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서 화가로...예순 넘어 피워올린 만학도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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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20-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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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정재 그림전 '왁자지껄-수다'

  • 68년간 삶의 궤적 화폭에 담아

[사진=가천대 제공]

늦은 나이에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 여성 작가들이 많다. 누군가의 어머니이고, 아내이고, 또 딸이었던 그들은 꿈 대신 가족을 위한 희생을 택했다.

어느덧 훌쩍 지나가 버린 세월은 붓을 잡을 용기를 작게 만들었지만, 마음속 깊이 자리한 열정만큼은 꺾지 못했다.

오는 3일까지 경기 성남 수정구 가천대학교 비전타워 B1갤러리에서 열리는 ‘왁자지껄-수다’는 만학도 화가의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전시다.

이번 전시를 연 안정재씨(68)는 7년 전에 처음으로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 기초부터 하나둘씩 알게 되니 편안한 사람과의 수다처럼 그림 그리는 게 점점 즐거워졌다.

그 즐거움의 크기는 전시 인사말에도 잘 녹아 있다.

“수다가 삶을 바꾸어 놓았다. 내가 이런 기회를 얻게 되다니! 벅찬 감동이 밀려와서 억제하기 힘들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수다를 떨 곳을 찾다가 예순을 훌쩍 넘어 시작한 그림 공부였다. 수다 반 공부 반으로 시작했는데 두 딸이 용기를 주었다. 더욱 감사한 일은 남편을 비롯한 식구들이 적극 응원해 주었고 손자·손녀들이 더 좋아했다.”

가족들의 응원 속에 안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마음껏 그렸다. 열정은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일들을 하나둘씩 현실로 만들었다. 말 그대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그의 열정은 함께 그림을 그리는 대학원 젊은 학우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됐다.

추상과 구상을 넘나드는 그의 작품에는 한 사람의 삶이 오롯이 녹아 들어있다. 여행 중 미술관과 박물관을 다니면서 느꼈던 감정들, 대학원 수업 때 들은 인문학·철학·미술사 등을 바탕으로 한 그만의 해석을 그림에 담았다.

이번 전시회에 선보인 ‘실험정신’에서는 마구 꿈틀거리는 예술의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그의 실험은 파격적이다. ‘도시풍경’에는 작가 특유의 색채와 형태가 가득 담겨 있다. ‘LOVE‘ 작품 앞에 서면 어머니의 따뜻함이 느껴진다.

어느덧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가 됐지만, 안씨의 열정은 ‘젊은이의 심장’처럼 여전히 뜨겁다. 그녀는 지금도 가슴속 꿈을 그리고 있다.

“최근 몸이 나이를 알려 주는 일이 잦아지니 마음이 바빠진다. 서둘러 학위청구전을 하다 보니 엉성한 것이 조금 아쉽다. 하지만 이 길을 꾸준히 가는 것만이 내 인생의 튼실한 열매를 맺고 수확하는 길이라고 다짐해본다.”
 

[사진=가천대 제공]

[사진=가천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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