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미국과 중국을 ‘2차대전 당시 동맹국’이라고 부르고, 중국에서 일본군과 싸운 미국인 의용대의 활약을 치켜세웠다. 시 주석은 이날 만찬에서 ‘일본 군국주의 침략자’를 직접 거론했다. 일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일본을 ‘신형 군국주의’라고 비판해 온 중국의 ‘항일’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 관련 우려를 직접 전달한 지 이틀 만에 나온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시 주석 환영식에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양국 국민은 많은 차이를 넘어 가까워졌고, 2차대전 때는 동맹국이 됐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일본군과 싸운 미국인 의용대 ‘플라잉타이거스’도 거론하며 그들의 활약을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힘을 합쳐 전쟁에서 승리했듯 시 주석과 나는 앞으로도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시 주석도 “2차대전 당시 중국과 미국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파시즘의 침략에 맞섰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당시 미국의 동맹 상대는 현재 시 주석이 이끄는 중화인민공화국이 아니라 장제스 정권의 중화민국이었다.
중국은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관련 국회 답변 이후 일본을 ‘신형 군국주의’라며 비판해 왔다. 요미우리는 미국과 중국이 함께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중국의 ‘항일’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지금이야말로 2차대전 승리의 성과를 함께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닛케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시 주석의 그간의 요청에 호응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22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에 대한 일본의 우려를 직접 전한 바 있다.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2차대전 당시 동맹국으로 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닛케이에 따르면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1998년 장쩌민 당시 국가주석과의 만찬에서 2차대전 때의 동맹 관계를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난 5월 베이징 만찬에서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하며 같은 표현을 썼다. 이번에는 다른 사람의 발언을 인용하지 않고 자신의 말로 동맹국이었다고 강조했다. 닛케이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국의 미국산 제품 추가 구매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거래의 일환으로 역사에 관한 ‘말의 답례’를 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대만 문제에서도 미국이 중국의 요구를 어디까지 받아들일지가 쟁점이다. 중국 외교부 발표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대만 독립’에 반대한다는 올바른 입장을 견지하고 대만 문제를 신중히 다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미국이 그동안 써 온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보다 강한 표현을 중국이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어떻게 반응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는 회담 후 대만 문제를 논의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훌륭한 회담이었다”고만 답했다.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도 쟁점이다. 닛케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무기 판매를 중국과의 ‘좋은 협상 카드’로 보고 실행을 미뤄 왔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도 무기 판매를 보류하라고 거듭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닛케이의 분석이다.
회담을 앞두고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가 미중 관계의 안정을 바라면서도 양국의 밀착으로 일본이 배제되는 상황은 피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미국이 대만 안보에 계속 관여해야 동아시아가 안정된다는 게 일본 정부의 인식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미국의 관여를 붙잡아 두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