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취임 22일 만에 국회를 다시 찾았다. 취임 초반부터 '협치'와 '정치복원'을 강조해온 만큼, 야당인 국민의힘의 '불참 보이콧' 등은 없었지만,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선을 두고 묵직한 신경전이 오갔다.
이 대통령은 26일 오전 9시 40분경 국회에 도착해 시정연설에 앞서 사전환담에 참석했다. 환담에는 이 대통령을 비롯해 우원식 국회의장,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김선민 조국혁신당 당 대표 권한대행 등이 자리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여야 지도부를 향해 "의견이 많이 충돌할 수 있지만 그건 의견이 서로 다를 뿐 틀린 건 아니라는 생각으로 다름을 인정하고 공존·존중하면서 국민 저력을 모아 이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자"며 협치를 당부했다. 이어 "제가 이제 을이라 각별히 잘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비공개로 진행된 10여분 간의 차담에서는 김 후보자에 관한 지명 철회 요구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김 비상대책위원장은 시정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총리 지명자에 대한 우려를 말했다"며 "그 자리에서 대통령은 특별한 말씀은 없었지만 배석했던 한 관계자가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약 50% 넘는 것을 생각해달라고 답을 주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굉장히 당황스러운 말씀이었다"며 "국정지지율이 50% 넘는다고 해도 아무나 검증되지 않는 분을 총리로 지명하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어, 국민 상식에 맞는 인사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김 후보자 지명을 둘러싼 야당의 견제는 본회의장에서도 이어졌다. 환담을 마친 이 대통령은 예정보다 6분 늦은 오전 10시 6분경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이 대통령이 들어서자 민주당 의원 전원은 밝은 표정을 짓고 기립박수로 환영했다. 이 대통령은 의원 한 명 한 명과 악수하며 단상으로 향했다.

연설을 마친 이 대통령은 야당 의원석으로 향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소 굳거나 긴장된 표정으로 이 대통령과 악수를 나눴다. 그중에는 이 대통령에게 의견을 건네는 의원도 있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김 총리 임명은 안 된다"며 두 차례 말하자 이 대통령이 권 의원의 팔을 툭 치며 웃기도 했다.

한편 이날 시정연설에서는 민주당 차기 당 대표 선거를 둘러싼 미묘한 기류도 포착됐다. 정청래 의원은 국회 본청 문 앞으로 나가 이 대통령을 맞이했고, 박찬대 전 원내대표는 본회의장에서 기다리다가 이 대통령 입장 순간 가장 먼저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박 전 원내대표를 발견하고는 반갑게 달려가 손을 잡았다.
이 대통령이 본회의장 퇴장 전 나란히 서있는 정 의원과 박 전 원내대표의 손을 포개잡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박 전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이 당 대표였을 시절 저는 원내대표를, 정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하지 않았나"라며 "그 시절부터 정권교체까지 함께 하며 전당대회 등도 축제로 만들었던 만큼, 멋지게 경쟁해달라는 의미로 손을 포개잡은 것 같다"며 후일담을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