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성의 현실중국] 대만에서 처음 등장한 통일 거버넌스 구상

대만의 군대 자료사진 사진EPA연합
대만의 군대 자료사진 [사진=EPA·연합]
대만에서 그동안 금기처럼 여겨졌던 질문이 공개적인 논쟁의 테이블에 올라왔다. 중국과 통일한다면 대만은 어떻게 통치할 것인가. 과감하게 화두를 던진 이는 대만 국립 창화(彰化)사범대학 리치쩌(李其澤) 부교수였다. 그는 지난달 29일부터 중국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렸다. 

리 교수의 출발점은 명확했다. 대만이 중국에 통합되는 상황을 가정한 뒤, 통일 이후에도 대만의 민주제도와 사법·경제 체제를 얼마나 보존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자는 것이다. 그는 이를 실제 통일을 주장하는 글이 아니라 '조건부 제도 스트레스 테스트'라고 규정했다. 

지난달 29일 게시한 글에서 리 교수는 상당히 구체적인 안을 제시했다. 중국 베이징 중앙정부가 행사하는 권한을 명확하게 열거하고 나머지 권한은 대만이 행사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직선제와 다당제를 유지하고, 대만 법원이 최종심을 맡으며, 기본권의 후퇴를 금지해야 한다. 

또 통일 초기에는 중국군을 주둔시키지 않고, 독자적인 조세·외환 제도도 유지한다. 외교권은 중앙으로 통합하더라도 대만의 해외 경제·문화 대표 기능과 국제기구 참여 공간은 남겨놓는다. 

특히 주목받은 것은 이른바 '네 개의 자물쇠'였다. ▲양안 간 평화통일·대만 고도자치 협의를 체결하고 ▲중국 헌법에 대만 관련 특별 조항을 두며 ▲전국인민대표대회가 '대만 기본법'을 제정하고 ▲대만 주민이 국민투표로 자치헌장을 승인하자는 것이다. 민주제도와 사법 최종심, 기본권을 축소하려면 ▲대만 입법기관의 절대다수 ▲대만 주민투표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승인을 모두 거쳐야 한다는 '세 개의 열쇠'도 제시했다. 

이 글은 중국 본토에서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1000여 개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일부 네티즌은 반론을 제기했다. '중앙 권한을 열거하고 나머지는 대만에 귀속한다'는 조항이 문제였다. 중국은 연방제가 아닌 단일제 국가인데 대만이 원래부터 중앙정부와 대등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대만이 통일 이후에도 외국과 군사적 관계를 유지하거나 정권 교체를 이유로 통일 합의를 뒤집을 가능성은 어떻게 막을 것이냐는 비판도 나왔다. 

리 교수는 두 번째 글을 올려 이를 상당 부분 받아들였다. 그는 중국이 단일제 국가라는 점을 명확히 인정하고, 대만의 고도자치권은 중국 헌법과 전국인민대표대회로부터 부여받는 것이라고 수정했다. 대신 자치권의 범위를 법률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만에서도 이 글은 화제가 됐다. 대만의 중시신문망은 리 교수의 글을 일곱 차례 전재·논평했다. 왕보(旺報)도 '양안이 통일 문제를 이성적으로 논의하는 것을 환영한다'는 취지의 사설을 실었다. 

이번 논의가 갖는 의미는 분명하다. 대만에서 정치권이 아니라 학계가, 그것도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사법 최종심과 조세권까지 짚는 구체적 제도 언어로 처음으로 통일 이후를 논의했다는 것이다. 이 통일 논의가 중국과 대만의 거대한 통일 담론의 단초가 될지, 아니면 대만인들의 외면을 받은 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지는 예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한 번 터져나온 목소리는 현실적인 수요가 존재하는 한, 또 다시 터져나올 수밖에 없다. 이번 논쟁은 그 의미가 적지 않다.


위클리 차이나 구독하기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