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제조업 상징 GE, 다우지수 퇴출…"트럼프는 시대역행"(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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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회 기자
입력 2018-06-2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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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우지수 원년멤버, 111년 만에 퇴출…"'제조→서비스' 美경제지형 변했다"

  • 제약·유통업체 월그린 대신 편입…"제조업 부흥" 외치는 트럼프 '시대 역행'

[사진=AP·연합뉴스]


미국 제조업의 상징 제너럴일렉트릭(GE)이 미국 뉴욕증시 간판인 다우지수에서 111년 만에 퇴출된다.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재편된 미국 경제 지형의 변화가 반영된 결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조업 부흥'을 외치며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전쟁을 벌이는 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비판이 뒤따르는 이유다.

◆다우지수 '터줏대감' GE 퇴출···'제조→서비스' 美경제지형 변했다

19일(현지시간)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다우지수를 내는 S&P다우존스지수는 이날 다우지수에서 GE가 빠지고 제약·유통업체 월그린부츠얼라이언스가 대신 편입된다고 발표했다. 종목 교체는 오는 26일 개장 전에 이뤄진다.

S&P다우존스지수의 데이비드 블리처 지수위원회 회장은 "미국 경제가 변했다"는 말로 종목 교체 배경을 압축했다. 그는 "오늘날에는 소비재·금융·헬스케어·기술 기업이 더 두드러진다"며 "산업기업의 상대적인 중요성은 덜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변화로 다우지수가 경제와 주식시장의 더 나은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GE는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1892년 세운 전구회사로 출발했다. '경영의 신' 잭 웰치, '혁신의 왕' 제프리 이멜트 같은 쟁쟁한 경영자를 배출하며 미국 제조업의 간판기업으로 성장했다. 항공기 엔진, 발전소 터빈, 기차, 중장비를 만드는 종합 제조기업이다.

미국 뉴욕증시의 '블루칩'으로 구성된 다우지수에는 1896년 지수가 처음 나올 때 원년 멤버로 편입됐다. 초창기에 두 차례 퇴출된 적이 있지만 1907년 이후 111년간 지수를 지킨 최장수 종목이다. GE가 다우지수에서 빠지면서 원년 멤버(12종목)는 물론 1907년 재편입 때 함께했던 종목들이 모두 지수에서 사라지게 됐다. 이로써 미국 최대 정유사 엑손모빌이 다우지수 30개 종목 가운데 가장 오래된 종목이 됐다. 엑손모빌은 '석유왕' 존 록펠러의 유산을 물려받은 '뉴저지 스탠더드오일'이라는 이름으로 1928년 지수에 편입됐다.

블리처 회장의 말대로 다우지수 종목의 변화는 미국 경제 지형의 변화를 보여준다. 다우지수 종목 가운데 원년 멤버 대부분을 차지했던 제조·에너지 기업은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줄었다. 다우지수 종목이 지금까지 52번 바뀐 결과다.

2000년대 들어 처음 편입돼 아직 남아있는 종목은 월그린 외에 ▲화이자·버라이즌(2004년) ▲시스코시스템스·트라벨러스(2009년) ▲유나이티드헬스(2012년) ▲골드만삭스·나이키·비자(2013년) ▲애플(2015년) 등이다. 모두 소비재나 금융, 헬스케어, 기술업종이다.

시장에서 유력하게 거론된 페이스북의 다우지수 편입은 불발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근 불거진 개인정보 유출 파문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GE의 다우지수 퇴출은 이미 예상된 일이기도 하다. 최근 실적악화로 주가가 곤두박질친 탓이다. GE 주가는 지난 1년 새 53% 추락했다. 다우지수 측은 이 역시 퇴출의 배경이 됐다고 밝혔다.

◆성장 부문 외면하고 "제조업 부흥" 외치는 트럼프 '시대 역행'

뉴욕타임스(NYT)는 18일 "트럼프 대통령이 향수병에 사로잡혀 경제적 승자를 고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조업과 철강 등 한때 잘 나갔지만, 이제 한물 간 부문의 부흥을 추진하며 정작 고속 성장하고 있는 부문을 희생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정보기술(IT) 산업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전쟁을 벌이고,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한 것도 제조업과 철강, 화석연료 등 이른바 '블루칼라' 기업들의 과거 영광을 되살리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일방통행에 따른 보복 위험은 해외 매출 비중이 큰 미국 IT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더해 강력한 반이민 정책으로 실리콘밸리의 외국인력 수급에 제동을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향수병이 오히려 GE의 몰락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GE는 사업 특성상 철강과 알루미늄 수요가 상당하다. 안 그래도 국제 철강 가격이 점점 비싸지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산 철강에 폭탄관세를 물리면 가격이 더 오를 수밖에 없다. GE뿐 아니라 미국의 다른 관련 제조기업도 막대한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된다. 업계를 불문하고 경쟁이 워낙 치열해 비용부담을 고객에게 떠넘기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손실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GE는 해외사업 비중이 절대적이다. 진출한 나라가 전 세계 180여개국에 달해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해외에서 거둔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무역 공세에 무역상대국이 보복에 나서면 해외사업 환경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내수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미국에서는 GE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해외시장에 목을 매고 있다.

한편 GE 주가는 이날 다우지수 퇴출 소식이 나온 직후 1.5% 넘게 떨어지고, 월그린은 다우지수 편입 소식에 2.5% 넘게 올라 희비가 엇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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