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에 AI가 결합하면 차량이 스스로 에너지를 선택하고 관리하기 때문에 가성비(효율성)가 상상을 뛰어 넘을 정도로 좋아집니다. 에너지의 극단적인 효율성을 추구하는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과 맞닿아 있죠. 이미 완충 4분, 1회 충전 주행거리 2500㎞ 시대가 열렸습니다. 압도적인 가성비가 해결하지 못할 불편함이란 없습니다."(중국A사 관계자)
올해 베이징 모터쇼는 흡사 거대한 '에너지 박람회'였다. 축구장 53개 면적을 가득 채운 1400여 대의 차량 중 관람객의 발길이 멈춘 곳은 화려한 외관의 슈퍼카 전시장이 아니다. 영하 35도 아이스박스 안에서 5분 만에 배터리 70%를 채우는 BYD의 충전 시연과, 6분대 완충을 자랑하는 CATL의 3세대 배터리 기술 부스 앞이었다. 과거 '카피캣'으로 비웃음을 사던 중국 자동차 산업은 이제 전 세계 에너지 패권을 장악하며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한 수 배우기 위해 줄을 서는 '혁신의 발원지'로 변모했다.
급격한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는 중국 정부의 치밀한 '신에너지차(NEV) 육성 전략'이 깔려있다. 과거 중국은 전기차 보조금을 살포하고 세제 혜택을 제공하거나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강력한 번호판 규제 등을 통해 자동차 시장의 전동화 전환을 부추겼다. 최근 달라진 점은 정부의 역할이 마치 어린 자녀를 양육하듯 시장의 '보호자'를 자처하던 입장에서 '적자생존'을 독려하는 엄격한 관리자로 변모했다는 점이다.
중국은 이제 시장 성장의 강력한 촉매제가 된 전기차 보조금을 줄이고, 경쟁력이 떨어진 곳은 과감히 잘라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반년마다 신차를 쏟아내고 가격을 낮추며 기술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해 중국 자동차 평균 판매이익률은 4%로 역사적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런 혹독한 시장에서 살아남은 BYD, 지리자동차그룹 등은 어떤 경쟁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스타' 기업이 됐다.
한국 자동차 산업에서 중국은 가장 가혹한 교과서다. 한때 10%를 넘나들던 현대차·기아의 점유율이 급락한 것은 뼈아프지만 이제 그 실패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이번 모터쇼에서 공개된 현대차의 '아이오닉 V'는 그 처절한 반성의 결과물이다. 현대차는 자체 플랫폼 고집을 내려놓고 중국 베이징자동차와 공동 개발한 플랫폼을 채택했다. 배터리는 CATL, 자율주행은 모멘타, 인포테인먼트는 바이트댄스의 기술도 이식했다. "기술은 빌리되 브랜드의 가치는 빌리지 않겠다"는 현지화 전략은 국내 기업이 신흥 시장에서 취해야 할 유연성을 보여준다.
현대차가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한국 시장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 중국은 자동차를 10년 이상 타는 내구재가 아닌 6개월마다 업데이트되는 소프트웨어 기기로 인식한다. 개발 주기를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SDV 전환을 서두르지 않으면 하드웨어 명가(名家)의 지위는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또 벤츠, BMW, 폭스바겐 등 글로벌 기업이 중국의 스타트업과 손잡고 '인 차이나, 포 차이나(In China, For China)' 전략을 취한 것처럼 국내 협력사 중심의 폐쇄적 생태계에서 벗어나 전 세계의 첨단 IT·배터리 기업들과 유연하게 결합하는 개방형 혁신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중국에서 많이 배우고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시장이자 가장 치열한 경쟁 무대인 중국에서 입증된 기술력은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 보증수표가 됐다. 아이오닉 V가 중국이라는 극한의 경쟁 무대를 뚫고, 대륙을 넘어 세계 시장을 제패하는 시간이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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