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오는 7월부터 중복상장에 대한 심사기준을 대폭 강화한다. 물적·인적분할뿐 아니라 신설·인수한 기업을 상장할 때도 사전심사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일반주주 동의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에 따라 SK, 한화 등 계열사 중복상장을 추진하던 대기업들이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기사 3면>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16일 서울 여의도에서 공개세미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중복상장 제도개선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지난달 18일 대통령 주재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나왔던 중복상장 원칙적 금지 방침의 가이드라인 초안 성격이다. 금융위와 거래소는 4월 중 최종 가이드라인을 확정한 후 7월부터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이날 금융위·거래소가 제시한 안에 따르면 중복상장 심사기준은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이 원칙이다. 모든 중복상장 사례가 심사를 거쳐 허용 여부가 결정된다. 심사 대상은 세 가지다. △물적분할로 설립한 자회사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인적분할 후 재상장하는 회사가 우선 포함된다. 여기에 더해 상장기업이 신설한 회사나 인수합병(M&A)으로 인수한 회사를 상장할 때도 심사 대상이다. 거래소 측은 "상장사가 인수한 회사를 별도로 상장하는 것도 모회사 주주 보호 필요성이 발생하는 만큼 동일한 기준으로 심사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심사 대상은 △영업 독립성 △경영 독립성 △투자자 보호 등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상장이 허용된다. '영업 독립성'은 매출 구조, 사업 모델, 기술 자립도 등에서 모회사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생존·성장할 수 있는지를 따진다. '경영 독립성'은 자회사의 이사회와 지배구조가 모회사와는 별개로 독립적으로 운영되는지를 살펴본다.
특히 '투자자 보호'는 가장 핵심적인 심사 요소로 제시됐다. 모회사 일반주주 보호를 위해 상장 필요성을 따지고, 주주와 소통 및 주주 보호 노력을 충실히 했는지가 기준이 된다. 여기에 더해 모회사 일반주주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도 의무화될 것으로 보인다. 모회사 이사회 책임도 강화된다. 상장 추진 과정에서 모회사는 중복상장이 일반주주에게 미치는 영향을 직접 평가하고 주주 보호 방안을 마련해 공시해야 한다.
금융위와 거래소는 모든 중복상장을 일률적으로 금지하지는 않는다는 방침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상법 개정을 통해) 새로 도입된 주주 충실의무를 상장 제도에도 적용하는 것”이라며 “상장 이익이 소수에게 집중되는 비대칭적인 중복상장과 전체 주주에게 공정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중복상장을 엄격히 구분하여 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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