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성의 현실중국] 같은 출발, 다른 결말...CXMT와 푸젠진화의 첫 단추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 CXMT 사진로이터연합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 CXMT [사진=로이터·연합]
10년전인 2016년, 중국에 두 곳의 D램 업체가 탄생했다. 하나는 대만과 마주한 푸젠성이 설립한 푸젠진화(福建晉華)였고, 또 하나는 반도체와 LCD 산업 육성에 '올인'하던 허페이성이 설립한 CXMT(창신커지, 長鑫科技)였다. 같은 해 설립됐지만 두 기업의 운명은 극명하게 갈렸다. 

CXMT는 최근 증시에 상장하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경쟁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반면 푸젠진화는 장기간 사업이 올스톱됐으며, 현재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두 회사는 각각 12인치 웨이퍼 공장 설립을 목표로 수백억 위안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비슷한 조건에서 출발했다. 착공 속도만 보면 오히려 푸젠진화가 앞서 있었다. 푸젠진화는 당시 대만 롄화(聯華)전자(UMC)와 손잡고 32나노 D램 기술을 이전받는 방식을 택했다. 그런데 롄화전자에 합류한 인력 일부가 마이크론 출신이었고, 2017년 마이크론이 영업비밀 절취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2018년 10월 미국 상무부는 푸젠진화를 실체리스트(수출통제 대상 명단)에 올렸다. 공식 사유는 "미국산 기술을 절취한 것으로 보이는 업체가 미국 업체의 경제적 생존을 위협한다"는 것이었다. 

그 즉시 푸젠진화의 공급상이었던 미국 반도체 장비·소프트웨어 업체가 거래를 끊었다. 선적을 앞둔 반도체 장비는 창고로 복귀해야 했다. 그리고 UMC도 푸젠진화와의 협력 중단을 선언했다. 이로써 완공 직전이었던 푸젠진화의 공장 건설은 멈춰섰다. 이후 소송은 6년 가까이 이어졌고, 결국 2024년 미국 법원은 푸젠진화의 영업비밀 절취 혐의에 무죄 평결을 내렸다. 하지만 푸젠진화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현재 푸젠진화는 중국산 장비들을 활용해 공장을 재가동했지만 글로벌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는 현격하다. 

반면 CXMT는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CEO였던 주이밍(朱一明)은 파산한 독일 키몬다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사들이고 미국 램버스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합법적으로 지재권을 확보했다. 경쟁사의 인력이나 영업비밀을 건드렸다는 논란의 소지를 차단했다. CXMT는 2019년 9월 허페이 1공장에서 8Gb DDR4 양산을 시작했다. 중국 반도체 라인이 대개 그랬듯 CXMT 역시 해외 장비 의존도가 낮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미국이 당시 CXMT를 실체 리스트에 올렸다면, CXMT 역시 푸젠진화와 비슷한 길을 걸었을 것이다. 하지만 CXMT는 기술 절취 혐의나 형사 사건이 없었다. 미국이 CXMT를 실체 리스트에 올릴 명분도 부족했다. 

이후 미국 국방부가 CXMT를 중국군 연계 기업 명단에 등재하는 등의 제재가 부과됐지만 장비·기술 공급을 전면 차단하는 실체 리스트 등재는 지금까지 보류된 상태다. 그 사이 CXMT는 허페이 2공장, 베이징 1공장을 완공했다. 이들 공장에는 중국산 반도체 장비가 대거 적용됐다. 그리고 AI발 메모리 슈퍼사이클을 타고 2025년 창사 이래 첫 흑자를 기록했다. 현재는 애플, HP 등과 제품 공급 협상을 하고 있다. 베이징 2공장 건설도 추진되는 등 고속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두 기업의 갈림길은 결국 '기술을 어떻게 확보했는가'라는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UMC를 통한 인력 이전은 절취 혐의라는 빌미를 남겼지만, CXMT의 특허 매입은 그 빌미 자체를 남기지 않았다. 이 '첫 단추'가 두 기업의 오늘을 완전히 갈라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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