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자의 민병두 의원 극단 창단 이야기] 정치의 무대를 내려와 인생의 무대로 오르다

  • 민주화운동가·언론인·국회의원·시니어 모델·연극인… 민병두의 아름다운 제2막

민병두 전 의원 페이스북
[민병두 전 의원 페이스북]

사람의 인생에는 때로 예상하지 못했던 두 번째 무대가 찾아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회적 성공의 정점에 이르면 남은 삶을 정리하는 단계로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그 지점에서 오히려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선다. 남들이 은퇴라고 부르는 시기를 새로운 도전의 시간으로 바꾸고, 과거의 경력을 훈장처럼 달고 사는 대신 또 다른 꿈을 향해 걸어간다. 최근 극단 금잔디를 창단하고 창단 공연으로 연극 《불온청춘》을 무대에 올린 민병두 전 국회의원을 보면서 떠오른 생각도 바로 그것이었다. 이번 극단 창단은 단순한 문화 활동이 아니다. 그것은 한 인간이 자신의 두 번째 인생을 어떻게 설계하고 실천하는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민병두를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들은 먼저 정치인을 떠올린다. 그러나 그의 삶은 정치라는 한 단어로 설명하기에는 훨씬 다층적이고 입체적이다. 그는 학생 시절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운동권 청년이었고, 이후 언론인이 되어 시대를 기록했으며, 다시 정치권으로 들어가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그리고 이제는 문화예술의 세계에서 새로운 인생을 열어가고 있다. 겉으로 보면 서로 다른 길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중심에는 늘 사람과 사회, 그리고 공동체를 향한 관심이 흐르고 있다.
 
그의 청년기는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와 맞닿아 있다. 군사정권 시절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학생운동이 거세게 일어나던 시대였다. 자유롭게 말하는 것 자체가 위험이 되던 시절, 민주주의와 인권을 이야기하는 청년들은 때로 감옥에 가야 했고 때로는 미래를 담보로 저항해야 했다. 민병두 역시 그런 시대를 통과한 세대였다. 오늘날 민주주의는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당시 청년들에게 민주주의는 교과서 속 개념이 아니라 삶과 신념의 문제였다. 그 경험은 이후 그의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정신적 토대가 되었다.
 
그는 이후 언론인의 길을 선택했다. 문화일보 기자와 정치부장, 워싱턴 특파원을 지내면서 한국 정치와 국제정세를 가까이에서 취재했다. 기자는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다. 시대를 읽고 사람을 관찰하며 사건의 이면을 해석하는 사람이다. 정치인들의 말과 행동을 분석하고, 국가와 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그는 자연스럽게 전략적 사고를 익혔다. 훗날 정치권에 들어가 정책통, 전략가라는 평가를 받게 된 배경에도 기자 시절의 경험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정치권에 입문한 뒤 그는 여러 차례 국회의원을 지내며 정책과 전략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경제민주화와 서민금융, 가계부채 문제, 금융소비자 보호 등 생활경제와 직결된 의제에 관심을 기울였다. 국회 정무위원회 활동을 통해 금융시장의 건전성과 소비자 권익을 강조했고, 디지털 경제와 플랫폼 산업의 변화에도 꾸준히 관심을 보였다. 정치권 안에서는 늘 전략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선거를 앞두고는 판세를 읽는 능력이 뛰어났고, 정책을 설계할 때는 단기적 인기보다 중장기적 흐름을 보는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의 진짜 강점은 권력 그 자체보다 사람의 삶에 관심을 가졌다는 데 있었다.
 
정치는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그의 철학은 국회의원 배지를 내려놓은 뒤에도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넓은 형태로 확장되었다. 많은 정치인들이 퇴임 후 강연이나 자문 활동에 머무는 것과 달리 그는 새로운 분야에 과감히 도전했다.
 
대표적인 것이 시니어 모델 활동이다.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의아해했다. 그러나 민병두는 남의 시선을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그는 나이를 이유로 도전을 포기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노화라고 생각하는 사람에 가깝다. 시니어 모델 무대에 선다는 것은 단순히 옷을 입고 걷는 일이 아니다. 자신을 표현하고 삶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문화 활동이다. 그는 그 무대를 통해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그는 여러 시니어 패션 행사와 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노년의 새로운 삶을 몸소 실천했다. 고령화 사회가 빠르게 진행되는 대한민국에서 시니어 세대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모델을 제시한 셈이다. 은퇴 이후의 삶을 소비와 휴식의 시간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창조와 도전의 시간으로 바꾸려는 시도였다. 그의 시니어 모델 활동은 단순한 개인 취미가 아니라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인생은 정년과 함께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새로운 도전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민병두 전 의원 페이스북
[사진=민병두 전 의원 페이스북]

연극 무대에 대한 관심 역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는 이미 여러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하면서 무대와 관객의 힘을 경험했다. 정치가 제도를 바꾸는 힘이라면 예술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국회 연설이나 토론회가 이성에 호소한다면 연극은 감성과 기억에 호소한다. 그래서 그는 연극이라는 형식에 깊은 매력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여러 공연과 문화행사에 참여하며 무대 경험을 쌓아왔고, 결국 극단 창단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이번에 창단한 극단 금잔디의 첫 작품 《불온청춘》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군사정권 시절 강제징집 녹화공작이라는 아픈 현대사를 다룬 작품이다. 단순히 과거의 사건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청춘과 국가권력, 기억과 상처, 그리고 인간의 존엄을 이야기한다. 민주화운동 세대인 민병두에게 이 소재는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 시대를 통과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세대의 일원으로서 그는 그 기억을 예술의 언어로 복원하려는 것이다. 정치가 기록하는 역사와 예술이 기억하는 역사는 다르다. 그는 이제 정치인의 방식이 아니라 연극인의 방식으로 시대와 대화하고 있다.
 
여기에는 그의 신앙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민병두는 오랫동안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살아왔다. 천주교가 강조하는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체 정신은 그의 삶 곳곳에 스며 있다. 민주화운동 역시 인간의 존엄을 위한 것이었고, 언론 활동 역시 진실을 위한 것이었으며, 정치 활동 역시 공동체를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문화예술 활동 역시 결국 사람을 향해 있다. 직업은 여러 번 바뀌었지만 삶의 방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사람을 이야기하고,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노년의 삶에 대한 상상력이 부족하다. 은퇴 이후를 준비하는 방법은 이야기하지만, 은퇴 이후 어떻게 꿈을 꾸고 어떻게 다시 도전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민병두의 삶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는 단순히 성공한 정치인이 아니다. 인생 후반부를 새롭게 설계한 사람이다. 민주화운동가에서 언론인으로, 언론인에서 정치인으로, 정치인에서 시니어 모델로, 그리고 다시 연극인으로 이어지는 그의 여정은 끊임없는 변화와 도전의 역사다.
 
우리는 흔히 성공을 높은 자리와 큰 권한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인생의 진정한 성공은 어쩌면 새로운 꿈을 잃지 않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 민병두는 국회의원을 그만두었지만 삶을 멈추지 않았다. 정치의 무대를 떠났지만 도전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자신만의 두 번째 무대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무대 위에서 다시 청춘처럼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있다.
 
극단 금잔디의 창단은 단순한 문화 뉴스가 아니다. 그것은 한 인간의 아름다운 후반전 선언이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는 상투적인 말이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는 인생의 증언이다. 민주화를 꿈꾸던 청년이 언론인이 되었고, 언론인이 정치인이 되었으며, 정치인이 다시 예술가가 되어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있다. 그 길의 끝이 어디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가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민병두의 새로운 도전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그것은 한 개인의 성취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이기 때문이다. 인생은 끝까지 배우고, 끝까지 도전하고, 끝까지 꿈꾸는 사람의 것이라는 사실을 그는 자신의 삶으로 증명하고 있다.

 
사진민병두 전 의원 페이스북
[사진=민병두 전 의원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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