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죽음을'..제재 직면한 이란, 대규모 반미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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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8-11-05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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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제재 앞두고 반미 감정 고조

  • 경제·금융 제재로 이란 경제 타격 불가피

  • IMF, 올해 이란 경제 1.5% 마이너스 성장 전망

4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소재 미국 대사관 앞에서 시위대가 모여 성조기를 불태우고 있다. 이들은 한국시간 5일 오후 2시부터 발효되는 미국의 대이란 경제·금융 제재 복원을 규탄하고 항전을 다짐했다. [사진=AP/연합]


“미국에 죽음을”

4일(현지시간) 이란 전역에서 진행된 대규모 반미 집회에서 시위대가 외친 구호다. 시위대는 성조기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진을 불태우기도 했다. 

매년 이란에서는 이슬람혁명 당시인 1979년 11월 4일 대학생들이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을 점거하고 미국인 52명을 444일 동안 인질로 잡았던 날을 기념해 반미 집회가 열린다. 39주년을 맞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집회가 진행됐다.

특히 이날은 트럼프 행정부가 5일 0시(미국 동부시간 기준)부터 발효되는 대이란 경제·금융 제재를 앞두고 있어 시위는 더 격렬했다고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은 전했다.

이란 국영 언론은 테헤란에서 진행된 반미 시위를 생중계하며 반미 감정을 부채질했다. 현지 매체들은 전국 시위대 수백만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고 보도했으나 정확한 별도의 집계가 나오지는 않았다.

지난 5월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3년 만에 탈퇴를 선언한 트럼프 행정부는 8월 이란의 금속 및 자동차 산업에 1단계 경제 제재를 가한 뒤 5일부터 이란 경제의 고사를 목적으로 하는 2단계 경제·금융 제재를 복원했다. 이번 제재는 이란 경제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원유 및 천연가스 수출 및 금융 거래를 금지하는 것이라 이란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란 개인 및 700여개 기업에 대한 금융 제재도 동반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 기자들에게 “이번 제재는 역대 최강의 조치”라면서 “이란 경제는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은 40년간 미국 제재에 맞선 경험을 살려 독자 생존의 길을 모색하다는 방침이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적극적인 항전 의지를 밝혔다. 지난주 그는 “미국은 이란에 대항하는 새로운 국면에서 승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이란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에 장담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의 압력은 일시적이지만 우리의 관계는 영원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란 핵합의 나머지 당사국인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러시아 역시 핵합의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이란과 무역·경제협력을 계속하는 데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미국의 제재를 피해 유럽과 이란의 수출입 대금을 처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특수목적회사(SPV)’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다만 실질적인 효과는 미지수라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기업들 사이에서 미국의 제재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란의 경제 고립을 천명한 이후 서방 주요 금융기관들은 이란과의 거래를 중단했거나 중단을 준비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이미 100여개 다국적기업이 이란 사업을 철수했다고 밝혔다. 국제 은행 간 결제시스템인 '스위프트(SWIFT)'에서도 이란을 배제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미국의 제재는 이란 경제를 흔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달러·리알 환율은 올초 4만2000리알에서 14만4000리알까지 올랐다. 리알 가치가 3분의1토막 난 것이다. 리알화 급락은 수입품 가격을 끌어올려 인플레를 부채질한다. 식료품, 교통, 주택, 의료 등 전반에서 올해 두 자릿수 물가 상승이 전망된다. 이란 정부는 빈곤층에 무료로 식료품을 지급하고 중앙은행도 나서서 환율 방어에 나섰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민생고로 인한 불만이 높아질 경우 이란 정부는 정치적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란의 원유 수출도 제재 부과 전부터 큰 폭 감소했다. 핵합의 이후 일일 250만 배럴에 이르렀던 이란산 원유 수출은 지난달 일일 150만 배럴까지 떨어졌다. 미국은 유가 급등을 우려해 제재 이후에도 8개국에 이란산 원유 수입을 일시적으로 허용한다고 밝혔으나 결국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제로(0)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주 국제통화기금(IMF)은 제재 여파를 감안해 이란 경제가 올해 1.5%, 내년에 3.6% 각각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후 2020년이 되어서야 완만한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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