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청년 금융자산 격차 확대…투자 열풍에도 출발선 달랐다

  • 30세 미만 유가증권 보유액 10년 새 5배…자산 불평등은 18~24세 가장 커

  • 20대 NISA 계좌 보유 4명 중 1명…임금 격차에 시간·정보 부족도 걸림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에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금융자산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비과세 투자제도 확산과 주가 상승 속에 젊은 층의 평균 유가증권 보유액은 크게 늘었지만, 같은 세대 안에서 자산 격차는 더 벌어졌다. 임금 수준에 따라 투자에 쓸 수 있는 돈이 다른 데다 시간이나 정보가 부족해 투자를 시작하지 못하는 청년도 적지 않다. 젊을 때의 투자 여력 차이가 장기적인 자산 격차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총무성의 전국 가계구조조사에서 30세 미만의 평균 유가증권 보유액은 2014년 16만엔(약 140만원)에서 2024년 79만엔(약 690만원)으로 약 5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5년마다 전국 약 9만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된다.

그러나 평균 보유액이 늘었다고 청년층의 자산이 고르게 증가한 것은 아니었다. 금융자산 보유액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2024년 18~24세가 0.718로 모든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았고, 25~34세가 0.682로 뒤를 이었다.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격차가 크다는 뜻이다. 두 연령대의 지니계수는 2019년보다 각각 0.017, 0.005 높아졌다. 전체 연령층의 금융자산 지니계수도 같은 기간 0.664에서 0.678로 올랐다.

일본 가계의 금융자산은 2025년도 말 약 2400조엔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주식·투자신탁은 564조엔으로 전체의 23.6%를 차지했다. '버블기'로 불리는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과 맞먹는 비중이다. 일본 내각부는 경제재정백서에서 금융자산 증가의 주요인으로 주가 상승에 따른 평가익 확대를 꼽았다.

투자 여력을 좌우하는 소득부터 차이가 난다. 시장조사업체 데이코쿠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올해 4월 입사자의 월 초임이 25만엔 이상인 기업의 비율은 대기업이 30.0%였지만 중소기업은 17.0%에 그쳤다. 2024년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도 25~34세가 0.256으로 35~44세의 0.252보다 높았다. 근로연령층에서는 대체로 나이가 많을수록 소득 격차가 크지만, 이 두 연령대에서는 반대였다.

이 같은 투자 여력의 차이는 장기적인 자산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 닛케이는 금융자산 격차가 소득 격차보다 줄어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 전체 연령층의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2019년 0.288에서 2024년 0.286으로 소폭 낮아졌지만, 같은 기간 금융자산 격차는 오히려 확대됐다.

투자 수익에 세금을 매기지 않는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도 청년층에는 충분히 확산되지 못했다. 일본 금융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NISA 계좌는 약 2821만개로, 이 가운데 20대가 보유한 계좌는 약 337만개였다. 계좌 보유 비율은 20대 인구 4명 중 1명 수준으로, 30·40·50대가 각각 3명 중 1명인 것보다 낮았다.

계좌를 개설해도 실제로 금융상품을 매수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20대가 보유한 NISA 계좌 중 35.7%는 1년간 매수 실적이 없었다. 20대의 계좌 보유율이 26.4%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NISA로 금융상품을 매수한 사람은 20대 인구의 약 17%로 추산된다.

걸림돌은 돈만이 아니다. 닛케이 취재에 응한 도쿄의 20대 직장인은 연봉이 약 600만엔으로 투자 여력이 있지만 "가격 변동에 신경 쓰고 싶지 않고 금융상품을 차분히 알아볼 여유도 없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세존투신이 지난해 투자하지 않는 20~30대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도 어떤 상품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시간이 부족하거나 투자 공부에 지쳤다는 응답도 눈에 띄었다. 다이이치라이프 자산운용경제연구소의 테이 미사 주임연구원은 금융기관이 계좌 개설뿐 아니라 상품 선택과 적립식 투자 설정까지 도와 청년층이 투자를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더 많은 청년이 자산을 쌓게 하려면 투자제도 보급과 함께 소득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닛세이기초연구소의 노무라 아키히로 주임연구원은 닛케이에 세대 간 임금 격차가 줄어드는 가운데 자산 형성은 진전됐지만, 각 세대 안에서는 금융자산 격차가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같은 세대 안의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을 막으려면 "정규직·비정규직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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