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사우스를 말할 때마다 늘 붙는 수식어가 있다. ‘대체 시장’이다. 하지만 지금 이 표현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 인도와 베트남은 더 이상 중국을 대신할 값싼 생산기지가 아니다. 미·중 갈등에 중동 전쟁, 미국의 관세 압박까지 겹친 지금, 글로벌 사우스는 한국 경제가 버티기 위해 들어가야 하는 공간에 가깝다.
인도에서 그 변화는 이미 숫자로 드러난다. 포스코가 JSW와 손잡고 추진하는 10조원 규모 제철소는 단순 투자로 보기 어렵다. 중국이 가격으로 시장을 흔드는 상황에서 현지 생산으로 직접 수요를 흡수하고 구조를 바꾸겠다는 선택이다. HD현대가 조선소 협력을 추진하고, 삼성과 현대차가 제조와 모빌리티를 확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AI와 디지털까지 얹히면서 인도는 더 이상 ‘진출지’가 아니라 산업을 함께 설계하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인도의 규모와 한국의 속도가 만나는 지점이다.
베트남은 또 다른 의미에서 중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하노이에서 “양국 관계는 참으로 특별하다”고 강조한 배경에는 숫자 이상의 축적된 시간이 있다. 한국은 베트남의 최대 투자국이고, 이미 생산기지로서는 깊숙이 들어와 있다. 문제는 그 다음 단계다. 원전과 인프라, 과학기술 협력을 통해 공급망을 함께 짜겠다는 이번 메시지는 방향은 맞다. 다만 아직은 ‘가능성’에 가깝다. 베트남이 단순 조립 기지를 넘어 에너지와 기술이 결합된 공급망의 한 축으로 자리 잡으려면, 한국도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한다.
여기서 한국 전략의 한계를 본다. 우리는 여전히 ‘잘 만들어서 수출하면 된다’는 모델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의 세계는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미국은 관세로 시장을 걸어 잠그고, 중국은 가격으로 질서를 흔들며, 중동은 언제든 공급을 멈출 수 있는 변수로 남아 있다. 이 구조에서 한국이 혼자 버티는 것은 불가능하다.
글로벌 사우스를 ‘진출’이 아니라 ‘공동 설계’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 한국이 기술과 속도를 제공하고, 현지는 시장과 자원을 제공하는 단순 교환을 넘어, 함께 생산하고 함께 소비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미국의 관세 리스크도, 중동의 공급 불안도 같이 버틸 수 있다.
글로벌 사우스는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니다. 지금 한국이 서 있는 자리에서 보면, 그곳은 이미 돌아갈 수 없는 방향이다. 문제는 우리가 그곳에 얼마나 빨리 가느냐가 아니라, 어떤 관계로 들어가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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