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센터라고 해서 자신감이 필요하겠구나 생각했어요. 걱정이 되기도 했고요. 무대 경험이 없기도 하고 워낙 외모가 출중한 분들이 계셔서 제가 센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싶었죠. 그래도 상큼하게 가자, 자신감을 가지고 가자고 생각했어요. 많은 무대에 서는 아티스트들의 영상을 보면서 자의식을 없애보려고 했고 모든 걸 내려놓고 판을 깔아 즐기려고 했어요. 나중에 보니 아쉽더라고요. 더 심취해서 해볼걸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박지현은 1994년 생으로 영화 속 시대를 완전히 '경험'한 세대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어린 시절 추억과 아이돌 문화에 대한 높은 이해도로 '그 시절'을 완성해나갈 수 있었다.
"그 시절보다는 늦긴 하지만 그때 당시 음악이나 가수들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그 시절의 감성이나 분위기를 습득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자료 조사를 많이 했고 그 당시 왕성하게 활동하던 가수들을 참고하려고 노력했어요."
그 시절의 공기는 말로 쉽게 설명하기 어렵다. 헤어스타일과 의상, 음악방송 인터뷰에서의 말투, 무대 위 태도까지 모두가 캐릭터를 만드는 재료였다.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당시 유행했던 헤어스타일이나 의상 같은 것도 재현하려고 했어요. 그 시절 방송에 나와서 인터뷰하는 분들이 쓰는 말투가 있거든요. 음악방송 인터뷰를 할 때 그런 말투를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제가 노력했다기보다 많은 스태프분들이 그 시절 배경이나 미술, 소품을 재현해주셨기 때문에 그 시절에 존재하는 것 같았어요. 제가 찾아본 과거의 장소가 그대로 재현되어 있었고 그 안에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도미를 준비하며 박지현이 가장 많이 참고한 인물은 핑클 시절과 솔로 활동기의 이효리였다. 청량하고 순수한 콘셉트에서 강렬하고 화려한 퍼포먼스로 변신하는 흐름이 도미와 맞닿아 있다고 봤다.
"god, 핑클을 좋아했었어요.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영화 속 배경에 대한) 이해가 있었죠. '도미'의 레퍼런스로 삼은 건 이효리 선배님이었어요. 극 중 도미라는 캐릭터뿐 아니라 트라이앵글이 1집에는 청량하고 순수한 콘셉트였다가 2집에서는 강렬하고 퍼포먼스가 화려한 이미지로 변신하는데 이효리 선배님과도 닮았다고 생각했거든요. 이효리 선배님이 핑클 활동을 할 때는 1집과 비슷했다면 솔로 활동을 할 때는 섹시하고 강렬한 콘셉트였잖아요. 도미가 그 두 가지를 다 가져가면 1집과 2집을 잘 보여드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함께 무대에 선 배우들의 노력도 박지현에게는 큰 자극이었다. 그는 강동원의 춤 실력과 연습량을 떠올리며 감탄했고 엄태구에 대해서는 무대 위에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배우였다고 말했다.
"동원 선배님은 춤에 있어서는 정말 대단하세요. 저희가 하는 댄스보다 브레이크 댄스나 헤드스핀 같은 걸 연습하시는 걸 연습실에서 봤는데 짧은 시간 안에 해내시는 걸 보면서 정말 신기했어요. 그게 가능하게 하려면 얼마나 노력했을까 싶어서 경이로웠습니다. 연습실에 가면 저희보다 3~4시간씩 일찍 오셔서 땀범벅이 되어 계시더라고요. 개인 연습을 그렇게 하시고 저희와 또 3~4시간 연습하시니까 6~7시간씩 연습하시는 것 같았어요. 노력하시는 모습에 감탄했습니다."
"태구 선배님은 연습 때는 많은 걸 보여주지 않으셨는데 무대에 서니까 다른 사람이 되시더라고요. 동원 선배님께서 제가 무대 체질이라고 하셨다는데 저는 저보다 태구 선배님이 진정한 무대 체질 같아요.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어요. 멤버들끼리 분배를 하고 '내가 윙크를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랩 파트에서 윙크를 백만 번 하시는 거예요. '내 걸 뺏겼다'는 생각이 들었죠. 무대에서 날아다니시더라고요. 태구 선배님은 현역 아이돌 못지않게 귀여움이 남다른 것 같아요."
무대 촬영은 짧았다. 박지현은 실제로 무대 위에 서 있었던 시간이 이틀 정도였다고 했다. 그 짧은 시간에도 그는 무대가 주는 희열을 느꼈고 동시에 실제 가수들이 감당하는 무게를 새삼 떠올렸다.
"제가 생각했을 때 무대에서 촬영한 건 이틀밖에 안 됐는데 아쉬웠어요. 무대에 서 있던 순간에 얻었던 희열을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기도 했고요. 막상 허황된 꿈이 있었던 거죠. 영화는 편집되는 영상의 작품이잖아요. 편집의 기술과 서포팅을 받아야 하는 예술이라면 무대에 서는 가수들은 어떤 도움 없이 혼자 해야 하잖아요.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했던 것 같아요."
박지현이 본 도미와 자신의 닮은 점은 솔직함과 현재에 충실한 태도였다. 다만 도미처럼 살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선을 그었다. 대리 만족은 가능하지만 현실에서는 예의와 규범, 질서도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솔직한 거랑 현재에 충실한 건 닮은 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도미만큼은 못할 것 같아요. 대리 만족하기도 했고요. 도미처럼 살면 안 되잖아요. 사회적인 동물이다 보니까 도미처럼 살면 도미는 행복하겠지만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친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의와 규범, 질서를 지켜야 하니까요. 도미처럼 사는 걸 꿈꾸긴 하겠죠. 저에게도 도미 같은 면이 있지만 도미보다는 덜한 것 같아요."
코미디 연기는 박지현에게 새로운 숙제였다. 그는 웃기기 위해 애쓰는 것보다 장면과 인물이 진심으로 느껴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코미디를 해본 경험이 많지 않았던 만큼 촬영 내내 이것이 맞는지 스스로에게 묻는 시간이 많았다.
"코미디뿐 아니라 모든 연기에서 어느 부분을 다르게 해서 꺾어볼까 하는 걸 중점적으로 고민해요. 일상적인 대화나 감정 연기도 연기가 연기 같지 않고 현실감 있게 보이려면 그런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코미디야말로 그게 중요하다는 걸 연기하면서 느꼈습니다. 코미디 연기를 많이 해보지 못해서 경험이 적으니까 연기하면서도 '이게 맞나' 하는 질문을 계속 했어요. 영화를 보고 나서도 제가 잘한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감독님과 어떻게 해야 도미가 웃길지를 고민하기보다 어떻게 해야 진심으로 느껴질지를 가장 많이 고민했습니다. 웃기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했어요."
박지현에게 '와일드 씽'은 큰 도전으로 남았다. 단순히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는 의미만은 아니었다. 가장 어려운 연기 중 하나였고, 동시에 앞으로의 코미디 연기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저에게 이 작품은 큰 도전이었어요. 단순히 지금까지 보여드렸던 모습과 다른 걸 보여드려서가 아니라 제일 어려운 연기라고 생각하면서 노력했던 것 같아요. 저에게도 연기적으로 숙제를 남겨주는 작품이기도 하고 결과적으로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 같고요. 하고 나서야 '이런 게 이 장르의 맛이구나' 하는 걸 알게 됐습니다. 연기 공부를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앞으로의 코미디 연기에 있어서 시작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