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민병두 "CC 공포 덮친 韓경제, '착한 임대료·금융' 필요…긴급명령·추경 등 모든 부양책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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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신승훈 정치팀 팀장
입력 2020-02-20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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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 '혁신성장 디자이너' 민병두…착한 임대료·을지로위원회 제안

  • 코로나발 사태, 韓·中 칵테일 위기…대통령 긴급명령권 필요

  • 장기적 '차이나 플러스 원'…단기적으로는 '하방 리스크' 위험

  • 野 향해 "추경 왜 제안 안 하나"…"정치인 롤 모델로 남고파"

끝내 고독한 승부사를 자처했다. 쉽지 않은 선택이다. 현실 정치인의 길은 때때로 외롭다. 고독하다. 현실 정치는 야수의 탐욕이 넘치는 '누아르(암흑가를 다룬 영화)'다. 때때로 적으로 변한 동지의 비수를 감내해야 한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성인의 고결함도 추구해야 한다.

문득 궁금했다. 어쩌면 알 수 없는 운명이 그를 붙잡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대가 떠넘긴 숙제가, 아직 남아 있는 시대의 짐이 그의 발을 꼼짝 못 하게 하는 무언의 압박···. 불현듯 한동안 정치판을 휩쓸었던 '시대정신'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인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3선·서울 동대문을) 얘기다.

누군가 "민병두가 어떤 정치인이야"라고 물으면, "시대정신을 추구하는 정치인"이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실제 그랬다. 민 위원장은 19대 국회 한가운데를 관통했던 '을(乙)'을 위한 정치를 주도했다. 지금은 민주당의 대표 브랜드가 된 을지로위원회를 처음 제안했다. 20대 국회에선 혁신성장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지난 19일 국회 정무위원장실에서 만난 민 위원장은 자신을 "혁신성장 디자이너"라고 소개했다. 4차 산업혁명을 설명하는 대목에선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인공지능(AI)"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의 입에선 'BDAI(병두 약자+AI), 빅데이터 민' 등의 말이 스스럼없이 나왔다.

민·관·정이 함께하는 산업 생태계 구축을 역설하면서도 마음속에선 자영업자가 눈에 밟힌다고 전했다. 연일 확산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민 위원장과의 인터뷰 직전 중앙방역대책본부는 대구·경북(TK)에서 15명의 코로나19 추가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날 하루에만 22명이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민 위원장은 "'착한 임대료'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할 수 있는 방안을 선제 조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코로나 정국에선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자영업 살리기'였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착한 임대료를 맨 처음 공론화한 이도 민 위원장이다. 그는 "내 역할은 옆에서 상상력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민 위원장은 본지와 1시간가량 한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후속대책 이외에도 혁신성장, 이른바 '라임 사태' 등에 관해 얘기했다. 오는 4·15 총선에 대한 질의응답도 이어졌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원혜영)는 민 위원장과 인터뷰한 날까지 동대문을의 공천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韓·中 칵테일 위기··· "자영업자 타격 크다"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은 지난 19일 국회 정무위원장실에서 본지와 한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자영업자 살리기가 우선"이라고 밝혔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인터뷰 초반 핵심 주제는 역시 둑이 무너진 '코로나19'였다. 중국발(發) 코로나 사태 이후 'C 공포'를 넘어 R(경기침체) 공포로 확산하면서 최악의 경우 0%대 성장률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계 노무라증권은 지난 1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봉쇄 조치가 오는 6월 말까지 이어진다면,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5%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른바 '한·중 칵테일 위기론'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민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대중국 교역과 관광산업의 위축, 중소 상공인의 어려움 등 세 가지가 연이어 발생할 수 있다"며 "이 경우 한국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커지면서 내수 위축, 대량 실업, 일자리 감소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에 직격탄을 맞은 중국은 2017년 바오류(保六·경제성장률 6%대 유지) 시대를 선언한 지 3년 만에 벼랑 끝에 섰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한국의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자립화를 통한 '차이나 플러스 원' 경제구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외부로부터 오는 하방 리스크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모든 부양책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차이나 플러스 원'은 중국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이외의 국가에 투자를 늘리는 전략이다.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배치 결정 이후 한·중 관계가 악화되자, 국내에서도 포스트 차이나 전략의 일환으로 이 전략을 주목했다.

민 위원장이 대안으로 제시한 부양책은 '착한 임대료'와 '추경'이다. '착한 임대료'는 건물주가 한시적으로 임대료를 할인하고 정부가 재정으로 이를 보전하는 것을 말한다. 전주 등 일부 지역의 건물주들은 코로나19 이후 '착한 임대료'를 시행하고 있다.

◆'착한 임대료' 아이디어 낸 민병두

'정부 재정으로 보전하는 방식이 옳은 것이냐'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대답은 간단했다. "자연재해나 사회재해 때 정부 재정으로 보전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에 있다." 민 위원장은 한 발 더 나아가 헌법상 대통령 권한인 '긴급재정경제명령권 발동'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 긴급명령권을 통해 월 임대료를 일정 비율로 할인한 뒤 나중에 추경으로 보전하는 방법도 있다"고 전했다. 헌법 제76조에 명시된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은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취임 첫해인 1993년 '금융실명제' 시행 당시 발동한 바 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와 2008년 미국발(發) 금융 위기 때는 발동되지 않았다. 그 이상의 위기냐'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은 "대통령 긴급명령권 발동을 통해서라도 '착한 임대료'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그러자 민 위원장은 '착한 임대료' 아이디어를 떠올린 후 전직 경제 고위 관료와 나눈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전직 경제 고위 관료도 '반(反)시장적 조치를 할 정도로 위기냐'라는 인식과 함께 할인율의 세분화 등 기술적 어려움을 얘기했다"며 "임대료를 인하한 만큼 세금 감면으로 보전해주는 방법도 있다"고 부연했다.

민 위원장은 "결국 이것은 선택의 문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에서도 비슷한 정책을 했다고 한다"며 "상상력을 불어넣는 것이 정치인의 역할"이라고 전했다.

◆"野, 추경 제안하라··· 금리인하보다는 착한 금융"

'코로나 추경'도 뜨거운 감자다. 앞서 정부는 "연간 예산 잉크가 마르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자 추경 편성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민 위원장은 "야당은 '총선용 선심성 예산'이라고 반대하지만, 내가 야당이라면 먼저 주장할 것"이라며 "선거보다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가 먼저다. 현명한 야당이라면 당장 여당을 만나 '추경합시다'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 추경 가능성에 대해선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표적인 통화정책인 금리인하에 대한 견해도 피력했다. 그는 "지금은 자영업자가 직원들에게 월급을 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금리를 내린다고 투자가 활성화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지금 금융권에 필요한 것은 '착한 금융' 선포다. '착한 임대료'도 나오는 판에 금융권도 고통 분담을 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이유로 앞서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으로 가는 전세기에 고참 승무원들이 자원했을 때 이들과 의료진을 위한 보험상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임 사태, 독버섯 확진 막아야"

인터뷰 중반 '라임 사태' 이슈로 넘어갔다. 1조원의 투자자 피해를 낳은 라임 펀드 사태는 자산운용사의 도덕적 해이가 발단이 됐지만,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사모펀드 규제 완화의 길을 터준 정치권의 책임도 한몫했다. 일각에선 '나 몰라라'하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책임론도 대두하고 있다.

민 위원장은 "한 달 전에 비공개 중간보고도 받고 금융당국이 (면밀히) 대응하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책임을 묻기보다는 자본시장의 싹은 키워나가되, 독버섯이 되는 것은 막는 감독 조치에 대해선 균형이 잡힐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은 자신을 "혁신성장 디자이너"라고 소개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최근 금융권의 화두인 '인슈어테크(보험+기술)' 활성화에 대해선 "시장 발전 가능성이 큰 분야"라며 "AI와 빅데이터를 잘 활용해 보험뿐 아니라 일반 금융권으로 이를 적용하면, 국민 개인의 부도 향상될 것으로 본다. 국회 정무위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육성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영원한 로메이커로 남고 싶다"

인터뷰 막바지에 4·15 총선 주제를 꺼냈다. 민 위원장 지역구는 '재야 대통령'으로 불리는 장준하 선생이 1967년(7대 총선) 옥중 출마해 당선된 지역이다. 그는 1978년(10대 총선) 송원영 전 신민당 의원 당선 이후 30년 동안 지속된 보수정당의 기득권을 깨뜨렸다.

4선 도전을 앞둔 민 위원장은 "정치를 하는 사람은 늘 자기가 왜 정치를 하는지, 즉 자기 성찰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야당의 많은 정치인이 낡은 생각에 매몰돼 이념으로만 바라보는데,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늘 고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1대 국회에서 꼭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19대 국회에선 을을 위한 경제를 했고 20대 국회에선 혁신성장에 매진했다. 혼자 입법을 많이 한다고 해서 세상이 크게 변하지 않더라"라며 "진짜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이 시속 100마일로 달리면, 정치는 3마일로 달리더라. 정치가 3마일로 달리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민 위원장은 20대 국회에서도 대통령 권력구조 변경을 위한 개헌 등 정치개혁의 당위성을 주창했다. 민 위원장은 "21대 국회에서는 정치개혁을 완수하고 싶다"며 "4선 국회의원이면, 개별 입법보다는 정치를 바꾸는 일을 맡는 게 중진 의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질문을 할 때쯤 민 위원장의 최종 꿈이 궁금했다. "내가 어디에 오르고 어디까지 간다는 것을 목표로 생각한 적은 없다. 다만 민병두가 추구하는 정치가 (후배들에게) 모델이 됐으면 한다. 21대 국회에는 로메이커(입법자)가 많았으면 좋겠다. 지금은 자기 홍보 내지 이념적 선동이 많다. 입법을 위한 정치가 확산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쏟겠다."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은 21대 총선에서 4선 의원에 도전한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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