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말 30년간 유지되는 미국·사우디 원자력 협력 협정을 공식 승인했다. 사업 규모는 수백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과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22일 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다. 협정은 이후 미국 의회의 검토를 받게 된다.
이번 협정은 미국 기업이 사우디의 원자로와 원자력 인프라 건설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도록 설계됐다. 미국은 이를 통해 러시아와 중국의 사우디 원전 시장 진출도 차단한다는 구상이다.
최대 쟁점은 사우디 내 우라늄 농축 허용 여부다. 양국은 2년간 공동 연구를 진행해 사우디에서 우라늄을 농축하는 것이 상업적으로 타당한지 검토할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이 시설 건설과 운영에 관여하면 농축 우라늄의 군사적 전용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우디의 우라늄 농축이 허용될 경우 UAE와 튀르키예, 이집트 등 중동 국가들의 핵기술 확보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우디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강화된 사찰을 규정한 추가의정서 채택을 거부한 점도 논란거리다.
전 미 국무부 고위 관리인 로버트 아인혼은 "이번 협정은 미국 원자력 산업을 활성화하고 미·사우디 관계를 강화하는 한편 러시아와 중국의 전략적 진출을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우라늄 농축을 포함해 충분한 제약 장치가 없다면 중동과 그 밖의 지역에서 핵확산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헨리 소콜스키 비확산정책교육센터 소장은 "사우디가 가는 길을 UAE와 튀르키예, 이집트도 따라갈 것"이라며 "이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에 라이트 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번 협정은 미국에서 설계된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기술과 전문 인력을 활용하면서 가장 엄격한 원자력 안전과 비확산 기준을 준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협정은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조건으로 내걸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조 바이든 행정부의 구상과 차이가 있다. 미국이 이란에는 핵 프로그램 축소를 요구하면서 경쟁국인 사우디에는 우라늄 농축 가능성을 열어줬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다만 의회가 협정을 저지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WSJ은 협정을 막으려면 상·하원 공동결의안을 통과시켜야 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이를 무효화하기 위해 양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 의회는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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