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선④] 산단 내 집단급식소 설치 '깨알규제' 없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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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국 기자
입력 2021-03-1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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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식당운영만 허용...기업에 부담

  • 2013년 중기 옴부즈만 간담회서 건의...6년간 산업부 설득 끝에 산진법 개정

  • 산단내 직원들 근무여건 개선 효과적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기도 A시 소재 산업단지에 입주한 B기업 대표는 젊은 층의 중소기업 회피현상으로 신규 인력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직원 복지를 지원할 만한 시설이 부족하다는 것도 채용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최근에는 직원들이 식사 문제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산업단지 내 식당은 일반 식당에 비해 가격이 비싸고, 손님도 많아 오래 기다려야 한다. 그렇다고 도심으로 나가려니 산업단지와 차로 20분 이상 거리여서 시간도 부족하다. 궁여지책으로 도시락 배달을 시켰지만, 마땅한 공간이 없어 책상이나 작업장에서 먹어야 한다. 다른 회사처럼 공장에 직원 식당을 지어주고 싶지만, 부지도 부족한 데다 식품위생법에서 요구하는 집단급식소의 설비나 인력을 자체적으로 유지하는 것도 부담이다. 마침 산업단지 경영자협의회에서 비슷한 고민에 빠진 C기업과 D기업 대표들을 만났다. 이들은 비용을 분담해 세 회사 직원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직원 식당을 C기업 공장에 짓기로 협의했지만, 관련 법령에 발목이 잡혔다. 산업단지를 관리하는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이하 산집법)’상 식당은 해당 기업에 근무하는 종업원만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단지 내 기업 간 집단급식소 설치는 중소기업의 숙원사업 중 하나였다. 대부분의 기업이 구내식당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영세한 기업 단독으로 식당을 운영하는 것은 큰 부담이다. 기업 간 식당을 공유하는 집단급식소가 대안으로 떠오른 이유다. 그러나 규제에 가로막혀 산업단지 내 집단급식소는 설치할 수 없었다. 2013년 열린 중소기업 옴부즈만 간담회에서 이런 내용의 규제 개선 건의가 나왔고, 중기 옴부즈만은 곧바로 관계부처와 협의를 시작했다.

협의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우선 중기 옴부즈만은 집단급식소 시설에 관한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에 2개 이상의 기업체가 공동으로 집단급식소를 운영할 수 있도록 건의했다. 식약처는 당시 식품위생법상 집단급식소 관련 요건만 갖추면 가능하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풀릴 것 같던 규제는 산업단지를 관리하는 산업통상자원부와의 협의과정에서 다시 묶였다. 산집법상 식당은 공장 종업원들의 복지후생을 위해 비영리로 운영되는 부대시설에 속한다. 산업부는 '기업 간 집단급식소를 허용할 경우 △식당이 설치된 공장은 외부인 출입으로 인한 종업원의 불편을 초래하고 △집단급식소가 영리목적으로 운영될 우려가 있으며 △단지 내 지원시설구역에 입주한 일반음식점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어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내왔다. 산업단지에는 공장이 입주할 수 있는 산업시설구역과 이들 공장을 지원하는 지원시설구역이 있다. 일반음식점은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더 비싼 지원시설구역에 입주해야 하기 때문에 집단급식소 설치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옴부즈만은 일괄적인 반대보다는 해당 산업단지의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서 제한적으로라도 허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 보고, 허용 여부를 지방자치단체가 판단할 수 있도록 위임하자고 건의했다. 지자체는 산업단지의 요구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일선 기관이다. 사례처럼 산업단지에 식당이 부족해 기존 상권과의 마찰이 없고, 영세기업이 단독으로 식당을 운영할 수 없는 경우, 공동 집단급식소가 필요하다고 지자체장이 인정하면 설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6년의 긴 설득 끝에 완고한 입장을 보이던 산업부도 지난해 2월 산집법 시행규칙 제2조 제7호 개정을 통해 시장·군수·구청장이나 관리기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둘 이상의 사업장에서 공동으로 집단급식소 설치·운영이 가능하도록 했다. 해당 규제개선 사항은 각 지자체에 전파됐고, 지자체가 관내 산업단지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하는 등 규제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이를 통해 영세기업에 종사하는 종업원의 근무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경제성장을 위해 산업단지 활성화는 꼭 필요하다"며 "앞으로 산업단지 활성화를 위해 입주기업에 불편을 유발하는 깨알 같은 규제까지도 끊임없이 찾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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