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과 달랐던 李 첫 시정연설…'민생 회복' 진정성 호소 주력

  • 조속한 추경 위해 '을' 자처···민생 위한 여야 협치 강조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부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 제출과 관련해 첫 시정연설을 마치고 국민의힘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부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 제출과 관련해 첫 시정연설을 마치고 국민의힘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취임 22일 만에 첫 시정연설에 나섰다. 그는 연설에서 “새로운 나라,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은 대통령 혼자 또는 소수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국회의 협조를 호소했다.

이는 시정연설을 보이콧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야권의 비협조를 이유로 11년 만에 시정연설을 건너뛰었다.

이날 이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위해 야당의 협력을 거듭 요청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방향성과 추경의 필요성, 예산 사용 목적 등을 조목조목 설명하며 국회를 설득하는 데 집중했다. 

이 대통령은 ‘민생 경제 회복’의 시급성과 진정성을 강조하면서 감정적 대응은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설에 앞서 여야 지도부와 가진 환담에서도 이 대통령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공정과 존중을 바탕으로 국민의 저력을 모아 대한민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로 함께 우뚝 서길 바란다”며 “이제 제가 을(乙)이기 때문에 각별히 잘 부탁드린다”고 몸을 낮췄다.

이는 예산 심사 권한이 국회에 있는 만큼, 신속한 편성과 조속한 집행이라는 추경 원칙을 관철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무너진 경제를 회복하고 민생경제를 살리는 일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라며 “하나된 힘으로 숱한 국난을 이겨낸 위대한 국민의 저력이라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복합적 경제 위기를 돌파할 해법으로 '협치'를 촉구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내수 진작을 위해 예산 11조3000억원, 투자 촉진을 위해 3조9000억원, 소상공인 및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5조원, 세입경정을 통한 재정 정상화에 10조3000억원 등을 편성했다며 예산안 구성의 이유도 상세히 설명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줄곧 ‘소통’을 강조해온 만큼, 시정연설에서도 야당과 대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그는 “경제와 민생 앞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이번 추경은 경제위기라는 가뭄을 해소할 마중물이자,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추경안에 담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해 달라”며 “야당 의원들께서도 필요한 예산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씀해 달라”고 밝혔다. 민생을 위한 협치의 문을 활짝 열어둔 것이다.

연설 직후 이 대통령은 야당 의원들의 자리로 찾아가 일일이 악수를 청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하며 항의했지만, 이 대통령은 이를 웃어 넘기며 감정적 대응을 자제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어깨를 툭 치며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여유도 보였다.

정치권에서는 이날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대해 ‘군더더기 없는’ 진정성 있는 메시지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불필요한 정치적 갈등 요소를 줄여 이전과 달리 피켓 시위나 시정연설 보이콧 등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이 대통령이 시정연설의 핵심을 추경에 정확히 맞췄다”며 “여야의 대립보다는 공감 가능한 부분을 강조해 고환율·고금리·고물가라는 복합 경제 위기 속에 적절한 시정연설이자 호소였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인사 문제 등 논란이 될 만한 사안은 연설에서 모두 제외한 점이 중요했다”며 “경제와 외교에 있어서는 여야가 협력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야당으로서도 시정연설에 찬물을 끼얹기 어려웠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이 대통령은 시정연설 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골목 상권에 위치한 한 대구탕집을 찾아 점심 식사를 하며 민생 회복을 위한 추경 편성에 진정성을 재강조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공지를 통해 "이 대통령은 골목 상권이 살아야 경제가 살고 민생이 산다고 강조하며 점심 식사를 하는 시민과 대화를 나누고 자영업자들의 체감 경제, 민생 경제 현황을 살폈다"면서 "국회로 넘어간 추경안이 통과해 시민들이 느끼는 삶의 형편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고 경제회복의 마중물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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