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학개론] 1.2조 유증도, 메가합병도 '멈춰'…금감원 정정요구는 왜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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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신고서 제출 요구." 기업 공시를 보다 보면 종종 등장하는 문구입니다. 단순히 서류를 다시 제출하는 절차처럼 보이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가볍지 않죠. 금융감독원이 정정을 요구하는 순간 기존 증권신고서의 효력이 멈추면서 공모 청약과 신주 발행, 기업 간 합병 등 후속 일정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금감원은 어떤 경우에 정정을 요구하는 걸까요.

정정신고서는 투자 판단에 중요한 사항이 바뀌었거나 기존 증권신고서의 내용이 부족할 때 이를 수정·보완해 다시 제출하는 신고서를 말합니다. 회사가 스스로 제출하기도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요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증권신고서에 중요한 내용이 빠졌거나, 허위 기재 가능성이 있거나, 내용이 불분명해 투자자의 판단을 흐릴 수 있다고 판단하면 금감원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에코프로비엠이 1조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 제출 요청을 받았습니다. 에코프로비엠은 조달 자금 대부분을 인도네시아 제련소와 해외 생산기지 투자 등에 사용할 계획이었지만, 정정요구가 내려지면서 기존 증권신고서의 효력이 정지됐습니다. 회사는 정정신고서를 다시 제출해야 하고, 그만큼 유상증자 일정도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대형 합병도 예외는 아닙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과정에서도 금감원은 관련 증권신고서와 주요사항보고서에 정정을 요구했습니다. 구체적인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합병비율 산정 근거와 주주가치 영향, 통합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위험 등이 투자자에게 충분히 설명됐는지가 핵심이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정요구가 합병을 막는 것은 아니지만, 투자자가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았는지는 끝까지 확인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금감원의 정정 요구 이후 합병 전 계열사 지분 정리 방안과 마일리지 통합 지연 가능성, 이에 따른 이행강제금 부과 및 운영상 비효율 등 합병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주요 변수와 위험요인을 추가로 담아 증권신고서를 정정했다.

지배구조 개편도 정정요구 대상에 포함되고 있습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현대홈쇼핑 포괄적 주식교환이 대표적입니다. 금감원은 개정 상법의 핵심인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취지가 증권신고서에 충분히 담겼는지를 보완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는 사실보다 일반주주의 의견을 어떻게 반영했고, 소액주주에게 불리한 점은 없는지 어떤 논의를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라는 취지였습니다. 개정 상법 이후 금융당국이 주주 보호를 본격적으로 점검한 첫 사례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금감원의 심사 기준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재무 위험이나 공모자금 사용 계획, 신규 사업의 타당성 등을 주로 살폈다면 최근에는 합병비율의 적정성과 주주가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일반주주가 제대로 보호받았는지까지 확인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정정신고서는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초 증권신고서만 보고 투자 결정을 내리면 이후 변경된 위험요인이나 자금 사용 계획, 거래 조건을 놓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정정신고서를 여러 차례 제출하는 기업이라면 처음 공시에 담긴 정보가 충분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는 만큼 더욱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 금감원의 정정요구는 거래를 막기 위한 제도가 아닙니다. 투자자가 더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공시를 보완하는 안전장치에 가깝습니다. 다만 대규모 유상증자와 합병, 지배구조 개편처럼 시장 영향이 큰 거래에서는 정정요구 한 번이 일정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기업들의 공시 책임도 그만큼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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