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법원, 넷플릭스 687억 법인세 부과 취소..."조세 회피행위로 단정하기 어려워"

  • 국세청, 2021년 넷플릭스 국내 수익 80%이상 본사 보낸 것 포착...조세 회피 판단

  • 재판부 "넷플릭스코리아, 플랫폼 운영과 마케팅 등 부수적 활동만 수행...수익 창출 주체 아니다"

  • 법원, 국세청 OCA 법인세 부과는 정당..."OCA 넷플 서비스 제공을 위해 사용"

넷플릭스 사진연합뉴스
넷플릭스 [사진=연합뉴스]

세계 최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기업인 넷플릭스가 한국 세무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 취소 소송 1심에서 사실상 완승을 거뒀다.

28일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나진이 부장판사)는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넷플릭스코리아)가 종로세무서 등을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전체 부과 세액 약 762억원 중 687억 원을 취소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는 당국이 부과한 세금의 약 90%가 법리적으로 부당하다는 결론이다.

이번 소송은 넷플릭스코리아가 네덜란드 소재 해외법인인 '넷플릭스 인터내셔널 B.V.(NIBV)'에 지급한 막대한 금액이 발단이 됐다.

지난 2021년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통해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벌어들인 매출의 80% 이상을 경영자문료와 콘텐츠 사용료 명목으로 해외 본사에 보낸 것을 포착했다. 국세청은 이를 국내 수익을 해외로 빼돌려 이익을 축소한 넷플릭스의 조세 회피로 판단했다.

이는 넷플릭스코리아가 콘텐츠 저작권을 실제로 행사하고 있으므로 본사에 보낸 돈은 저작권 사용료에 해당하며, 따라서 원천징수 대상이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1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국내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콘텐츠의 저장·전송 등 핵심 기능은 해외법인인 NIBV가 관리하는 서비스 아키텍처를 통해 수행된다"고 짚었다. 넷플릭스코리아는 플랫폼 운영과 마케팅 등 부수적 활동만 수행할 뿐, 저작권을 직접 사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주체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같은 판단에 따라 법원은 넷플릭스코리아가 본사에 보낸 돈을 저작권 대가가 아닌, 해외법인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한 것에 대한 사업소득으로 규정했다. 한·네덜란드 조세조약에 따르면 사업소득은 국내에 고정된 사업장이 없는 한 한국 정부가 과세할 수 없다는 점도 판결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넷플릭스의 독특한 수익 배분 구조도 고려했다. 넷플릭스코리아는 구독 수익에서 모든 비용을 제외하고 일정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보장받은 뒤, 남는 금액을 본사에 송금한다. 만약 적자가 나면 본사가 이를 보전해 주기도 한다.

넷플릭스의 이러한 수익 배분 구조를 세무당국은 한국 내 이익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수단이라고 봤지만, 법원은 "이런 대가 산정 방식은 원고가 독립적으로 저작권을 사용하는 구조가 아님을 방증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해외법인이 중간 매개자 없이 국내 소비자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했더라도 그 수익은 사업소득으로서 과세권이 없다"며 넷플릭스코리아를 중간에 둔 것이 국내법을 잠탈하려는 조세 회피 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만 넷플릭스가 완전히 승리한 것은 아니다. 법원은 넷플릭스가 국내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 망에 설치한 'OCA(자체 캐시 서버)' 관련 법인세 부과는 적법하다고 봤다.

앞선 공판에서 넷플릭스 측은 OCA를 구입해 ISP에 무상 양도했으므로 소모품비(비용)로 처리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OCA는 오직 넷플릭스 서비스의 원활한 제공을 위해 사용되며, 넷플릭스가 여전히 현실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산"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OCA를 자산으로 계상하지 않고 비용 처리한 부분에 대한 과세는 적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판결로 국세청의 글로벌 빅테크 길들이기에는 당분간 제동이 걸리게 됐다.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도 법인세는 매출의 0.2% 수준인 30억원대만 납부하는 불균형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세무당국은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서도 현행법에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국내 실현 소득이 낮아 불합리한 결과가 도출된다 하더라도, 이는 이전가격 세제에 따른 정상가격 조정이나 입법적 조치를 통해 해결할 문제"라고 적시했다. 현행법의 해석만으로는 글로벌 기업의 교묘한 수익 구조를 처벌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향후 구글, 애플 등 다른 글로벌 IT 기업들의 세무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에서 구글세로 불리는 디지털세 도입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고정 사업장의 개념을 디지털 환경에 맞게 재정의하는 입법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시민단체들의 목소리가 계속 고조될 예정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