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액보험 열풍 사그라드나] 주식 훈풍 끝났다…내년부터 변액보험 가입 감소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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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기자
입력 2021-10-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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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 변액보험 초회보험료 올해 대비 8% 이상 감소 전망…해지율도 상승세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증시 활황에 급증세를 보이던 변액보험 가입 열풍이 빠르게 사그라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가 조정 국면에 돌입하면서 변액보험의 수익률이 주춤한 데다, 보험사가 사업비로 떼는 금액이 납입한 보험료 중 최대 16%에 달해 소비자들이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료=생명보험협회]


◇ 내년부터 변액보험 초회보험료 줄어들 듯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사의 변액보험 수입은 내년부터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보험연구원의 ‘2022년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에 따르면 변액저축성보험의 올해 초회보험료는 4조40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전년 2조8000억원에서 57.1%나 증가한 수준이다.

하지만 내년 변액보험 초회보험료는 올해보다 8.7% 감소한 4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변액보험 수입보험료도 올해보다 4.7% 감소한 15조1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처럼 변액보험 열풍이 빠르게 사그라들 것으로 전망되는 데는 고공행진 중인 증시가 조정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변액보험은 보험의 기본 목적인 질병·노후보장 기능을 갖춤과 동시에, 보험료 일부를 주식·채권 등 펀드에 투자하고 운영 실적에 따라 그 이익을 계약자에게 배분하는 실적배당형 보험상품이다. 증시가 급등할수록 수익이 늘어나지만, 증시가 하락하면 수익률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에는 반년 만에 코스피 30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1.01포인트(0.70%) 내린 2998.17에 출발했다. 코스피가 장중 3000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3월 24일(종가 2996.35) 이후 6개월여 만이다.

김세중 보험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투자상품에 대한 인식 개선으로 투자상품의 수요는 확대되고 있지만 직접 투자를 원하는 고객들로 계약 이탈이 지속되고 있다"며 "변액저축성보험의 경우 내년엔 초회보험료가 4.7%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해 상반기 변액보험 성장은 생명보험 전체 성장에 기여했다"며 "변액보험 감소로 2022년 생명보험 수입보험료는 2021년 4.3%에서 2022년 1.7% 증가로 흐름이 둔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영업시장 악화…변액보험 판매에 올인한 생보사들

올해 변액보험 수입이 크게 증가한 것은 증시 호황에 따른 수요 증가도 있었지만, 생명보험사들은 올해 변액보험 관련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는 등 전략적으로 판매 확대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영향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대면영업이 위축된 만큼, 방카슈랑스 판매가 가능한 변액보험 쏠림 현상을 불러왔다는 설명이다.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24개 생보사의 변액보험 초회보험료는 전년 동기(1조854억원)보다 142%(1조5427억원) 이상 급증한 2조6281억원을 기록했다. 2년 전인 2019년 상반기(8229억원)와 비교하면 무려 3배 이상 증가한 액수다.

초회보험료는 보험 가입 후 처음 내는 보험료로, 해당기간 보험사의 영업 지표로 활용된다. 초회보험료가 증가했다는 것은 그만큼 보험사가 해당 기간 관련 상품 판매 실적이 늘어났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같은 기간 생보사의 총 초회보험료 증가율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지난 6월 말 기준 올해 생보사의 총 초회보험료는 전년 동기(3조4623억원) 12.2%(4227억원) 늘어난 3조8850억원이었다. 올해 생보사가 판매한 보험 상품 중 3분의2 이상이 변액보험인 셈이다.

생보사 별로 보면 미래에셋생명의 변액보험 초회보험료는 1조5600억원으로 1년 전(5218억원)보다 3배 이상 급증했다. 미래에셋생명의 변액보험 MVP펀드 시리즈는 올해 출시 7년 만에 순자산 3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어 메트라이프생명과 KB생명의 변액보험 초회보험료도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7.9%, 30.7% 증가했다. 지난해 6월 말까지 변액보험 초회보험료가 130억원에 불과했던 흥국생명의 경우 올해 변액보험 초회보험료가 1366억원으로 1년 새 10배 이상 불어나기도 했다.

생보사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대면 영업에 사실상 불가능했고, 수요가 많았던 외화(달러)보험은 당국의 규제 강화로 사실상 올스톱된 상황에서 올해는 변액보험 영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며 "변액보험 가입이 줄어들 경우 생보사의 영업 타격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사업비 아깝다" 변액보험 해지하는 가입자들

올해 생명보험사의 변액보험 판매가 늘어났지만, 그만큼 해지율도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가 사업비로 떼는 금액이 납입한 보험료 중 최대 16%에 달해 소비자들이 변액보험 유지보다는 직접 주식과 펀드를 투자하는 것을 선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최근 변액보험의 해지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지난해 11월 이후 변액저축성보험(변액연금보험과 저축성 변액유니버셜보험) 월별 해지율은 2020년 12월, 2021년 1월 각각 1.79%, 2.21%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1~11월 변액저축성보험 월별 해지율인 0.84~1.55%를 상회하는 수치다.

주식시장 호조에도 변액보험 해지율이 상승한 데에는 금융소비자들이 변액보험보다 직접투자를 선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간접투자 방식인 변액보험의 경우 사업비와 위험보험료 등을 명목으로 납입한 보험료의 6~16%를 투자에서 제외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납입 보험료 중 10분의1을 투자하지 못한다.

김세중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주식형 펀드 월별 해지규모도 올해 1월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고 같은 기간 주식시장 고객예탁금은 68조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점을 볼 때 주식 직접투자를 위한 자금 이동이 저축성 변액보험 해지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그동안 변액보험의 성과가 개선된 후 수익을 확정하려는 동기 또한 해지의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융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변액보험의 해지가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으나 변액보험의 수수료 구조와 사망보장 및 노후소득보장 등 일반적인 펀드와 다른 특성을 감안한다면 장기유지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생명보험사는 변액보험의 장기유지를 위해 수수료 구조 다양화와 투자가능 펀드 확대 및 능동적 펀드 운용 유도 등의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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