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중국 동북3성 경제위기 탈출구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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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9-05-0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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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구유출 심각···'어두컴컴한' 동북3성

  • "프로젝트 하나 진행하는데 133개 허가받아야"···국유경제 '부작용'

  • 민간투자 유치 나선 랴오닝···지역경제 살아날까

중국 동북3성 헤이룽장성의 중소 석탄도시 허강. 이곳에서 단돈 1만6000위안(약 275만원)이면 46㎡짜리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소식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당 가격은 348위안이다. 누리꾼들은 ‘배춧값’ 아파트라고 불렀다. 중국 언론들은 이곳에 2만~3만 위안짜리 아파트가 널렸다고 전했다. 베이징 집값이 ㎡당 2만~3만 위안하는 것과 비교하면 천지차이다. 표면적으로는 집값 하락 문제처럼 보이는 '배춧값' 아파트 문제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석탄산업 몰락으로 지역경제가 침체돼 인구가 유출되자 빈집이 넘쳐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구유출 심각··· '어두컴컴한' 동북3성

허강은 중국의 대표적인 ‘축소도시(Shrinking city)’다.  축소도시란 도시 쇠퇴로 인구가 감소하면서 빈집 수가 증가해 '도시'로 분류하기 어려워진 도시를 일컫는 말이다. 허강의 전체 도시 면적은 광저우 2배 넓이인 1만5000㎢에 달하지만 인구 수는 2017년 말 기준 100만9000명에 불과하다. 2010년까지만 해도 105만8600명이었던 인구는 7년 새 5만명이 줄어든 것이다.

축소도시란 단어가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지난달 8일 발표한 문건에서 처음 언급됐을 정도로 중소도시의 인구감소는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특히 축소도시 대부분이 동북3성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동북3성 경제 침체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동북3성 인구 유출이 얼마나 심각한가는 각종 통계지표에서 드러난다. 중국 주택건설부가 2014~2017년 4년간 발표한 도시건설통계연감에 따르면 전국 666개 도시 중 3년 연속 상주인구가 감소한 도시는 모두 22곳이었으며, 이 중 70%가 넘는 16곳이 동북3성에 소재한 도시였다고 중국 차이징망은 최근 보도했다. 구체적으로 헤이룽장(6개), 지린(5개), 랴오닝(5개)이다. 이 중 랴오닝성 신민·잉커우·카이위안 3개 도시의 3년간 인구유출 비중은 15%가 넘었을 정도다. 

중국 칭화대학교 연구팀도 2013∼2016년 중국 3300여개 도시 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938개(28%) 도시에서 야간 조명강도가 약해진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들 도시는 축소 상태로 인구가 계속 유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결과에서도 축소도시는 동북3성에 집중돼 있었다.  

◆"프로젝트 하나 진행하는 데 133개 허가받아야"··· 국유경제 '부작용'

[자료=중국국가통계국]


인구 유출은 동북3성 지역 경제 침체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실 동북3성은 신중국 수립 이후 중공업 국유기업, 석유·석탄 등 풍부한 자원에 의존해 고속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산업 구조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며 경제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중국 지도부는 2003년 '동북3성 진흥계획'을 발표, 노후 중공업 기지를 재건하기 위해 각종 재정적 지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정부투자에 의존하던 성장방식이 한계에 달하면서, 결국 경제는 급속히 쇠락해갔다. 지난해 랴오닝·지린·헤이룽장성의 경제성장률은 4~5%대에 머물렀다. 중국 전국 평균 수준인 6.6%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민영경제 발전도 더딘 상황이다. 동방재부망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중국 증시에 신규 상장한 581개 기업 중 동북3성 출신 기업은 단 6개에 불과했다. 전체 신규 상장 기업 수의 1%밖에 안되는 것.  지난달 18일 기준, 중국증시에 상장된 기업은 모두 합쳐서 3605개인데, 이 중 동북3성 출신 기업도 고작 4% 남짓인 151개에 불과하다. 게다가 시가총액 1000억 위안(약 17조원)이 넘는 기업은 단 한개도 찾아볼 수 없다.

국유기업 중심으로 지역 경제가 돌아가다 보니 행정·관료주의가 만연해 민간투자도 저조했다. "중국에서 투자를 할 때는 산하이관을 넘으면 안 된다(投资不过山海关)”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산하이관은 허베이성 북동쪽에 위치한 만리장성 동쪽 끝 관문인데, 한 마디로 산하이관 너머의 동북3성 지역에 투자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그만큼 동북 3성은 중국에서 투자를 기피하는 곳이 됐다. 2014년 리커창 총리는 "동북지역의 한 건설프로젝트는 8개월 동안 133개 분야에서 허가를 받아야 했으며 아직도 허가사항이 12가지가 남았다"며 동북3성의 행정·관료주의를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중국 창업·혁신 열풍도 동북3성만큼은 비켜가는 듯 보인다. 최근 전국 곳곳에서 '상하이판 나스닥'이라 불리는 벤처 스타트업 기업 전용증시,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에 상장하려는 스타트업들의 신청이 이어지고 있지만 동북3성만큼은 예외다. 지난 4월 18일까지 커촹반 상장을 신청한 84개 기업 중에 동북3성 기업은 신광광뎬 단 하나에 불과했다.

◆민간투자 유치 나선 랴오닝··· 지역경제 살아날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9월 동북3성 시찰 당시 한 국유기업을 방문했다. [사진=신화통신][사진=신화통신]


동북3성 경제 위기론 속에 지난해 9월 말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동북3성 시찰에 나섰다. 당시 그는 현지 관료들을 불러놓고 '동북3성 진흥 좌담회'도 열었다. 시 주석은  국유기업의 지위와 역할이 매우 중요해 대체불가능하다고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민영기업을 위한 우수한 법치 환경과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 내용을 중국 국영중앙(CC)TV 저녁 7시 뉴스에서 20여분을 할애해 상세히 보도했을 정도다. 

최근엔 중국 지도부가 '동북진흥발전 전략' 초안을 새롭게 짜서 현재 각계 의견을 수렴 중으로,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는 보도가 지난달 25일 중국 관영 증권시보를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동북3성은 국유중심 경제에서 탈피해 민영경제를 적극 발전시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번루 지린대학교 경영대학원 부원장은 중국 경제일보를 통해 "관료주의·행정주의 등 동북3성엔 계획경제체제 그림자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며 "시장주체에 활력 불어넣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량치둥 랴오닝사회과학원 부원장도 민영경제를 발전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동북3성의 '맏형' 격인 랴오닝성은 지난해부터 대대적인 민간투자 유치에 발벗고 나선 상태다.  지난해 8월 29일 랴오닝성 선양에서 열린 ‘2018년 중국 500대 민영기업 회의’가 대표적이다. 이 자리에서는 민영기업 투자를 랴오닝성으로 유치하기 위한 각종 홍보 활동이 이어졌다.

또 랴오닝성은 민영경제 발전에 관한 의견, 금융기관의 민영기업 발전 지원 장려법 등도 줄줄이 발표했다. 지난해 말부터는 '프로젝트 집사(管家)' 제도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정부 부처에서 파견한 관료가 1대1로 투자 프로젝트 입안에서부터 건설·운영까지 모든 과정을 근거리 지원함으로써 민간기업들이 사업상 겪는 난제를 즉각 해결하고 행정효율 높이자는 취지에서 만든 것이다. 

덕분에 랴오닝성의 올 1분기 민간투자 증가율은 17.3%로, 지난해 7.7%에서 두 배 이상 뛰었다. 같은 기간 중국 전체 평균 민간투자 증가율(6.4%)도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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