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 싸움에 '새우등' 괌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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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7-08-2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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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연합]


이달 초 북한의 포위사격 경고 이후 괌 주민들은 군사 도발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 속에서 미군 병력 증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한층 높이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괌 주민들 사이에서 미국으로부터의 독립을 포함해 괌의 ‘정체성'을 재고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 등 현지 매체들은 보도했다.

한 주민은 WSJ에 “괌이 미국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은 미국이 우리를 구한다는 의미지만 오히려 지금은 미국의 지배가 괌을 위험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달 10일 유엔의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안이 가결되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분노와 화염’이라는 경고를 받자 괌 주변을 중장거리 탄도미사일로 포위사격하겠다고 위협했다. 북한이 괌에 군사 도발을 경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괌 주민들은 최근 위협이 빈말이 아닌 것으로 느끼고 있다고 외신들은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괌 주민들은 괌이 미국 영토임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목소리가 워싱턴까지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큰 불안을 느끼고 있다. 1898년 미국·스페인 전쟁 이후 미국령이 된 이후 약 3년의 일제 식민지 시절을 제외하고 괌은 미국의 사법권 하에 있었다. 그러나 괌 주민들은 대선 등 연방 선거에 참여할 투표권이 주어지지 않는 데다 괌 의원들은 연방 의회에서 입법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사실상 연방 정책에 16만 괌 주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괌은 북한에서 가장 가까운 미국령이자 군사적 요충지로서 핵잠수함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등 미국의 전략적 자산이 집결된 미국의 '핵심 군수창고'다. 미국 국방부는 괌 면적 1/3을 차지하는 군사기지를 추가 증설하고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하는 해병대를 괌으로 이전하는 등의 괌 병력 확대를 계획했는데 현지 주민들의 반발과 소송, 환경평가 요구 등으로 인해 일부는 연기되거나 제한되고 있다. 일례로 2022년부터 오키나와에서 이전할 해병대 병력 수는 당초 8000명에서 5000명으로 줄었고 사격장 신설 등의 계획은 유적지 파괴 위험으로 무산됐다.

괌 주민이 기지 증설에 반감을 갖는 것은 지정학적 위협 때문만은 아니다. 미군 주둔으로 인한 사회적·환경적 피해도 막대하다고 주민들은 토로한다. 토지의 국방 이용 목적이 우선시되다보니 일부 주민들이 수백 년 동안 살던 터전에서 쫓겨나야 하는 일도 발생하며 잦은 군사 훈련 등으로 주변 바다가 오염되는 것에 대한 불만도 높다. 

최근 괌 주민들은 괌의 정체성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으로부터의 완전한 독립, 미국 정부의 원조를 받는 자유연합(free association), 미국 연방에 1개 주(州)로 공식 편입하는 방안 등 세 가지 옵션이 거론된다.

최근에는 북한의 위협 속에서 완전한 독립을 원하는 이들도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CNBC는 현지 주민의 말을 인용하여 만약 지금 시점에서 괌의 정치적 지위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할 경우 독립 의견이 35%를 차지할 것이라면서 독립 요구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관측통들은 내년 괌 주지사 선거와 함께 독립을 묻는 주민투표가 실시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에디 칼보 괌 주지사 역시 주민투표를 통해 괌의 독립 문제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괌에서는 지금까지 독립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주민투표가 수차례 시도됐으나 법적 문제 등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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