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어디까지 왔나] 李중사가 불 댕긴 '군사법원 폐지'···軍 반발·정쟁에 흐지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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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노경조·신진영 기자
입력 2021-07-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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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 첫발자국도 못 뗀 '사법개혁'…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우리나라 사법제도 신뢰도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201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회원국 국민을 대상으로 사법제도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조사한 결과 한국은 37위로 꼴찌를 차지했다. '법조카르텔'로 불리는 사법조직과 제도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권마다 사법개혁을 추진했지만 대부분 미완으로 남았다. '사법농단' 사태가 발생하는 등 개혁이 뒷걸음질 친 시기도 있었다. 본지 사회부는 우리나라 사법개혁 역사와 현황, 전문가 제언 등을 통해 사법개혁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26년 전 시작한 사법개혁은 여전히 완료되지 못한 상태다. 정부 주도로 여러 개혁안이 만들어지고 시행을 추진했지만 대부분 무산되거나 미뤄졌다.

사법개혁 발목을 잡은 건 법관을 비롯한 '법조 카르텔'이다. 국회의원들도 사법개혁을 방해하는 한 축이다. 정치적 논리를 표면에 내세우며 국민이 염원하는 개혁 추진을 더디게 한다.

◆법조카르텔·정치권 반발에 반쪽짜리 개혁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일반인이 자유롭게 볼 수 있는 판결문은 2013년 이후 확정된 형사재판과 2015년 이후 확정된 민사재판뿐이다. 그러나 일부 정보가 가려진 반쪽짜리 공개다.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는 정권마다 내세웠던 사법개혁 중 하나다. 2003년부터 추진됐지만 법관들 반발로 차일피일 미뤄졌다. 2013년에야 확정 재판에 한해 판결문 공개가 이뤄졌다. 이후에도 법조카르텔 반대는 여전했다. 2018년 5월 대법원이 전국 법관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 1117명 중 70% 이상이 '미확정 판결문 공개에 반대한다"고 대답했다. 다만 국회는 여·야 모두 공개를 촉구했다.

사법개혁 최대 성과로 꼽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은 법조계와 일부 정치인 모두 반대했던 사안이다.

올해 1월 출범한 공수처는 김영삼 정부인 1996년 참여연대 제안으로 처음 논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관련 법안은 1개월 만에 국회 회기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도 지지부진한 논의만 이어졌다. 법조 카르텔이 번번이 발목을 잡아서다. 문재인 정부 들어 현실화했지만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대법원에 이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이끌던 대검찰청이 지난해 국회에 공수처 설치 반대 의견을 냈다. 같은 해 6월 주호영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공수처는 국회 견제를 받지 않는 괴물 사법기구"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주 전 원내대표는 부장판사 출신이다.

로스쿨도 김영삼 정부 시기인 1995년부터 논의됐지만 거센 반발에 부딪혀 표류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강하게 밀어붙여 2019년에야 문을 열었다. 법조계와 야당 반발 수위는 상당했다. 김대중 정부였던 1999년 윤관 당시 대법원장은 "무작정 외국 제도를 모방하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노무현 정부 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안상수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의원도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면 인문계가 황폐화할 것"이라는 이유로 발목을 잡았다. 당시 한나라당은 로스쿨 신설 법안에 맞서 사법시험 합격자 수 증원 등을 담은 사법제도 개혁안을 내놓기도 했다.

◆17년째 제자리···'철옹성' 군 사법개혁
 

[그래픽=김효곤 기자]


군 사법개혁은 더 답답한 상황이다. 수사·재판 독립성 확보 차원에서 군 사법 기능 분리, 평시 군사법원 폐지 등 여러 목소리가 나오지만 지난 17년간 바뀐 건 없다.

특히 평시 군사법원은 노무현 정부가 대통령 자문기구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를 통해 폐지를 추진했으나 군 반발로 무산됐다.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도 폐지 여론이 일었다. 2014년 4월 발생한 육군 28사단 윤승주 일병 사망 사건이 도화선이 됐다. 하지만 사단급에 설치된 평시 군사법원을 군단급으로 이양하는 데 그쳤다.

군사법원은 미군정 시절 군사재판을 담당하던 군법회의에 뿌리를 둔다. 그 지위는 6·25전쟁 등을 거치면서 확고해졌다. 오늘날에도 군사법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북한과 휴전 상태인 국내 안보 상황과 폐쇄적 특수성이 근거로 작용한다. 이러다 보니 인권 문제와 부딪치기 일쑤였다.

이후 △국회 군 인권개선·병영문화 개선 특위(2014~2015년) △국회 개헌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2017년)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 발의(2018년) △국방부 개혁안(2020년) 등에서 군사법원 폐지 관련 입법을 시도했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다.

지난 3월 성추행 피해를 입은 여성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이 군 사법개혁을 다시 도마 위에 올렸다. 그러나 군 장성 출신 국회의원 반발과 여·야 간 우선순위 차이 등으로 흐지부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국회에는 국방위원장인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송기헌 민주당 의원 등이 내놓은 군사법원법 개정안과 정부 입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하지만 군 내부 반발과 여·야 정쟁으로 법안심사소위원회조차 넘지 못했다. 진상·전수조사가 먼저라고 강조해온 국민의힘은 군 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책임론과 함께 헌법 위반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까지 내놓는다.

문재인 정부가 국정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검찰개혁도 마찬가지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비롯한 성과가 없는 건 아니지만 정치적 논리에 휘둘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관예우 폐단이나 피의사실 공표 등 검찰 수사관행 개선도 여전히 미완이다.

전문가들은 검찰개혁을 비롯한 사법개혁이 속도를 낼 수 없는 이유가 정치권 영향이 크다고 본다. 최승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혁을 하려면 법을 고쳐야 하는데 국회에서 잘 논의가 되지 않는다"며 "국회에서 사법개혁이나 검찰개혁보다는 편 가르기를 하고 있는 게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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