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학개론] "풍문으로 들었소" 공시로 보는 기업의 소문 '조회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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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우 기자
입력 2024-01-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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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을 보게 되면 보고서명이 재밌는 공시가 있습니다. 바로 ‘조회공시’인데요. 조회공시요구 뒤에 괄호로 ‘풍문 또는 보도’라고 적혀 있는 걸 보면 2012년 개봉했던 영화 ‘범좌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에서 흘러나왔던 유명한 배경음악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조회공시제도는 투자자보호를 위해 풍문, 보도내용 등의 사실여부 및 주가와 거래량이 급변할 때 투자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공개정보 여부를 증권선물 거래소가 상장법인에 확인하는 제도입니다.
 
이처럼 투자자 보호를 위해 도입된 제도인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는 조회공시 관련 공시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회공시 대상에는 상장사 공시의무사항에 관한 풍문 및 보도 등이 해당됩니다. 풍문 등이 없더라도 주가 및 거래량이 급격히 변해 시황변동기준에 해당되는 경우 상장사에 중요정보 유·무를 조회공시요구할 수 있습니다.
 
상장사는 조회공시요구에 대해 1일 이내로 답변해야 합니다. 풍문에 대한 답변은 조회공시요구시점이 오전인 경우 당일 오후까지, 오후 또는 토요일인 경우 익일 오전까지 답변을 완료해야 합니다.
 
만약 기한 내 답변하지 않으면 공시 위반으로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될 수 있습니다. 답했더라도 풍문 등 보도에 관한 사항은 1개월 내, 급격한 시황 변동에 대한 사항은 15일 이내 답변 내용과 상반되거나 중요 변동이 발생하면 공시 불이행 또는 번복으로 불성실공시법인이 될 수 있습니다.
 
조회공시요구에 대한 답변을 살펴보면 미확정, 부인 또는 중요정보없음으로 이뤄집니다. 미확정 답변 공시는 구체적인 사항이 정해지면 즉시 공시해야 하고, 아닐 경우 1개월 내 재공시를 해야 합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조회공시요구에 답변을 볼 때 미확정됐다는 사실에 초점을 두는 게 아니라 미확정된 ‘내용’이 무엇인지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예를 들어 A상장사가 유상증자에 관련된 조회공시요구에 “유상증자 등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을 검토 중이나 확정된 바 없다”는 미확정 답변을 했다면 자금조달을 추진하는 사실이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관련된 내용의 후속 공시에 대해서도 꼼꼼히 챙겨봐야 합니다.
 
지난해 10월 26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우리금융지주에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검토 보도와 관련해 조회공시요구를 했습니다.
 
이튿날 우리금융지주는 “당사는 상상인저축은행 인수와 관련해 검토 중에 있으나, 본 공시 시점 현재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답했습니다. 이후 같은 해 11월 20일 우리금융지주는 “당사는 그룹의 저축은행부문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상상인저축은행 지분 인수를 검토했으나,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최종적으로 답변했습니다.
 
당시 우리금융지주 주가를 살펴보면 미확정 답변 당일과 3거래일간 1.23~1.41% 하락세를 보였으며, 최종 답변 다음 날인 11월 21일에는 1.84% 상승해 투자심리가 회복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처음에 부인했다가 뒤집어지는 사례도 있습니다.

2021년 카카오가 카카오커머스 합병에 대한 조회공시요구에 "검토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가 이후 지분 100%를 취득하며 합병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조회공시가 상장사 입장에서 그리 달가운 일은 아닙니다. 뜻하지 않은 미공개 정보가 시장에 흘러 들어갔을 수도 있고, 해당 정보가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반대의 경우라고 해도 명확하지 않은 풍문은 악재로 돌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부 기업 공시 담당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조회공시요구에 대한 답변을 하기가 조심스럽다고 합니다. 한 기업 공시 담당자는 “조회공시요구에 대한 답변이 계약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더라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검토하는 기업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조회공시요구에 대한 답변으로 부인보다는 미확정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습니다. 부인 답변의 경우 100건 중 3건에 불과할 정도로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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