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마라톤은 장비의 개입 없이 오롯이 인간의 육체적 능력에만 의존하는 종목이었다. 1960년 로마 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한 고(故) 아베베 비킬라(에티오피아)가 대표적이다. 그는 당시 발에 맞지 않는 새 신발 대신 맨발로 42.195km를 완주한 끝에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세상을 놀라게 만들었다.
이후 마라톤화가 보편화됐으나 오랫동안 그 역할은 발바닥 보호와 지면 충격 완화라는 기초적인 기능에 머물렀다. 0.01초를 다투는 엘리트 선수들에게 신발의 무게는 덜어내야 할 짐이었지만, 당시 제조 기술로는 충격 흡수와 경량화 사이의 절충점을 찾는 정도가 한계였다. 이러한 패러다임이 완전히 뒤바뀐 것은 2010년대 후반부터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이 항공우주 산업 등에 쓰이는 가벼운 '탄소섬유판(카본 플레이트)'과 '특수 스펀지 폼'을 결합한 신발을 선보이면서 이때부터 이른바 슈퍼 슈즈 시대가 막을 올렸다.
발을 내디딜 때 스프링처럼 에너지를 반환해 추진력을 더하는 슈퍼 슈즈 기술은 마라토너들의 기록을 비약적으로 단축시켰다. 실제로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슈퍼 슈즈 시대에 돌입한 뒤 과거 '초 단위'에 머물렀던 마라톤 세계 기록 단축 폭은 최근 9년 사이 '분 단위'로 크게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혁신은 '기술 도핑' 논란으로 이어졌다. 2019년 엘리우드 킵초게(케냐)가 비공인 대회에서 2시간 벽을 깼을 당시 밑창에 3장의 탄소섬유판을 깐 나이키 신발을 착용한 것이 발단이었다. 선수의 순수 능력을 넘어선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결국 세계육상연맹(WA)은 2020년 엘리트 선수 대회용 러닝화의 밑창 두께를 40mm 이하로 제한하고 탄소섬유판 사용을 한 장으로 묶는 규제를 신설했다.
불가능으로 여겨졌던 대기록이 연이어 나오자 일각에서는 첨단 마라톤화의 성능에 지나치게 의존한 기술 도핑이 아니냐는 의혹이 또다시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사웨는 이러한 논란에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28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그는 "신발이 매우 가볍고 앞으로 밀어주는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전혀 (도핑이) 아니다. 난 철저히 규정에 맞게 승인된 신발을 신고 뛰었다"고 해명했다. 사웨의 코치 역시 영국 매체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사웨의 뛰어난 기량과 더불어 신발 그리고 적절한 영양 보충이 마라톤을 새 시대에 접어들게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대회에서 사웨를 비롯해 여자부 세계 신기록(2시간15분41초)을 세운 티지스트 아세파(에티오피아) 등이 착용한 마라톤화는 아디다스의 '아디제로 아디오스 프로 에보 3'다. 270mm 기준 무게가 단 97g으로 달걀 2개 수준에 불과한 이 초경량 마라톤화는 탄소 소재와 맞춤형 설계를 통해 에너지 소모는 줄이고 반발력은 극대화했다는 평가다. 엄격해진 규제 속에서도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간의 기술 경쟁은 멈추지 않고 있음을 증명한 셈이다.
2시간의 벽은 깨졌지만 혁신 기술을 향한 글로벌 브랜드 간의 패권 경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로이터 통신은 "신발 기능에 따라 달리기 효율이 2~4% 증가할 수 있다. 수치상으로 작아 보이지만 이는 42.195km 마라톤에선 엄청난 차이"라며 "현재 세계육상연맹은 밑창 두께와 탄소판 수를 제한하고 있지만 기술 혁신 자체는 허용하고 있다. 슈퍼 슈즈 시대가 열린 이제는 세대를 넘는 과거와 기록 비교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