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가점제가 실수요자 보호라는 본래 취지를 잃고 소수 자산가들의 전유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공사비 폭등에 따른 분양가 상승과 고강도 대출 규제가 맞물리며, 높은 가점을 쌓고도 자금력이 부족해 청약을 포기하거나, 현금은 물론 대가족 수준의 부양가족이 있어야만 당첨이 되는 비현실적인 사례도 속출 중이다. 때문에 무순위 청약에 몰리거나 치솟는 경쟁률에 아예 무주택자들이 청약시장을 이탈하는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26일 청약홈에 따르면 최근 1년간(2025년 3월~2026년 3월)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643만8085명에서 2605만1929명으로 약 38만명 넘게 급감했다. 지난해 상반기 월별 감소폭은 –0.03%에서 -0.09% 선을 유지하며 완만한 하락세를 보였으나, 10월부터 이탈 속도가 가팔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12월에는 전월 대비 0.305% 감소하며 정점을 찍었고, 올해 들어서도 매월 0.2%에 육박하는 감소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개월간 누적 순감 규모만 약 40만 명에 달한다.
이 같은 이탈 행렬은 최근 '만점 커트라인' 단지가 속출하는 등 청약 문턱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결과라는 지적이다. 지난 9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서울 서초구 '아크로 드 서초'에서는 전용 59㎡C 타입의 당첨 커트라인이 84점 만점으로 집계됐다. 서울 민간 아파트 분양 역사상 최초다. 전용 59㎡C 경쟁률은 1099.1대 1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일반분양 물량이 전체의 4.8%(56가구)에 불과해 사실상 만점 통장을 보유한 극소수 자산가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최근 강남권 분양가상한제 단지에서 대가족이 받을 수 있는 만점 통장이 소형 평형에 청약해 당첨되는 사례도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오티에르반포는 전 평형 최저 당첨 가점이 69점이었다. 특히 다수 타입은 커트라인이 70점대 초중반에 위치해 사실상 5인 이상 가족의 만점 통장이 있어야만 청약 문턱을 밟을 수 있는 수준이다.
이런 청약 가점 인플레이션은 강남을 넘어 서울 전역으로 확산 중이다. 4인 가구가 15년 이상 무주택 기간을 채워 받을 수 있는 최대 가점인 69점은 이제 사실상 당첨 마지노선이 됐다. 잠실·반포 등 강남권은 물론 서대문구 '드파인 연희', 용산구 '이촌 르엘' 등 서울 주요 지역의 커트라인이 일제히 69점을 상회하고 있다. 15년을 집 없이 버틴 4인 가족조차 서울 신축 아파트 입성이 불가능해지면서 가점제 실효성 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강력한 현금 조달 능력도 실수요자를 걸러내는 필터로 작동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13일부터 청약을 받은 서초구 '오티에르 반포'는 후분양 구조상 당첨 후 3개월 내에 약 11억원 이상의 현금을 조달해야 했다. 이 때문에 84점 만점 통장을 보유한 고가점자들조차 자금력이 부족해 대거 신청을 포기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현행 청약 가점제는 대가족 중심의 과거 가구 구조에 머물러 있어, 급격히 증가한 1~2인 가구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무주택 기간이나 청약 통장 가입 기간의 점수 비중을 높여 가족 수가 적더라도 성실하게 무주택 기간을 버텨온 세대에게 실질적인 가점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보완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