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 몰아치는 퍼펙트스톰] ②늘어나는 좀비대학을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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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조 기자
입력 2021-04-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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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입생 실종사건 '인서울'까지 정원미달

  • 학령인구 확 줄어 올해 추가모집 2.7배로

  • 통폐합으로 생존책 찾지만 안팎으로 반발

문재인 정부 교육개혁이 위기를 맞고 있다.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대학은 넘쳐나고, 유례없는 감염병에 캠퍼스 낭만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특수목적고등학교 손질과 고교학점제 같은 새로운 개념에 학부모와 학생은 혼란이 가중됐다. 또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조했으나 입시 비리는 어김없이 터졌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그동안 정파성을 뛰어넘지 못한 교육개혁이 '이번에는 다를까' 새 정부 때마다 기대하지만 충족되지 않는다. 이에 본지는 총 다섯 차례 기획을 통해 교육개혁 의미를 되새기고, 올바른 방향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대학 신입생 모집 정원 미달이 흔해지고 있다. 서울 4년제 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이른바 '인서울'이 아닌 대학들은 더 어렵다. 저출산 기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 영향이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겹쳐 재정 위기를 겪는 대학도 적지 않다. 수요·공급에 따라 자연스러운 수순이지만, 대처가 쉬울 리 없다. 상아탑을 지향해서가 아니라 유행에 따라 대학간판을 달아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곳들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대학 신입생 감소··· 인서울도 추가 모집 多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전경.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서울관광재단]

 
올해 4년제 대학 신입생 추가 모집 규모는 16년 만에 최다치를 기록했다. 안심하고 있던 서울·수도권 대학 추가 모집도 50%가량 늘었다. 대학들은 학과 정원을 줄이거나 지역 대학 간 통폐합 등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임시방편일 뿐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신입생을 추가 모집한 대학은 전국 162곳으로, 그 수가 2만6129명에 달한다. 지난해(9830명)보다 2.7배, 2019년(7437명)보다는 무려 3.5배 증가한 수치다. 직전 최다치를 기록한 2005년(3만2540명)보다는 적지만, 그때보다 정시 모집 비율이 높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더 많게 느껴진다.

추가모집은 수시·정시 모집 합격자가 등록을 포기해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경우 진행된다.

주로 지방대에서 추가 모집이 이뤄졌는데, 규모가 지난해 8930명에서 2만3767명으로 2.6배 늘었다. 심지어 지방 거점 국립대 9개교도 추가 모집에 나섰다. 경북대는 모집정원 4624명 중 4555명, 전남대는 4207명 중 4067명만 최종 등록했다. 경상대(123명)와 부산대(90명)도 추가 모집 인원이 적지 않았다.

국립대가 아닌 지방대는 더 심했다. 추가 모집 인원이 500명 이상인 곳도 다수였다. 대구대(876명)·상지대(781명)·원광대(766명)·동명대(737명) 등 16곳이 해당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위기는 서울·수도권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경기·인천 소재 대학 추가 모집 규모는 1502명으로 지난해(1022명)보다 47% 증가했고, 서울 내 대학은 전년(488명) 대비 49% 늘어난 727명을 추가 모집했다.

서울에서는 홍익대가 추가 모집 인원 47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한성대(44명), 서울과학기술대(41명) 등이었다. 수도권에서는 한국산업기술대 253명, 신경대 181명, 안양대(강화) 82명 등 순으로 추가 모집이 발생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지속되면서 반수나 편입 등을 통한 추가 이탈 가능성도 있다"며 "추가 모집이 수시·정시 모집에 이어 새로운 '제3의 대입 모집 단위'가 될 거란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재정 부실 '한계대학' 증가

한계대학 지역별 분포. [제공=한국교육개발원]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운 한계대학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여기서 한계대학은 2010년 이래 정부 주도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 한 번이라도 부실대학에 포함돼 재정 지원·학자금 대출이 제한된 적이 있는 대학을 말한다.

서영인 한국교육개발원(KEDI) 고등교육제도연구실장은 최근 내놓은 '한계대학 현황과 정책적 대응 방안' 보고서에서 "인구 지형 변화로 인한 학령인구 급감이 대학 경영난과 재정 결손을 심화시켜 한계대학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경영자 비위나 도덕적 해이가 대학 부실 주요 원인이었던 과거 상황과 달라졌다는 의미다.

이 기준에 따르면 한계대학은 현재 총 84곳이다. 지역별로는 비수도권 소재 대학이 73.8%(62곳), 유형별로는 사립대학이 94%(79곳)로 많았다.

올해 들어 전체 4년제 대학 중 한계대학 비율은 경상남도가 70% 이상으로 가장 높았다. 강원도·충청북도·충청남도가 60~69% 수준으로 뒤를 이었다. 서울과 인천은 20∼29%로 가장 낮은 범위에 속했다.

2018년 신입생 충원율이 2016년 대비 하락한 한계대학은 38곳에 달했다. 같은 기간 중도 탈락률이 상승한 대학은 60곳이었다. 학생 취업률은 64.3%로 2016년보다 6.1% 포인트 떨어졌다. 대학 교육 성과 약화가 취업률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한계대학 등록금 수입은 2018년 423억원으로 3.4% 포인트, 한계대학 중 사립대 적립금 규모는 300억원으로 5.7% 포인트 각각 감소해 재정이 나빠졌다.

서영인 실장은 "한계대학을 발생 원인에 따라 회생 가능, 회생 불가, 자발적 퇴로 필요, 비자발적 퇴출 대학 등으로 구분해 정책 처방을 차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이를 위해 '한계대학 회생 제고를 위한 특별법'(가칭) 등을 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학·학과간 통폐합 추세··· 학생 '반발'도

 

19일 부산교대 본관 앞에서 부산교대 학생들이 부산대와의 통합에 반대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저출산 문제 해결에 힘쓰고 있지만, 과거 대학 부흥기 때처럼 인구(학생) 수가 많아지길 기대하긴 어렵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만 18세 학령인구는 47만6000여명으로, 지난해(51만2000여명)보다 약 3만5000명 감소했다. 2024년에는 43만여명, 2040년에는 28만4000여명으로 급감할 전망이다.

결국 대학들은 통합(구조조정) 카드를 하나둘 꺼내들고 있다.

경기도 내 국립대인 한경대와 한국복지대는 2025년까지를 통합 계획기간으로 정하고 조직을 개편하기로 했다. 지난 1월 교육부에 통합신청서도 제출했다. 경상대와 경남과기대는 올 3월부터 '경상국립대'로 통합해 새 출발했다.

강원대와 강릉원주대도 통합 논의가 한창이다. 2017년부터 '연합대학 체제'를 구축해오다 최근 논의를 구체화했다. 지난 2월 체결한 '강원권 1도 1국립대 캠퍼스별 특성화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바탕으로 플랫폼 구축 등에 머리를 맞댔다.

대학 간 통합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부산교대와 부산대는 19일로 예정됐던 통합 양해각서 체결식을 취소했다. 부산교대 총동문회가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통합 찬반 투표 결과 재학생 80% 이상이 반대하고 있다"며 "민주적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은 양해각서 체결은 절대 반대한다"고 밝혔다.

학과 통폐합 추진 계획을 밝힌 한국외대도 학생들 반대로 진통을 겪고 있다.

앞서 한국외대는 프랑스어·독일어·중국어교육과를 '외국어교육학부'로 통폐합하기로 했다. 이에 사범대학 학생회는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최근 교육부에 '사범대 폐지와 학부 신설안'을 반려해 달라는 공문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대학교육연구소는 '전체 대학 정원 감축'을 제안했다. 정부가 대학 재정 지원을 확대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노무현 정부가 수도권 대형 대학이 정원을 10% 줄이면, 재정 지원을 했던 것을 예로 들었다.

연구소 측은 "법정 기준에 못 미치는 교육 여건으로 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수도권 대학이 상당수"라며 "정원을 감축해 교육여건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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