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대표는 "국정조사와 특별검사로 총체적 부실이 밝혀진다고 해도 그때 가서 재선거를 실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재선거를 외치는 시민의 함성이 커지고 있다. 국민 분노에 정치가 답을 내놔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제는 국민 전체까지 끌어들이며 선거에 대한 불신을 반복적으로 부추기고 있다. 선거 관리에 대한 미비점과 일부 의혹을 근거로 들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지금 단계에서 재선거 요구는 지나치게 성급하고 무책임한 주장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주의 꽃'인 선거의 '공정'을 위해 각종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는 당연히 필요하다. 다만 의혹의 존재와 재선거 실시는 동일한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선택을 무효화하고, 국가 전체를 다시 투표장으로 불러내겠다는 재선거 주장은 전혀 차원이 다른 것이다.
특정 지역에서 발생한 의혹이 있다면 해당 선거구 차원에서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법적 절차를 통해 판단을 받는 것이 순서다. 그러나 문제를 곧바로 전국 단위 선거 전체의 정당성 문제로 확장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선거는 지역별로 관리되며 투표와 개표 역시 구체적인 행정 단위에서 이뤄진다. 이에 따라 그 범위 안에서 검증되고 시정되는 것이 원칙이다.
정치인은 국민의 분노를 대변할 수 있지만 신중해야 한다. 특히 제 1야당 대표의 말은 국회의원 개인의 발언과 다르다. 한마디가 정당의 공식적 방향성은 물론 지지층에게까지 인식이 된다. 이 메시지가 사회 전체의 분위기도 바꿀 수 있다. 충분한 검증이나 법적 판단 없이 재선거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야당 대표로서 무게를 스스로 가볍게 만드는 것이다. 선거와 같은 민감한 사안에서는 더욱 그렇다.
의혹만으로 재선거를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순간 국민은 "내가 행사한 한 표는 무엇이었나"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 일부 지역의 의혹을 전국으로 확대 해석하는 발언이 반복될수록 선거 자체를 의심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모인 시민들의 요구를 부정 선거 음모론으로 변질 시키는 것도 보수 정당의 대표가 해서는 안 될 행위다.
재선거 역시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다. 국민이 내린 결정을 다시 묻겠다는 선언이다. 필요한 것은 재선거라는 결론이 아니라 사실에 대한 입증이다. 증거가 결론을 이끌어야지, 결론이 증거를 찾게 해서는 안 된다. 절차와 검증을 거쳐 결과를 수용하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원칙을 가볍게 흔드는 발언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
선거 관리 부실은 분명 비판받아야 한다. 하지만 모두 재선거를 의미하지 않는다. 정치가 해야 할 일은 의심을 키우는 것이 아닌 신뢰 회복이다. 장 대표의 재선거 주장은 사회적 혼란을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태도다. 분노를 자극하는 구호보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언어를 먼저 선택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민주주의를 흔드는 언어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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