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미·중 무역협상 '디테일 덫'에 빠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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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회 기자
입력 2018-12-3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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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큰 진전" 미·중 무역협상 낙관론…WSJ "美, 中에 '제안 구체화' 압박 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EPA·연합뉴스]


"악마는 디테일(세부사항)에 있다."

새해 복격화할 미·중 무역협상을 앞두고 신중론자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일각에서 낙관론이 제기되지만, 세부사항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했다. 90일간 싸움을 멈추고 협상을 재개하기로 한 것이다.

중국이 뒤따라 고무적인 조치를 취하거나 예고하며 협상 타결 기대감을 높였다. 미국산 자동차 등에 대한 추가 관세 보류, 대두(콩) 등 일부 미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 재개 및 확대, 중국 내 외국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 외국인 투자 개방 확대 등의 카드를 내밀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에 지식재산권 침해, 기술이전 강요, 보조금을 비롯한 불공정 행위의 근절과 시장 개방 확대 등을 요구해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전화회담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9일 트위터를 통해 시 주석과 한 통화에서 큰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그는 "협상이 잘 되고 있다"며 "타결되면 모든 문제와 영역, 논란거리를 다루는 매우 종합적인 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긍정적인 '신호'만 있지, '디테일'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디테일 부족이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회의론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소식통들을 인용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소식통들은 미국이 중국에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있다며, 중국이 무역·경제 정책의 구체적인 변화와 이에 대한 시간표, 변화를 강제할 조치 등을 특정하지 않아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이번 회담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룰 수 있을지를 놓고 회의론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중국이 전에도 비슷한 약속을 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약속 이행을 강제하기 위해 구체적인 변화가 있을 때만 추가 관세를 거두는 식의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통화 내용을 언급한 게 과장됐는지 모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최근 고조된 증시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발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중국에 다녀온 에스와 프라사드 미국 코넬대 교수는 중국 관리와 학자들로부터 미국의 압력 덕분에 금융부문 개방 확대를 주장하기 쉬워졌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다만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하는 산업정책의 전면적 변화를 수용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고 덧붙였다. 프라사드 교수는 미·중 협상이 적대행위가 더 고조되는 걸 막는 잠정 합의로 끝날 공산이 크다고 봤다.

트럼프 행정부는 내년 3월 1일이 시한인 이번 협상에서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폭탄관세 공세를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연간 20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율을 당장 10%에서 25%로 높이는 것은 물론, 모든 중국산 제품에 폭탄관세를 물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추가 조치가 중국의 성장둔화를 가속화해 세계 경제에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제프리 게리시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내년 1월 7일 시작되는 주에 데이비드 멀패스 재무부 차관 등이 포함된 협상단을 이끌고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실무협상에 나설 전망이다. 베이징에서 진전이 있으면, 류허 경제 담당 부총리를 비롯한 중국 대표단이 미국 워싱턴DC를 찾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과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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