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준의 지피지기] 나이, 건강, 당 규약 .. 권력 변동기 맞은 시진핑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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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 논설고문
입력 2021-02-2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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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이징의 봄, 전국인민대표대회 감상법


베이징(北京)의 봄은 시(市) 중심 천안문(天安門) 서쪽 30㎞ 지점에 있는 탄저쓰(潭柘寺)에서 시작된다. 톈원(天門)산 삼림공원 바로 옆에 있는 탄저쓰에는 해마다 2월이면 춘란(春蘭)이 피고, 3월 중순이면 백목련이 피기 시작한다. 지난해 4월 탄저쓰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시 당국의 관광과 종교활동 금지 조치로 문이 닫혔다. 올해 베이징시 당국은 지난 6일 “하루 전에 인터넷으로 신청한 사람들에 한해서, 체온측정과 마스크 등 방역 조치를 한 사람들에 한해 꽃구경을 허용한다”는 공고를 했다. 물론 그것도 오는 26일 정월 대보름까지만 허용된다.
베이징의 봄은 시 중심 천안문 광장에서 3월 초에 시작된다. 대체로 짙은 회색을 주조로 설계된 황도(皇都)에서 유일하게 황금색으로 빛나는 자금성(紫禁城) 앞 천안문 광장에 원색으로 울긋불긋한 옷을 차려입은 인민대표들이 전국에서 모여들어 3월 5일 천안문 광장에 나타난다. 매년 한 차례씩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에 출석하는 인민대표들을 포함한 1만여명이 천안문 광장을 메우면 겨우내 가라앉아있던 베이징의 봄이 시작되는 것이다. 해마다 3월 5일이면 개최되던 전인대가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두 달이나 지난 5월 22일에야 개최됐다.

전국인민대표대회는 형식적으로나마 중국 현행 헌법에 “국가의 최고 권력기구”로 규정돼 있다. 중국 헌법 제2조는 “중화인민공화국의 일체 권력은 인민에게 속하며, 인민들은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지방 각급 인민대표대회를 통해 행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 권력 행사는 중국공산당을 통해 이뤄지지만, 중국공산당이 그 전해 가을 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해 결정한 국가정책을 형식적으로나마 그 다음해 봄에 열리는 전인대에서 추인을 받는 형식절차를 거쳐야 하게 되어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포함한 7인의 당 정치국 상무위원들과 국무원의 각 장관급 지도자들은 형식적으로나마 전인대에서 열리는 인민대표들과의 토론에 참여해서 지난 가을에 결정한 정책에 관한 토론을 벌여야 하고, 토론 결과는 표결에 부쳐 인민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지금까지 전인대에서 중국공산당이 결정한 정책을 부결시킨 일은 없고, 표결결과는 대체로 100%에 가까운 찬성률을 보이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최근년에 들어오면서 1% 미만에 불과하지만, 반대표가 분명히 집계되고, 그 반대표의 숫자가 많아질 경우 그 정책은 주목을 받는 결과를 빚어내는 일이 가끔 벌어지기도 한다.

2018년에 개최된 전인대에서는 헌법에 규정된 “국가주석 3연임 금지 규정”을 없애는 표결이 통과돼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 표결결과는 곧바로 “시진핑의 무제한 국가주석 연임이 가능하게 됐다”는 것으로 해석돼 현재도 국제사회는 시진핑이 독재체제를 구축해서 무기한 권력 연장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전인대 대변인 장예수이(張業遂)는 기자회견에 나와 “중국공산당 총서기와 당 중앙군사위 주석의 임기를 규정한 당규약과 국가중앙군사위 주석의 임기를 규정한 헌법 어디에도 두 번을 초과해서 직위를 담임할 수 없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국가지도체제를 강화하고 완비하는 차원에서 (3연임 금지 규정을)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은 중국의 국가 최고권력은 당 총서기와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국가주석의 세 가지 직위에 집중돼 있는데 당 총서기와 중앙군사위 주석의 임기를 규정한 당규약과 헌법에는 3연임 금지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데, 유독 국가주석직만 3연임을 금지한다는 규정을 헌법에 두고 있어 이를 정리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아마도 전인대 대변인 장예수이가 하고 싶던 말은 “국가주석보다 더 중요하고 실질적인 권력을 쥐고 있는 당 총서기에 대한 3연임 금지 규정은 없어도 현재까지 3연임을 한 당 총서기는 없었고, 중앙군사위 주석 역시 1978년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시대가 시작된 이후 40여년 동안 3연임을 한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설명은 현재 명목상의 권력과 실질 권력에 대한 현실적인 차이를 포함하게 돼 실제로 발언할 수는 없는 형편이었다.

실제로 2005년에 열린 전인대에서는 당시 당 총서기였던 후진타오(胡錦濤)가 당 총서기직과 국가주석직은 보유했지만, 현실적인 중국 국가권력의 핵심 요직인 중앙군사위원회 자리는 전임자 장쩌민(江澤民)이 보유하고 있는 데 대한 표결이 이뤄져 당과 국가의 중앙군사위원회 자리가 장쩌민에서 후진타오에게 넘어간 일도 있었다. 후진타오의 전임자 장쩌민은 1989년 6월 전임자 자오쯔양(趙紫陽)으로부터 당 총서기 자리를, 9월에는 덩샤오핑(鄧小平)으로부터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자리를 물려받았다가 2002년 당 총서기직을 후진타오에게, 2003년에는 국가주석직을 후진타오에게 넘겨주었지만,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은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가 군부의 불만을 사 2년 뒤인 2005년에 당중앙위원회와 전인대의 표결을 통해 후임 후진타오에게 넘겨주는 정치적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 최고 실권자 시진핑은 당 총서기와 당과 국가의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그리고 국가원수에 해당하는 국가주석의 세 자리를 모두 보유하고 있다. 2018년의 헌법 수정을 통해 3연임 금지 규정이 삭제된 것은 이 가운데 상징적인 국가원수 직인 국가주석에 대한 임기 규정이었다. 중국의 현실정치에서 실제로 중요한 실권은 당 총서기와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의 자리이며, 이 두 자리의 임기 규정은 당규약에 규정돼 있다. 당규약 제36조는 “당의 각급 영도 간부들은 민주적인 선거로 선출됐든, 영도기관이 임명한 직무이든 종신(終身)으로 담당해서는 안 되며, 모두 담당자를 변동하거나 임무를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연령과 건강 상황이 공작을 계속 담임할 수 없는 간부는 국가(정부)의 규정에 따라 퇴임하거나 이직해야 한다”는 조항도 붙어있다. 현재 중국 정부의 고위간부 퇴직 연령은 대체로 65세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시진핑이 만약 현재 국제사회가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종신 최고 권력자가 되려면 이 당규약을 개정해야 하지만 현재 이 당규약 36조는 개정되지 않고 있다.

시진핑은 춘절(春節) 직전인 지난 4일 인민해방군 공군 부대를 시찰하는 모습이 6일 전국네트워크 뉴스 방송인 ‘신원롄보(新聞連播)’를 통해 전국에 공개됐는데 이때 지병인 통풍으로 오른쪽 다리를 저는 모습이 방영돼 주목을 받았다. 시진핑은 과체중으로 인한 통풍을 오래전부터 앓아왔으며, 이전에도 해외 순방을 하면서 공항에서 의장대를 사열하면서 다리를 저는 모습을 보여주곤 해왔다. 1953년생인 시진핑은 올해 만 68세로, 당 총서기 연임이 끝나는 2022년 가을의 제20차 당 대회 이후까지 권력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문제로나 당 규약상으로나 쉽지 않은 형편인 것으로 판단된다. 당 총서기와 중앙군사위원회 자리는 2022년 당 대회 때 후임자에게 물려주고, 2023년의 전인대를 통해 국가주석의 3연임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중국공산당의 권력 중심에 있는 중국의 현 권력 구조상 커다란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당 총서기와 국가주석 자리를 내년에 후임자를 정해 물려주고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자리 만 유지할 의사가 있다고 해도 이미 지난 2005년에 장쩌민이 전인대를 통해 3연임을 중단하고 후임 후진타오에게 중앙군사위 주석직을 넘겨준 사례가 버티고 있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의 전인대는 오는 7월의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예고돼 있어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시진핑은 지난 21일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한 40편의 문장을 묶은 <논(論) 중국공산당 역사>라는 책자를 출판한 사실이 중국 관영 매체를 통해 일제히 공개됐다. 1921년 7월 21일 상하이(上海)에서 제1차 당 대회를 개최해서 창당된 중국공산당의 100년사 가운데 중요 사건에 대한 40편의 문장은 시진핑 자신이 2012년 11월 당 총서기로 선출된 이후 지난해 11월 24일까지 8년간 발표한 당사(黨史) 관련 연설문을 정리한 것이다. 이 40편 가운데에는 지난해 10월 23일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항미원조(抗美援朝) 출국 작전 70주년 기념대회’에서 1시간가량 한 연설문도 포함돼 있었다.

항미원조 70주년 기념대회는 시진핑과 리커창을 포함한 7인의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모두 참석하고, 70년 전 참전했던 ‘중국 인민지원군’ 노병들을 초청해서 인민대회당에서 개최한 행사였다. 이 대회 연설에서 시진핑은 중국의 한국전쟁 참전 이유에 대해서는 “1950년 6월 25일 조선에서 내전이 폭발했으며, 미국은 그들의 세계 전략과 냉전적 사유(思惟)에서 출발해서 조선 내전에 무장간섭을 하기로 결정하고, 대만해협에 제7함대를 파견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중국은 1950년 10월 초 미군이 중국 정부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마음대로 38선을 넘어 전쟁의 불길이 중조(中朝) 변경에까지 이르러 10월 19일 중국도 정의의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이 연설문은 전쟁의 시작이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했다는 서술을 하지 않은 채 현재 미·중 관계의 긴장과 관련, “또다시 이런 엄중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중국 인민들은 또다시 정면으로 맞받아칠 것(迎頭痛擊)”이라고 미국에 대해 경고했다. 시진핑은 중국의 한국전 참전을 중국공산당 100년사의 중요 사건으로 선정한 데 대해서는 “항미원조의 정신을 널리 고양해서 전면적인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을 위한 새로운 장정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한 중국의 꿈 실현을 위해 용감히 전진하자”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본인이 한국전쟁의 피해자 중 한 사람인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전쟁 참전을 주요사건으로 규정한 중국공산당 100주년에 대해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시진핑에게 보낸 것은 아무래도 부적절한 언급이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논설고문>
 

대국민 춘제 인사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베이징 신화=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맞아 대국민 단배식(단체 새해 인사) 연설을 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확산을 통제하고, 가장 먼저 경제성장을 실현하는 위대한 성과를 거뒀다"고 지난 1년을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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