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60% 급감에도 중국 못 떠나는 혼다…합작 계약 10년 연장

  • 광저우자동차와 계약 2038년까지 연장

  • 신형 EV 공백에도 中 플랫폼 활용해 반격

중국 베이징의 한 골목에 주차되어 있는 둥펑혼다인스파이어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혼다의 중국 모델인 둥펑혼다인스파이어[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혼다자동차가 중국 국유 자동차업체 광저우자동차그룹과 운영하는 합작회사의 계약 기간을 10년 연장하기로 했다. 중국 신차 판매가 5년 만에 60% 급감했지만, 중국 사업을 이어가며 재기를 모색하되 시장 변화가 빠른 점을 고려해 계약 기간은 종전 30년보다 짧은 10년으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혼다가 광저우자동차와 설립한 ‘광치혼다’의 합작계약을 2038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고 21일 보도했다. 기존 계약은 2028년 종료될 예정이었다. 혼다는 20일 계약 연장을 발표하며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 양사의 강점을 살린 제품을 계속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다만 혼다 관계자는 중국 자동차 시장의 변화 속도가 빨라 30년 뒤를 내다보기는 어렵지만, 10년 정도라면 사업 환경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고 판단해 계약 기간을 종전보다 짧게 정했다고 설명했다.

광치혼다는 혼다의 중국 자동차 사업에서 핵심 거점 역할을 해왔다. 혼다와 광저우자동차는 1998년 30년 기한의 합작계약을 맺고 광치혼다를 설립했다. 이듬해 일본 주요 자동차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에서 승용차 생산을 시작했다. 첫 생산 차종인 세단 ‘어코드’는 지금도 주력 모델로 판매되고 있다.

2003년에는 중국 국유 자동차업체 둥펑자동차그룹과 ‘둥펑혼다’를 설립했다. 이후 두 합작사를 중심으로 중국 사업을 확대했다. 브랜드 경쟁력과 내연기관차의 연비 성능을 인정받으면서 2020년 현지 신차 판매량은 162만 대까지 늘었다. 당시 중국은 혼다의 세계 판매를 떠받치는 핵심 시장이었다.

그러나 중국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EV)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비야디(BYD)와 샤오펑 등 중국 업체들이 급성장한 반면 혼다는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혼다의 중국 신차 판매량은 2025년 64만 대로 2020년보다 60% 줄었다. 광치혼다가 34만 대, 둥펑혼다가 30만 대를 판매했다. 광치혼다는 판매 부진으로 연간 생산능력 24만 대인 광저우 황푸 공장의 가동도 올해 7월부터 중단했다. 판매 부진이 이어지면서 부품업체들 사이에서는 광치혼다 합작계약이 종료될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혼다와 거래하는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판매가 크게 줄어 광치혼다의 계약이 끝나더라도 곤란하지 않도록 준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계약 연장


하지만 광저우자동차는 합작계약 연장을 강하게 원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광저우자동차의 자체 브랜드 부문은 지난해 차량 한 대를 팔 때마다 8300위안(약 181만 원)의 적자를 냈다. 합작사 판매를 포함한 전체 판매량은 172만 대로 전년보다 14% 줄었고, 회사는 2010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연간 순손실을 기록했다. 경영 사정이 악화됐지만 광치혼다는 광저우자동차 전체 판매량의 약 20%를 차지했다. 광저우자동차는 공시 자료에서 광치혼다의 경영 상황이 2027년부터 뚜렷이 개선되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계약 연장에 앞서 혼다와 중국 측은 엔진 사업 재편을 놓고 2년 반 넘게 협상을 벌였다. 중국에서 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판매가 늘며 엔진 수요가 줄자, 혼다는 둥펑자동차가 보유한 엔진 합작사 지분 50%를 광치혼다가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혼다는 광저우자동차 측에 엔진 사업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2028년 이후의 합작관계를 논의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지분 인수가 지난해 말 결정된 뒤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은 지난 4월 광저우를 찾아 광저우자동차 경영진과 합작계약 문제를 논의했다. 협상이 물밑에서 진행되던 5월 중순 혼다의 한 간부는 "중국과의 연결고리를 계속 유지하고 중국을 발판으로 삼는 것은 우리에게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시장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내수 침체로 올해 1~6월 중국 전체 신차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감소했다. 중국 자동차업체들의 점유율 경쟁도 과열돼 1~5월 출시된 신차만 500종을 넘었다. 혼다는 신차 투입에서도 뒤처지고 있다. EV는 지난해 3~4월 두 합작사를 통해 신차를 출시한 뒤 후속 모델을 내놓지 못했고, 올해도 신형 EV 출시 계획이 없다.

혼다는 중국 합작 파트너의 개발 역량을 활용해 반격에 나설 방침이다. 미베 사장은 지난 5월 중국 시장에서는 합작 파트너사가 개발한 차량 플랫폼을 활용한 모델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EV에서 앞선 중국 기업의 기술력을 살려 판매 회복을 노린다.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중국 시장의 경쟁에서 탈락하면 세계에서도 이길 수 없다”며 “이번 계약 연장은 중국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혼다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계약 연장 발표 다음 날인 21일 혼다 주가는 장중 1.66% 하락했다. 닛케이는 중국 시장의 치열한 경쟁을 우려한 매도가 앞섰다고 봤다. 이하라 히로키 다치바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시장의 사업 환경은 어렵지만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놓칠 수 없다는 판단으로 보인다”며 “단기적인 실적 영향은 없어 주가 반응도 제한적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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