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갑질의 뿌리된 ‘공항 의전’…“이제는 없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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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영 기자
입력 2018-12-2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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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분증 물의' 김정호 의원, 공항직원과 국민에 사과

  • 김성태 의원 신분증 없이 탑승 시킨 직원·기관 처벌

  • 권익위, 공항 귀빈실 특혜 방지 방안 발표

'공항 갑질'로 물의를 일으킨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원칙과 특권. 두 가지 룰이 동시에 존재하며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바로 공항이다. 신분증을 요구하는 공항 직원에게 갑질을 해 논란이 된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결국 사과했지만 국회의원의 공항 갑질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공항 갑질의 핵심에는 귀빈은 따로 예우한다는 의전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귀빈실 이용부터 출입국 절차 대행까지, 이제는 공항 의전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 의원은 지난 25일 신분증을 두고 언쟁을 벌인 공항 직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과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다.

김 의원은 지난 20일 밤 김포공항에서 김해공항행 비행기를 탑승하는 과정에서 공항 직원에게 신분증을 지갑에 넣은 채 보여줬다. 공항 직원이 신분증을 지갑에서 꺼내서 보여 달라고 요청하자, 김 의원은 “내가 국토위원인데 그런 규정이 어디 있다는 것인지 찾아오라”며 언성을 높였다고 한다.

그는 “공항 직원이 고압적으로 신분증을 빼달라고 하기에 항의했다”고 반박했지만 한국공항공사의 매뉴얼에 따르면 신분증 위·변조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신분증과 탑승권을 두 손으로 받고, 육안으로 확인해야 한다. 공항 직원이 매뉴얼대로 응대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신분증을 아예 보여주지 않은 채 비행기를 타 논란이 된 국회의원도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당시 원내대표)은 지난 4월 7일 김포공항에서 제주도행 비행기를 신분증 없이 탔다. 당시 공항 직원은 신분증을 요구했으나 김포공항 의전실 관계자와 대한항공 직원이 탑승을 도왔다. 논란이 일자 김 전 원내대표는 “규정상 잘못된 일”이라고 시인하며 사과했다.

하지만 당시 김 전 원내대표의 탑승을 도운 직원 7명은 징계를 받았다. 공항공사에 따르면 서울지역본부 직원, 신분증 확인 의무가 있는 특수경비업체 직원, 제주지역본부 직원 등은 내부 징계를 받았다. 공사 규정상 공항 관계자는 승객의 신분증을 확인해야 하지만, 이들은 김 전 원내대표에게 적극적으로 신분증 확인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또 공항공사는 서울지방항공청으로부터 과태료 1000만원을 부과 받았고, 대한항공 역시 75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했다. 해당 직원이나 기관이 김성태 의원에게 책임을 묻지도 않았다. 당연히 김 의원은 과태료 등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공항 직원이 원칙을 지키면 국회의원에게 갑질을 당하고, 의전을 하면 규정 위반으로 징계를 받는 모순적인 상황인 셈이다.

통상 신분증과 탑승권 확인은 특수경비업체 소속 직원이 한다. 하지만 국회의원과 같은 귀빈의 경우, 의전을 하는 공항 직원이 따로 있다. 국토교통부는 ‘공항에서의 귀빈 예우에 관한 규칙’을 시행령으로 정해놓고 있고, 공항 사규에도 의전 규정이 있다.

공항에서의 귀빈 예우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대통령 및 전직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국회 원내교섭단체 정당 대표 △주한 외교공관의 장 △그 밖에 공항공사 사장이 인정하는 사람은 귀빈실을 이용할 수 있다.

또 공항공사 사규에는 △장관급 이상 공직자 △국회의원 △국립대 총장 △언론사 대표 △정부 추천 기업인 △광역지방자치단체장 등까지 귀빈실 사용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귀빈실 사용자는 출입국 심사를 대행자가 대신해 줄 수 있고, 출입국 검사장을 통하지 않고 바로 출입국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다. 때문에 일반인은 해외로 나갈 때 최소 2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해야 하지만 귀빈실 사용자는 30분 전에만 도착해도 상관없다.

항공기는 테러 등 안전 문제로 탑승자의 보안검색을 매우 철저히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항에서 귀빈들에게 예외를 인정하고, 의전을 제공하는 데에는 공항공사 사장이 정권에 의해 낙점되기 때문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공항공사 사장은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인물을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토교통부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한국공항공사가 2002년 3월 공사로 전환된 이후 취임한 역대 사장을 보면 △7대 윤웅섭(경찰 출신) △8대 이근표(경찰) △9대 성시철(공사) △10대 김석기(경찰) △11대 성일환(공군) △12대 손창완(경찰)이다. 절반 이상이 경찰 출신으로 업무 연관성이 떨어진다.

이 가운데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한 김석기 전 사장은 용산 참사 당시 강경 진압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는데 공사 사장으로 취임해 논란이 일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손 사장은 20대 총선에서 안산 단원을에 출마한 적이 있다.

한편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18일 ‘공항 귀빈실 사용의 특혜 방지 방안’을 발표했다. 귀빈실 사용자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기 위한 조치다. 국토부·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공항공사에도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권익위는 귀빈실이 규정에 명시된 사용자 외에 무분별하게 이용되고 있고, 규정으로 허용된 대상이어도 공무 목적으로만 귀빈실을 사용해야 하는데 공항 측이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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