 함께 관련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사진=의원실 제공]

◆간호사 자살 통계 전무..."이유와 원인에 주목해야"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열린 ‘연이은 간호사의 죽음이 가져온 변화와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직업환경의학전문의는 ‘병원내 괴롭힘’에 대해 “비체계적이고 부족한 신입 간호사 교육, 과중한 업무 압력 등이 괴롭힘으로 작용했다”면서 “이런 환경이 대인 간 갈등으로 이어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 전문의는 “의료인의 자살률은 오랫동안 주요한 문제였음에도 자살률이 OECD에서 가장 높은 한국에서 간호사 자살률이 얼마나 되는지 체계적인 조사가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에서 조사한 직업에 따른 자살률 결과(2011년~2015년)에 따르면, 여성 간호사는 일반 여성 평균에 비해 자살 위험이 23%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연구에선 1990년대 영국 내에서 남성 의사와 치과의사의 자살률이 높았지만, 2010년대 들어선 남성 평균보다 이들의 자살률이 16%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의사들의 직무스트레스를 낮추기 위한 다양한 지원과 변화 노력이 성공을 거두었다는 평가다.

최 전문의는 “특히 신규 간호사들을 제대로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외국의 한 센터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졸업 후 처음 입사했다가 6개월 내에 사직한 신규 간호사의 60%는 직장내 괴롭힘 때문에 사직했다고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간호사의 노동환경을 바꾸기 위한 노력과 함께 간호사의 업무상 자살 규모를 확인하기 위한 기초적인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면서 “이는 간호사 만의 문제가 아니라, 업무상 원인에 따른 자살의 규모를 제대로 추정·조사하고,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원인’에 주목하는 자살 예방 정책 수립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호사 태움 방지 3법 발의...21대 국회 문턱 넘나

지난달에는 간호사 태움 방지를 골자로 한 법안이 발의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강선우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일 의료현장의 근무환경을 개선해 간호사들의 태움 피해 및 조기 이직 문제 해결을 위한 ‘의료법’ 등 3건의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강 의원이 보건복지부와 국회입법조사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간호사의 근무조별 1인당 환자 수는 16.3명으로 나타났다. 유럽 12개국 및 미국 평균인 8.8명의 2배에 달하는 셈이다.

반면, 신규간호사의 1년 내 이직률은 35.3%로 전체 산업의 8.2배에 달해 간호인력의 근무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이 강 의원의 설명이다.

그간 간호사 태움 방지를 위해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지난해부터 시행됐지만, 처벌 규정이 없고, 가해 사건에 대한 신고 접수와 조사 주체가 같은 직장내 사용자로 돼 있어 사용자가 가해자일 경우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강 의원은 직장내 괴롭힘 및 성희롱 발생 시 조치 사항을 상급 기관인 고용노동부 또는 근로감독관에 신고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에 담았다.

특히 의료법 개정안을 통해 의료기관 내 의료인의 성추행 범죄에 대해 형사처벌과 병행해 면허정지를 할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했다. 아울러 의료현장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간호인력을 포함해 정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의료기관을 공표해 정원기준 의무 이행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도록 했다.

강 의원은 “태움 피해로 인해 故 서지윤 간호사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간호사분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면서 “간호인력의 건강한 근무환경이 국민건강에 직결되는 만큼, 이번 개정안을 통해 태움 문화가 반드시 근절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강선우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일 의료현장의 근무환경을 개선해 간호사들의 태움 피해 및 조기 이직 문제 해결을 위한 ‘의료법’ 등 3건의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사진=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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