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재난지원금] 이재명 주장에 당·정 엇박자…野 후보들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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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조 기자
입력 2021-11-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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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론조사 결과 국민 58.5%가 추가 지급 반대

  • 기재부·총리실 부담…"국회서 논의·결정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주장하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두고 여야 대선후보와 정부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 대선 정국에 당정 간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변수로 떠올랐다.

사실상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가 또 한 번 맞붙은 가운데 국민들도 현재로서는 나중에 떠안게 될 세수에 부담을 느끼는 눈치다. 여론조사업체 알앤써치가 MBN·매일경제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36명(가중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8.5%가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에 반대표를 던졌다. 찬성은 37.3%에 불과했다.

◆이재명, 윤석열·안철수 반대에 "국민 입장 숙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진=연합뉴스]

이 후보는 7일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향해 "당리당략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국민 입장에서 깊이 숙고하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국민을 위해 국가가 존재한다. 흉년이 들어 백성이 굶고 있는데 돕지 않을 거라면 관아 곳간에 잔뜩 쌀을 비축해두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 6일 후보 선출 후 첫 일정으로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을 방문, 상인들과 대화를 나눴다.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후보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주장에 대해 "영세 소상공인, 자영업자에 대한 코로나19 피해 보상은 손실을 보상하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몇 퍼센트(%) 이하는 전부 지급한다는 식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윤 후보의 재난지원금 반대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을 꼬집었다. 그는 "(윤 후보가) 지난 7월 언론 인터뷰에서 '(세금을) 걷어서 (도로) 나눠줄 거면 일반적으로 안 걷는 게 제일 좋다'는 황당한 얘기도 했다"며 "윤 후보가 손실보상금과 재난지원금 지급 차이를 잘 모르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지원금은 성격이 다르다. 정부의 행정명령에 따른 피해를 보상하는 게 손실보상"이라며 "소상공인, 자영업자에 대한 손실보상은 당연히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 충분하고 합당한 지원을 하는 게 맞다"고 전했다.

이어 "재난지원금은 국민을 위로하는 성격도 있지만 소상공인·자영업자 매출을 지원하는 경제정책"이라며 "구휼정책이 아닌 경제정책인 만큼 대상을 선별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고 부연했다.

실제 이 후보는 '기본시리즈 3종(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금융)'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번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5차 재난지원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된 상위 12% 경기도민에게 자체적으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 후보뿐만 아니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도 이 후보 주장에 반기를 들고 있다. 안 후보는 "이 후보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국가 예산으로 표를 사겠다는 '표퓰리즘', 아니 '표팔리즘'에 불과하다"며 "내년 대선 직전까지 돈 풀어서 온갖 생색 다 내고, 이후 이재명 정부가 탄생한다면 그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관련한 일에는 안면을 몰수하겠다는 '조커 정부'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굽힘 없는 이재명에 정부 '불편·부담'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현 정부도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부정적 견해를 드러내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여러 가지 여건을 본다면 전 국민에게 드리는 방식보다는 맞춤형으로 필요한 계층, 대상에 집중적으로 드리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정부는 여섯 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했으며, 재난지원금은 5차까지 지급했다. 소상공인 손실보상도 세계 최초로 법에 의해 지급하고 있는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최대한 했다고 홍 부총리는 강조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김 총리도 같은 맥락의 질문에 "결국은 국민의 귀한 세금을 가지고 집행하는 것"이라며 "지난해 전 국민 보편 지급 이후 너무나 많은 소모를 치렀다"고 말했다. 보편적 복지 방식이 우리 현실에 맞지 않나 생각하지만, 쉽게 단언할 수 없다고도 했다.

다만 "대선후보가 공약과 비전을 발표하는데 제가 뭐라고 할 수는 없다"며 "예산과 법은 국회가 쥐고 있으니 국회 논의 과정에서 결정될 일"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김 총리는 지역화폐 예산 증액에도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이 '지역 균형발전과 소상공인을 위해 필요한 정책'이라고 말하자 김 총리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전국이 다 똑같이 해버리니까 많이 쓰는 사람에게 혜택이 큰 역진적 현상도 있다”고 말했다.

당정 논란으로 비화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청와대 고심도 깊어졌다. 청와대는 이미 내년도 예산안에서 손실보상 강화로 큰 틀을 잡은 터라 내부적으로 당혹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이 후보의 정책 스타일이 여실히 드러난 동시에 현 정부와 국회에 하나의 과제를 던진 것과 같기 때문이다. 정책적으로는 김 총리·홍 부총리 의견에 가깝지만, 이 후보와의 정무적 관계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4일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김부겸) 총리가 원천적인 반대를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당정 협의와 국회 협의로 접점이 찾아질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김 총리가 반대한 것이 아니라 10조원 정도 되는 추가 세수를 갖고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는 취지라는 게 박 수석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 문제에 대해 청와대의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이렇듯 당정 갈등 진화에 나선 청와대는 결국 국회에 공을 넘겼다. 박 수석은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방안인데 손실보상, 간접적 피해, 그리고 재난지원금 이 중에서 어떻게 할지는 국회에서 논의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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