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고 시험지 유출'부터 '혜경궁 김씨'까지…올해 더 뜨거웠던 '디지털 포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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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18-12-2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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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진우 변호사(리걸테크 경영기획 이사)가 꼽은 2018년 법조계 '디지털 포렌식' 활약상

[이미지=아주경제 DB]


2018년 올해 법조계의 중요한 키워드를 꼽자면 ‘디지털 포렌식(Digital Forensic)’이다. 라틴어 ‘Forum’과 ‘Public’에서 유래한 디지털 포렌식은 범죄와 관련된 디지털 정보를 수집·분석해 법정 증거로 갖추는 절차와 기술을 말한다.

디지털 기반 데이터 저장기술과 그 활용 범위가 점차 넓어지면서 디지털 포렌식 기술의 중요성도 매우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0년 경찰청이 디지털 포렌식 기법을 사용한 것을 시작으로 국방부가 2006년, 대검찰청이 2008년 디지털포렌식센터(DFC)를 개관하면서 본격적으로 디지털 포렌식 활용이 시작됐다. 현재 서울중앙·부산·대구·광주·인천·수원지방검찰청과 서울시 등이 디지털 포렌식 센터(DFC)를 신설하는 등 전문 수사 인력과 장비를 갖추고 있다. 

올해는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된 여러가지 사건에 디지털 포렌식 기법이 사용돼 수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나라 전체를 떠들썩하게 한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분석부터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 홍익대 누드 크로키 도촬 사건, 강서역 PC방 살인사건 등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들에 디지털 포렌식 기법을 통한 증거 수집이 결정적으로 작용해 해결에 크게 이바지했다.

리걸테크(주) 안진우 변호사(경영기획이사)가 선정한 2018년 중요 디지털 포렌식 기법 사용 사건을 소개하고자 한다.

◆ 디지털 포렌식 '홍익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의 전말' 밝혀

2018년 5월 초에 일어난 홍익대 미술대학 인체 크로키 수업 도중 일어난 남성 누드모델 도촬사건의 가해자를 밝혀내는데는 디지털 포렌식 기법의 역할이 컸다. 사건발생 일주일 후 관련자들의 스마트폰을 일괄수거·감정한 결과 최초 촬영자가 동료 여성 모델이었음을 밝혀낸 것.

이어 해당 모델이 워마드 사이트에 올린 사진들의 로그 기록 삭제를 통한 조직적인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는 사실이 피의자의 컴퓨터를 통해 밝혀졌다. 디지털 성범죄가 가해자의 신원에 따른 성차별 및 공정성 시비로 왜곡될 가능성을 과학적 수사로 조기에 차단할 수 있었다.

◆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증거 확보

2018년 7월 중순에 불거진 숙명여고 재학 중인 쌍둥이 자매의 전교 1등 의혹 사건 해결에도 크게 기여했다.

당시 민원을 접수한 서울특별시교육청은 ‘심증은 확실하나 물증이 없어 부정행위를 확정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답보 상태에 빠질뻔한 수사 결과를 진전시킨 것은 디지털 포렌식 수사를 통한 물증 확보였다. 경찰은 교무부장인 아버지의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확보, 디지털 포렌식 기법을 통해 아버지가 시험지를 확인하고 딸들에게 미리 전해준 단서를 잡는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물증 확보는 물론, 시험지 유출을 알면서도 시험을 응시한 쌍둥이 자매의 피의자 전환 역시 가능했다. 

◆ 병역기피 검거도 '디지털 포렌식'이 잡아

2018년 9월 고의로 체중을 증량해 현역병 판정을 피한 성악전공자 12명이 병무청에 의해 적발, 검찰로 송치됐다. 단기간 고의로 단백질 보충제 혹은 과당음료를 다량 섭취해 체중을 늘려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의도적 회피에 대한 물증 확보에 이용된 것은 지난해 도입된 병무청 자체 디지털 포렌식 장비였다. 디지털 포렌식 장비를 이용해 해당 용의자들의 카카오톡 단체방 대화 내용을 복원, 단체로 체중을 늘려 병역을 감면받는 방법 등을 공유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병무청이 이러한 병역면탈 범죄를 막기위해 운영하는 특별사법경찰은 인터넷, SNS 등 사이버 공간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과 제보 등을 통해 병역면탈 정황이 확인될 경우 디지털 포렌식 기법을 이용한 수사에 나서고 있다.

◆ 강서구 PC방 살인사건도 '디지털 포렌식' 역할 톡톡

2018년 10월에 발생한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에서 경찰이 중점을 둔 부분은 피의자의 심신미약 여부와 동생의 공범 여부였다.

피의자의 심신미약 여부는 정신감정과 더불어 피의자의 스마트폰을 수거·분석하는 것으로 이뤄졌고, 분석 결과 피의자는 심신미약 상태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동생의 공범 여부를 분석하기 위해 스마트폰 및 CCTV 영상의 분석·감정이 이뤄졌으며 그 결과 경찰은 동생은 공범이 아니라는 초기 판단을 파기하고 동생을 폭행 공범으로 송치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서는 피의자의 동생을 폭행 공범으로 송치하기까지 사건 발생일로부터 약 40여일이 경과한터라 동생의 공범 이상 혐의를 밝혀내기는 어려워 경찰이 수사를 조기종결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 또한 존재한다.

◆ 디지털 증거 확보의 중요성 다시 확인한 '혜경궁 김씨' 사건

2018년 11월 정계에서 가장 이슈가 됐던 ‘혜경궁 김씨’ 사건은 디지털 포렌식 기법을 통한 수사의 명과 암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경찰이 데이터 분석, SNS 자료 확보 등의 디지털 수사 기법을 통해 혜경궁 김씨가 김혜경씨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음에도 트위터 측의 정보제공 거부, 김혜경씨 본인의 스마트폰 분실로 인한 제출 거부로 인해 디지털 포렌식이 이루어지지 못했고 결국 검찰에서는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이를 통해 디지털 포렌식에서 가장 중요한 관건은 초기 단계에서 정보의 훼손 없이 디지털 증거의 원본을 확보하는 것임을 재확인하게 됐다. 또 데이터를 완전히 삭제하거나 강력한 보안 기술을 통해 데이터 복구를 방지하는 안티 포렌식(Anti-Forensic)의 존재 역시 대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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