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전대진단 68일간의 안전여정 마무리…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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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득균 기자
입력 2018-04-1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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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부겸 장관, 고시원 등 막바지 점검 한창

  • 지난 2월 5일 시작된 대진단 4월 13일 종료

  • "향후 구체적 대책 없어… 해결할 과제 산적"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11일 오후 국가안전대진단 관련하여 화재취약시설 소방 안전점검을 위해 서울시 노량진 소재 고시원을 불시에 방문해 전기시설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행안부 제공]


#노량진 A고시원에 거주하는 최모씨(25)는 "방과 방 사이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고시원의 특성상 이동할 수 있는 통로나 복도가 좁다 보니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규모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토로했다.

#노량진 B고시원에 거주하는 강모씨(30)는 "대다수 고시원의 경우 소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차량이 진입할 수 있는 도로가 협소해 소방차 통행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잦다"고 털어놨다.

고시원은 흔히 화재 안전 관리의 사각지대로 불린다. 노후화된 건물이 많고 대형 살수차가 들어설 진입 도로의 형편도 넉넉지 않아 화재 발생 위험률이 높기 때문이다.

또 기본적인 소방설비를 제대로 갖춘 곳도 찾아보기 어렵다. 설령 스프링쿨러, 화재감지기 등 소방설비가 설치돼 있다 해도 고장난 채로 방치해 둔 경우가 많다. 

소방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의식조차 부족한 데다 화재 안전 관리를 영업주에게 자율적으로 맡기다 보니 제도의 실효성도 의심스러운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고시원은 다중생활시설인 만큼 철저한 사전점검을 통해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 않고 자칫하다간 '제2의 제천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김부겸 장관, 국가안전대진단 종료일 앞두고 막바지 점검 박차

지난 2월 5일 시작된 국가안전대진단은 마지막 점검일까지 이틀을 남겨놓고 있다.

당초 3월 30일에 종료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등 각종 화재·안전사고로 인해 기간이 2주 연장됐다. 총 29만8580개소와 위험시설 6만개소가 집중 점검대상이다.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국가안전대진단은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국민 모두가 참여해 사회 전반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개선하는 예방활동이다. 2015년부터 매년 2개월의 기간 동안 전국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특히 이낙연 국무총리는 올해의 국가안전대진단은 대상시설은 줄이고 점검기간은 늘린 만큼, 책임감을 갖고 형식적인 점검을 탈피해 제대로 된 국가안전대진단을 실시해줄 것을 당부한 바 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11일 서울 노량진 고시원을 불시에 방문해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이번 점검은 오는 13일 국가안전대진단을 마무리하면서 대표적 화재취약시설 중 하나인 고시원 안전관리 실태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가안전대진단 점검을 통해 행정처분을 받은 고시원은 249개소로 전체 1275개소의 19.5%에 해당한다. 사유는 업소 내부구조 임의로 변경으로 면적 확장, 스프링쿨러설비 기능 임의 정지 등이다.

김 장관이 이날 불시 점검한 고시원은 전반적으로 안전관리 상태가 양호한 편이었지만, 소방시설에서 일부 문제점이 지적돼 현장에서 즉시 시정하거나 시설주로 하여금 시정토록 조치했다.

김 장관은 건물 4층 외부 피난계단(사다리)을 점검한 후, 고시원 거주자들이 쉽게 피난계단 위치를 파악하고 추락사고도 방지할 수 있도록 피난계단 앞에 추락 위험 스티커를 부착했다.

또 제조된 지 10년이 지나 성능확인검사를 받아야 하는 노후 소화기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소방서에 지시하여 새 소화기로 전부 교체한 후 층별로 비치했다.

김 장관은 직접 고시원 방으로 들어가 전기 등으로 인한 화재 위험성도 점검했다. 당시 점검을 마친 김 장관은 "고시원은 △공시생 △영세 자영업자△일용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미래를 준비하며 생활하는 곳으로 다소 좁고 불편하더라도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더 이상 고시원이 안전의 사각지대가 되지 않도록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막대한 자원 투입에도 효과는 미미··· 어떻게 해야 하나?

국가안전대진단을 통해 한 해 수 천억 원 이상의 막대한 자원과 인력이 투입되지만 효과가 미미한 점도 심각한 문제다. 실제 전국 화재 발생 건수의 경우 △2015년 4만771건 △2016년 4만4423건 △2017년 4만5300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안전위험요소를 개선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수박 겉핥기식'의 캠페인성 진단이나 형식적 점검을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현재 안전대진단은 점검 이후 구체적 개선 계획이 미흡하고, 노후시설이나 위험시설 개선에 필요한 시간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점도 하나의 요인다. 

안전 전문가들은 내실 있는 진단을 위해 민간 전문가를 활용하는 등 점검인원을 늘리고, 기간도 늘려 제대로 된 진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영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정부 부처와 지자체가 유기적 협업을 통해 선제적인 안전사고 예방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며 "특별교부세, 소방안전교부세 지원 등 예산투자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두 달간의 점검으로 시설물에 대한 안전관리가 끝나선 안 된다"며 "시설물 안전·유지관리 특별법에 따라 점검부터 보강까지의 체계적 관리방안이 수립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영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예년의 국가안전대진단은 점검 후 시설물에 대한 보강방안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며 "진단 결과에 따른 보수가 철저하게 진행돼야 불의의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시설물에 대한 유지·보수를 체계적으로 진행하지 못하는 것은 예산문제일 것"이라며 "시설물에 대한 정밀진단 대상을 분류하고, 관련 투자로 이어지는 과정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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