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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품질 발전' 외친 시진핑...지방 당서기에 '박사' 전진 배치
올해 양회(兩會)에서 시진핑(習近平) 집권 3기 국정을 이끌 수뇌부 진용이 완성되면서 지방 후속 인사도 시작됐다. 특히 '지방 1인자'에 박사 출신의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를 전면 배치하고 있다. '고도의 질적 발전(高質量發展)'을 제창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의지가 담긴 것이란 해석이다. 양회 폐막 후속 지방인사···의학·농업·공학박사 중용 14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후난성·안후이성·하이난성 당서기를 각각 새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의학박사’ 선샤오밍(沈曉明·60)이 후난성 당서기, ‘농업박사’ 한쥔(韓俊·60)이 안후이성 당서기, ‘공학박자’ 펑페이(馮飛·61)가 하이난성 당서기를 맡는다. 세 사람 모두 각각 자기 전공인 의학·농업·공학 분야만 20~30년 가까이 판 전문가다. 중국 매일경제신문은 “'박사'라는 타이틀은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결단력 보여준다”며 지방 경제·사회의 고도의 질적 발전을 어떻게 이끌 것인지가 이들이 맡은 중책이라고 보도했다. 고도의 질적 발전은 올해 양회를 관통한 핵심 키워드다. 시진핑 주석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취임 연설에서 강국건설, 민족 부흥을 외치며 가장 먼저 언급한 것도 고도의 질적 발전이다. 그는 인재 육성, 혁신 발전, 과학기술의 자립 자주, 산업 구조조정, 도농간 균형 발전, 친환경 저탄소 발전, 경제의 효율적인 질적·합리적인 양적 성장을 통해 경제력, 과학 기술력, 종합 국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 지방정부들은 부자 동네, 가난한 동네 할 것 없이 각자 지역 특색에 맞게 혁신을 모색하며 고도의 질적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지방정부 인사에서 테크노크라트를 중용하는 배경이다. 중국 매일경제신문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중국 31개 성·직할시·자치구 지방 당서기 학력을 살펴보면, 박사 출신이 19명으로, 60% 이상을 차지한다. 전공 분야는 공학 박사가 8명으로 가장 많고, 경영(3명), 의학(2명), 이공(2명), 역사(1명), 경제(1명), 농업(1명), 법학(1명) 등이다. 전문성 살려 지역경제 '혁신 발전' 추구 기대 이번에 후난·안후이·하이난성 1인자로 발탁된 '박사'들의 이력도 화려하다. 선샤오밍 후난성 서기는 1963년 5월생으로 저장성 출신이다. 상하이 제2의과대를 졸업한 의학 박사 출신의 학자형 관료로, 20년 가까이 소아과 전문의로 활동하며 상하이교통대 부총장과 의학원 원장까지 지냈다. 그가 쓴 ‘중국인의 건강 개선’과 관련한 논문은 세계적인 의학저널 '란셋'에도 실렸다. 2008년부터 상하이에서 부시장, 푸둥신구 당서기,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 관리위원회 주임 등을 역임하다가 2016년 베이징 중앙정가로 옮겨 교육부 부부장을 맡았다. 2017년부터 하이난성으로 자리를 옮겨 하이난성 부서기, 성장, 당서기로 차례로 승진했다. 중국 지도부가 '자유무역항'으로 조성 중인 하이난성에서 보아오 러청 의료관광 시범구를 글로벌 의료 관광단지로 만드는 계획을 적극 추진했다. 한쥔 안후이성 서기는 지방 당서기 중 유일한 농업박사 출신이다. 신흥산업 발전을 적극 모색하는 중국 '농업대성(大省)' 안후이성 수장에 적합한 인물이란 평가다. 한 서기는 시베이농업대(현 시베이농임업과기대) 농업경제 박사를 졸업했다. 학창 시절 쓴 논문 한편으로 '중국 농촌개혁 대부' 두룬성 전 당중앙 농촌정책연구실 주임의 '총애'를 받았다. 중국 사회과학원, 국무원 산하 발전연구센터 등 중국 싱크탱크에 몸담으며 농촌 경제 이론과 정책 연구에만 매진했다. 20년째 농업 문제를 다루고 있는 당중앙의 1호 문건 작성에도 수년간 참여했다. '중국농촌 조사', '중국 현·향급 재정 및 농민 부담문제 연구', '중국신농촌건설조사' '중국 농민공 전략문제 연구' 등 저서도 냈다. 이후 경제·농업 문제 최고 정책 결정기관인 중앙재경영도소조와 중앙농촌공작영도소조 판공실에서 부주임을 맡아 중국 국가 5개년 계획 초안 작성에도 참여했다. 2년 반 가까이 농업농촌부 부부장을 역임하다가 2020년부터는 '농업대성' 지린성 성장에 부임해 처음으로 지방정부 행정 수장도 경험했다. 펑페이 하이난성 서기는 톈진대에서 전력 및 자동화 공정 학사, 석사, 박사를 졸업했다. 칭화대에서 전기공정 및 응용전자기술 방면에서 박사후 과정도 밟으며 에너지·자동차·철강 등 산업 경제 방면 연구에도 종사했다.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연구원으로 20년 넘게 몸담으며 산업 경제를 연구하다가 공업정보화부 부부장까지 올랐다. 2016년 저장성 부성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2020년부터 하이난성에서 부성장, 성장 등을 지내다가 이번에 당서기에 올라섰다. 과거 학계에 몸담을 당시 당중앙정치국원을 대상으로 에너지전략 및 전략적 신흥산업과 관련해 두 차례 강의했으며, 정계에 있을 때는 중국 서비스업 발전과 소비환경 개선에 관심을 기울였다. 펑 서기가 하이난성을 자유무역항으로 조성해 관광·면세는 물론, 의료·금융·우주개발·종자·신에너지 등 산업을 적극 육성하는 데 적극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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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넉달 만에 '플러스'…살아나는 中경제
중국 소비가 넉 달 만에 플러스로 전환하는 등 중국 경제가 지난해 말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속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2월 중국 소매판매액은 7조7067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1.8% 증가율을 웃도는 것으로, 이로써 중국 소비는 넉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내수 경기를 보여주는 소매판매 증가율은 지난해 10월(-0.5%), 11월(-5.9%), 12월(-1.8%) 등 석 달째 감소세를 보여왔다. 소비가 증가세로 전환한 것은 의약품, 식음료 소비가 증가한 덕분이다. 1~2월 의약품과 식음료 소비는 전년 동비 각각 19.3%, 9.2% 증가했다. 생산, 투자 등 지표도 일제히 호조세를 보였다. 기업 생산활동을 보여주는 산업생산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4% 늘며, 지난해 12월(1.3%) 증가율을 웃돌았다. 구체적으로 석탄 채굴, 석유·천연가스 생산액이 각각 5%, 4.2% 늘어났으며, 철도 선박 항공 등 운수설비와 전력기기 생산액이 9.7%, 13.9% 늘었다. 수출, 소비와 더불어 중국의 3대 경제 성장 엔진으로 평가되는 고정자산투자도 1~2월 누적 증가율이 5.5%로, 지난해 12월(5.1%) 수치를 뛰어넘었다. 같은 기간 부동산 개발 투자도 전년 동기 대비 5.7% 하락하며 10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지만, 지난해 1~12월 -10%를 기록한 것에서 낙폭은 크게 줄어든 수치다. 올 초부터 각 지방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인프라 투자를 서두르며 특수목적채권을 대폭 발행한 데 따른 결과다. 그럼에도 중국 경기 회복세가 아직 미약하다는 조짐은 곳곳서 포착됐다. 특히 소매판매의 경우, 1·2월 수치를 각각 살펴보면 ‘춘제(음력 설) 효과’가 사라진 2월 소비증가율이 1월보다 0.02%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 회복세가 지속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관측이다. 게다가 자동차와 통신장비(휴대폰 등) 소비는 각각 9.4%, 8.2% 감소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지난 한 해 중국의 도시 실업률도 5.6%를 기록하며 지난해 12월(5.5%)보다 악화했다. 중국 정부가 앞서 올해 정부 업무보고에서 목표로 한 실업률 경계선은 약 5.5%다. 특히 청년 실업률은 18.1%로,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앞서 발표된 올해 1~2월 수출과 수입도 전년 동기대비 각각 6.8%, 10.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국가통계국 대변인도 “중국 방역정책이 비교적 빠르고 안정적으로 전환하면서 경제가 안정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외부 환경이 더 복잡하고 수요 부진도 비교적 두드러져 경제 회복 기초가 아직 단단하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안정 속 성장을 추구하며 고도의 질적 발전을 추진하고 시장 자신감을 진작시켜 경기 회복세를 추진하고, 효율적인 질적 성장과 합리적인 양적 성장을 실현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경제가 새해 초부터 양호한 출발을 보이면서, 시진핑 집권 3기 첫해를 맞은 중국 지도부도 일단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중국 지도부는 대내외 불확실성 속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사상 최저치인 5% 안팎으로 보수적으로 잡고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은 자제할 것이란 신호를 보낸 바 있다. 리창 신임 총리는 앞서 13일 전인대 폐막식 기자회견에서 "올해 세계 경제가 낙관적이지 않고 불확실·불안정해 비교적 예측이 불가능하다"며 "올해 5% 성장률 목표 달성도 쉽지 않아 갑절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올 초 두 달여간 중국 경기 회복세가 감지된다며 중국 경제 전망에 대해 "풍랑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가면, 미래를 기대할 만하다(乘風破浪, 未來可期)"고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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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스페셜] '3·8 푸뉘제'를 축하합니다
“Happy women’s day(여성의 날을 축하합니다)!” 최근 중국 지방출장에서 만난 한 중국인 친구가 지난 8일 보낸 웨이신(위챗) 메시지다.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 한국에서는 크게 주목하지 않지만, 중국에서는 '3·8 푸뉘제(婦女節)'라 부르며, 노동절·청년절·아동절과 마찬가지로 주요 경축의 날로 친다. 징둥, 알리바바와 같은 인터넷쇼핑몰에서도 이를 '여신(女神)의 날'이라고 띄우며 여성들이 즐겨 구매하는 패션 의류·화장품·건강기능식품 등을 대폭 할인 판매한다. 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올해 여성의 날을 앞둔 6일 양회에 참석한 여성 대표·위원을 비롯해 전국 각계각층 여성들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며 “중국몽(중국꿈)은 중화민족의 꿈이자 중국 전체 여성의 꿈”이라고 말했다. '유리천장' 뚫는 여성 CEO·임원 늘었지만··· 중국 혁명 지도자 마오쩌둥도 ‘하늘의 절반은 여성이 떠받친다(女人半邊天)’고 말했을 정도로 중국은 공산주의 원칙에 따라 공식적으로 남녀평등을 외치며 여성 권리 확대를 위해 노력해왔다. 최근 중국 직장에서 여성의 영향력도 차츰 커지며 '유리천장'을 깨부수는 여성들도 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상장기업 내 여성 최고경영자(CEO) 비율이 2021년 말 기준 241명으로, 지난 10년간 3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여성 임원 수도 3배 가까이 늘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지수(MSCI)가 발표한 통계 수치에서도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 중국 본토에 소재한 상장기업 이사회에서 여성 임원 비중이 14.8%를 차지했다. 서구 국가의 25~46%보다는 훨씬 낮지만, 2020년 13%, 2021년 13.8%에서 차츰 증가세를 보이는 것이다. 중국 본토 상장회사 중 이사회에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회사 수도 2020년 27.4%에서 지난해 10월 25%로 소폭 낮아졌다. 이는 중국 여성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진 영향이 크다. FT에 따르면 2011~2020년까지 10년간 중국 대학에서 여대생 수는 약 50% 증가했다. 특히 여성 석사생 수는 갑절 이상으로 늘었다. 중국 출산율과 혼인율이 감소세를 보이는 점도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함을 뒷받침한다. 통계에 따르면 중국 신생아 수는 10년 전 1640만명에서 지난해 960만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혼인 건수도 같은 기간 5분의2로 줄었다. 아이를 늦게 낳으려는 사회적 분위기도 여성 커리어 향상에 한몫했다. 예를 들면 '애처가' 남편으로 유명한 상하이의 경우, 2022년 여성의 첫 아이 출산 연령은 약 31세로 2015년 29세에서 높아졌다. 결혼과 육아보다 경제적 독립과 직업적 성공을 중요시하는 도시 여성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일 vs 가정' 줄타기···불안한 현실 그럼에도 대다수 중국 여성들에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유리천장'을 뚫는 여성 CEO나 임원 수가 늘고는 있지만, 동시에 경력 단절 여성도 늘고 있는 게 대륙의 현실이다. FT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10년간 중국의 여성 노동 참여율은 63.8%에서 61.6%로 사상 최저치로 하락했다. 이처럼 상반된 통계 수치는 결국 중국에서 직업적 성공이냐 가정의 의무냐 양자택일을 해야만 하는 여성 전문직 근로자들의 불안한 현실을 보여준다고 FT는 진단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여전히 수많은 여성들은 일과 육아를 병행하다가 결국엔 일을 그만두는 사례가 빈번하다.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연한 데다가, 특히 중국은 육아 보육시설 인프라가 부족하고 직장 내 출산 육아 휴직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여성들이 직장 내 불리한 위치에 놓인 탓에 남녀 임금 격차도 늘고 있다. 중국 온라인 구인·구직사이트 보스즈핀(BOSS直聘)에 따르면 2018~2021년 4년간 도시 남성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여성 근로자보다 약 28% 높았다. 女인권법 개정, 기업문화 개선 노력도 직장 사회에서 여성 권익 보호가 여전히 취약하다는 것을 인식한 중국 정부도 지난 1년에 걸친 논의 끝에 여성인권보장법을 개정해 올 초부터 시행하고 있다. 1992년 첫 시행된 이 법은 2005년, 2018년에 이어 세 차례 개정됐다. 사회 각계 의견수렴 기간에 약 70만개 이상 의견이 올라왔을 정도로 법 개정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개정법은 직장과 사회에서 여성 권익을 보호하고 직장 내 성차별, 출산, 성희롱 등을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개정법에 따르면 고용주는 결혼, 임신, 육아 등을 이유로 승진을 보류하거나 임금을 삭감할 수 없도록 했다. 채용 과정에서도 여성 구직자가 결혼이나 자녀 등 차별적 질문에 대해선 답변을 거부할 수 있다. 위반할 경우 1만~5만 위안(약 1000만원)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중국 기업들도 여성들의 경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늑대 문화’로 불리는 군대식 경영으로 잘 알려진 화웨이도 그중 하나다. 지난 8일, 중국 하이테크 기업 화웨이가 ‘여성의 날’을 맞이해 개최한 ‘우먼 인 테크(Women In Tech, 기술 분야의 여성)’ 워크숍에 다녀왔다. 이날 워크숍에서는 IT 통신업계 여성 근로자들이 어떻게 하면 디지털 근무 환경 속에서 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지를 놓고 열띤 토론이 이뤄졌다. 화웨이 여성 직원뿐만 아니라 글로벌 매체, 여성 관련 NGO(비정부기구), 대학생 등이 참여했다. 화웨이는 이처럼 기술 분야에서 우수한 여성을 지원하기 위해 2020년 ‘우먼 인 테크’ 프로그램을 출범시켜 올해로 3년째 운영 중이다. 20년 이상 정보통신(ICT) 산업에 종사해 온 회사 내 여성 롤모델을 초청해 직장 생활 노하우를 공유함으로써 차세대 여성 리더를 키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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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양회 폐막] 강국건설 외친 習...경제 자신감 내비친 李
중국 최대의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11일간의 장정을 끝내고 13일 폐막했다. 이번 양회에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들의 만장일치로 국가주석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자신이 신뢰하는 참모를 수뇌부에 대거 전진 배치하고 당·정기구 개편을 통해 공산당은 물론 국정 전반에 대한 권력 기반을 더 공고히 다졌다. '강국건설·민족부흥' 8차례 외친 習 시진핑 주석을 중심으로 단결한 중국 지도부는 서구의 현대화 모델과 차별되는 중국식 현대화 모델로 미국 등 서방국과 체제 경쟁을 본격화하고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시 주석이 13일 오전 전인대 폐막식 취임 연설에서 ‘강국건설, 민족부흥’을 8차례 외친 배경이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21세기 중반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의 전면적 건설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추진하는 것은 전당과 전국 인민의 중심 임무”라며 '중국식 현대화' 건설을 가속화하고, 단결·분투·혁신해야 한다고 외쳤다. 이를 위해 시 주석이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이 고도의 질적 성장이다. 인재 육성, 혁신 발전, 과학기술의 자립 자주, 산업 구조조정, 도농간 균형 발전, 친환경 저탄소 발전, 경제의 질적·양적 성장을 통해 경제력, 과학 기술력, 종합 국력을 키워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또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실천하고 대만 통일 대업을 착실히 추진해야 한다며 "완전한 조국 통일 실현은 중국인의 공통된 염원이자 민족부흥의 의의"라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영도와 당 중앙의 집중적 통일 영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당의 단결과 통일은 강국 건설, 민족부흥의 강력한 보증"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인민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의 전면적 건설의 결정적 역량"이라고도 덧붙였다. 경제 자신감 보인 李···"풍랑 이겨내면 미래 밝아" 다만 올해 미국 등 서방국과 지정학적 갈등, 글로벌 수요 둔화 등으로 중국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다. 중국이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역대 최저치인 5% 수준으로 보수적으로 잡은 배경이다. 리창 신임 총리도 이날 전인대 폐막식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고도의 질적 성장'을 강조하며 경제 성장, 민영경제 위축, 인구 감소, 식량 안보, 농촌 발전 등 내부 모순과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올해 세계 경제가 낙관적이지 않고 불확실·불안정해 비교적 예측이 불가능하다"며 "올해 5% 성장률 목표 달성도 쉽지 않아 갑절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올 초 두 달여간 중국 경기 회복세가 감지된다며 중국 경제 전망에 대해 "풍랑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가면, 미래를 기대할 만하다(乘風破浪,未來可期)"고 자신감을 보였다. 리 총리는 "서민들은 국내총생산(GDP)에 집착하지 않고 주택·고용·소득·교육·의료·환경 등 '인민'의 민생 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며 '인민'의 민생 개선도 강조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중국 인구 감소 문제에 대해서는 “이제 인구의 총량뿐만 아니라 질량을 봐야 한다”며 “중국내 고등교육 인구는 2억4000만명, 신규 유입 노동력의 평균 교육 연령이 14년으로, 중국 인구 보너스는 실종되기는커녕, 인재 보너스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민영경제 지지···미·중 협력은 전도유망" 저장·장쑤·상하이 등 ‘민영경제 요람’에서 오래 근무한 그는 민영경제를 지원할 것임도 분명히 했다. 리 총리는 "지난해 사회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논란이 일어 민영 기업인의 우려를 자아냈다"며 "'민영·국유 양쪽 모두 확고히 고수한다(兩個毫不動搖)'는 점은 중국 경제의 기본 제도로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민영경제 발전 환경은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며, 기업인들이 우수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자신감을 갖길 바란다고 했다. 외자기업의 탈(脫) 중국 현상에 대해서도 그는 반박했다. 리 총리는 “내가 아는 바에 따르면 대다수 외자기업은 여전히 중국 내 사업 발전 전망을 밝게 본다”며 “중국은 여전히 글로벌 투자 고지(高地)”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외개방은 중국 기본 국정 정책으로, 외부형세가 어떻게 변하든 흔들림 없이 대외 개방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리 총리의 대미 메시지는 비교적 부드러웠다. 앞서 친강 신임 외교부장이 전인대 기자회견에서 미국을 맹비판한 것과 비교된다. 리 총리는 지난해 미·중 교역액이 760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을 정도로 미·중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일각의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 주장에 반박했다. 그는 "미·중 협력의 앞날은 밝고, 포위와 압박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며 미국을 향해 지난해 11월 미·중 양국 정상회담의 합의 사항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당시 시진핑 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중 관계 개선과 협력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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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양회 폐막] '강국건설·민족부흥' 8번 외친 시진핑
중국 최대의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11일간의 장정을 끝내고 13일 폐막했다. 이번 양회에서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의 만장일치로 국가주석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자신이 신뢰하는 참모를 대거 전진 배치하며 권력 기반을 더 공공히 다졌다. 대내외 불확실성 속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에 주력할 것이란 의지도 내비쳤다. 시진핑 주석은 13일 오전 전인대 폐막식에서 약 27분간 연설을 하며 ‘강국건설, 민족부흥’을 8차례 외쳤다. 이날 연설문은 약 1851자로, 2013년 3204자, 2018년 4854자와 비교해 훨씬 짧았다. 이날 약 27분간의 연설 중 7차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중국 국영중앙(CC)TV는 시 주석이 강국건설과 민족부흥이라는 중국 달성을 위한 중심임무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시진핑이 국가주석으로 처음 부임한 2013년 3월 연설에서 ‘중국꿈’을 외친 데 이어, 2연임에 성공한 2018년 3월 연설에서는 인민의 단결을 촉구하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 곧 인민의 바람임을 강조한 것의 연장선상이라는 것.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21세기 중반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의 전면적 건설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추진하는 것은 전당과 전국 인민의 중심 임무”라며 '중국식 현대화' 건설을 가속화하고, 단결·분투·혁신해야 한다고 외쳤다. 서구의 현대화 모델과 차별되는 중국식 현대화 모델로 미국 등 서방국가와의 체제 경쟁을 본격화하고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루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시 주석은 이를 위해 고도의 질적 발전을 강조했다. 인재 육성, 혁신 발전, 과학기술의 자립 자주, 산업 구조조정, 도농간 균형 발전, 친환경 저탄소 발전, 경제의 질적 양적 성장을 통해 경제력, 과학 기술력, 종합 국력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또 "완전한 조국 통일 실현은 중국인의 공통된 염원이자 민족부흥의 의의"라며,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국가, 두 체제)를 실천하고, 조국통일 대업을 착실히 추진해야 한다고도 했다. 양안(兩岸, 중국 본토와 대만) 관계의 평화로운 발전을 추진하고, 외부 세력 간섭과 대만 독립 분열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했다. 시 주석은 중국 공산당 영도와 당 중앙의 집중적 통일 영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당의 단결과 통일은 강국 건설, 민족부흥의 강력한 보증"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인민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의 전면적 건설의 결정적 역량"이라고도 덧붙였다. 한편 이날 전인대 폐막에 앞서 정부 업무보고 초안, 중화인민공화국 입법법 개정안 초안, 올해 예산안, 전인대 상무위원회 업무보고 초안, 최고인민법원 업무보고 초안, 최고인민검찰원 업무보고 초안 등이 차례로 통과됐다. 자오러지 전인대 상무위원장은 폐막을 선언하며 "시진핑 주석의 중요 연설을 전적으로 옹호·찬성한다”며 “연설은 인민의 입장을 담고, 역사의 자신감을 확립하고, 사명감을 드러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보여줘 전국 인민이 강국건설·민족부흥의 새로운 여정에서 분발하고 용감하게 전진하도록 격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진핑 주석이 만장일치로 국가주석과 중앙군사위 주석에 재선출된 것은 전체 전인대 대표의 공통된 의지이자, 전국 인민의 공통된 바람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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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증시 주간전망] SVB 파산 충격 속 경제지표에 쏠리는 눈
이번주(3월 13~17일) 중국 증시에서는 생산, 소비, 투자 등 주요 경제지표 발표가 예고된 가운데,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악재로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주 중국 증시는 중국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에서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역대 최저인 5% 안팎으로 제시하는 등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하락 마감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직전주보다 -2.95% 내려간 3230.08로 마감했다. 선전성분 지수와 창업판 지수 주간 낙폭도 각각 -3.45%, -2.15%에 달했다. 외국인도 매도세로 돌아섰다. 외국인은 후강퉁, 선강퉁을 통해 지난 한 주에만 105억9800만 위안어치 본토 주식을 순매도했다. 상하이와 선전증시에서 각각 38억8800만 위안, 67억1000만 위안어치씩이다. 이번주에는 중국 국가통계국이 15일 1~2월 소비, 생산 등 실물경제 지표를 발표한다. 중국은 1~2월 일주일간의 춘제(음력 설) 연휴로 통계 수치가 왜곡될 것을 감안해 매년 1~2월 일부 실물경제 지표를 합산해 3월에 발표한다. 이번 지표 발표로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 중국 경기 회복세를 가늠해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는 중국의 1~2월 소매판매 증가율을 3.3%로, 플러스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수 경기를 보여주는 소매판매 증가율은 지난해 10월(-0.5%), 11월(-5.9%), 12월(-1.8%) 등 석 달째 감소세를 보여왔다. 같은 기간 산업생산 증가율은 2.5%로, 지난해 12월(1.3%) 수치를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고정자산 투자 증가율도 지난해 12월 4%보다 높은 5%로 관측됐다. 중국 기준금리 조정의 잣대가 되는 정책자금 금리 변동 여부에도 눈길이 쏠린다. 15일 2000억 위안 규모의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만기가 도래하는데, 인민은행이 이를 어떻게 연장할 것인가가 관전 포인트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는 인민은행이 MLF 입찰금리를 전달과 동일한 2.75%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일각에선 입찰금리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만기 물량보다 더 많은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중국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의 한 축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당정기구 개혁, 국가 지도부 주요 인선 등을 마무리하고 13일 폐막한다. 폐막 후 중국 신임 총리로 선출된 리창 국무원 총리는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취임 일성을 밝힌다. 이를 통해 향후 올해 중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의 큰 물줄기를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번주 중국 증시에서 최대 변수는 미국 대출기관인 SVB금융그룹의 충격적 붕괴다. 이로 인해 가뜩이나 경기부양 실망감으로 움츠러든 투자심리가 더 위축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로이터에 따르면 수많은 중국 기술 스타트업이 SVB에 개설한 미국 계좌에 달러 자금을 넣어놓고 있었다. SVB 붕괴로 불안한 중국 고객 수백 명이 이미 중국 모바일 메신저 위챗에 단체대화방을 만들어 투자자 권익 보호에 나선 것으로도 알려졌다. 다만 SVB 파산 후폭풍은 중국 본토 주식보다는 역외 상장된 중국기업 주식에 더 큰 충격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한편 13일부터 외국인이 후강퉁·선강퉁을 통해 본토 증시에 투자할 수 있는 주식 종목 범위도 확대된다. 지난해 12월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와 홍콩증권선물위원회가 합의한 사항으로, 이로써 외국인이 상하이·선전증시에서 투자할 수 있는 종목이 기존보다 각각 598개, 436개씩 더 늘어나게 된다. 특히 이 중 새로 편입된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커촹반과 촹예반 종목은 각각 147개, 188개로, 신규 편입 종목의 약 3분의1에 달한다. 외국인에게 중국 본토에 상장된 성장 혁신형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선택지를 늘려줌으로써 더 많은 외국인 자금이 증시로 유입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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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中양회] '習충성파' 경제 사령탑 배치...실무팀 '깜짝' 유임
중국 시진핑 집권 3기 경제팀이 꾸려졌다. '시진핑 사단'인 리창 국무원 총리와 허리펑 부총리를 사령탑으로 구성된 경제팀의 최대 과제는 중국 경제의 안정적 회복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과의 갈등과 제재, 글로벌 수요 부진에 따른 수출 동력 약화 등 대외 불확실성이 만연한 가운데서다. 시진핑 3기 경제팀은 고도의 질적 성장을 내세워 내수 소비를 진작해 지속적인 성장동력으로 삼고,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추진하며 올해 목표로 한 5% 안팎의 안정적 성장률을 실현하는 데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習 충성파로 꾸린 '경제 사령탑' 특히 '시진핑의 경제책사' 류허의 뒤를 이어 경제금융 산업 분야를 책임질 것으로 예상되는 허리펑 부총리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17년 동안 푸젠성에서 시 주석과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어 '시진핑 사단’으로 분류되는 허 부총리는 중국 최고 지도부 중에서 경제를 가장 잘 아는 관료로 꼽힌다. 샤먼대 경제학 박사 출신인 허 부총리는 푸젠성 경제에서 70%를 차지하는 3대 경제도시인 취안저우, 푸저우, 샤먼에서 모두 수장을 지낸 것은 물론 톈진시 빈하이신구 경제개발 관리를 책임지는 등 경제 현장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2014년부터 거시경제 정책 총괄 부서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로 자리를 옮겨 고속도로·터널·교량 건설 등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 사업을 지휘했다. 시진핑 주석의 주요 정책인 일대일로와 징진지(京津冀, 베이징·톈진·허베이) 수도권 발전 사업, 중국의 5개년 발전계획에도 깊이 관여하는 등 중국 국내 경제 운영에 잔뼈가 굵었다. 부총리로 승진한 허리펑의 뒤를 이어 발개위 주임에 임명된 정산제 역시 경제 전문 관료다. 샤먼대 공상관리 석사 출신인 그는 시진핑이 총애하는 ‘개혁개방 첨병’인 푸젠성·저장성에서 오래 근무했다. 특히 푸젠성 샤먼에서 발개위 주임으로 근무하며 당시 샤먼시 당서기였던 허리펑 부총리와 수년간 함께 호흡을 맞췄다. 푸젠성 부성장, 저장성 닝보시 서기, 저장성 성장 등도 역임했다. 인민은행 총재 등 '유임' 이변···경제 '안정' 중시 이밖에 연임에 성공한 이강 인민은행 총재, 류쿤 재정부장, 왕원타오 상무부장 등도 시진핑 집권 3기 경제팀에 참여해 계속 통화·재정·무역 분야에서 중책을 맡는다. 특히 이 총재와 류 부장은 이번 양회에서 은퇴할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시진핑 집권 3기 경제팀에 '깜짝' 합류했다. 글로벌 경제 금융환경이 불확실한 데다가 내부적으로도 경제의 안정적 회복, 부동산 경기 침체, 지방정부 악성부채 등 과제가 산적한 만큼 이를 안정적으로 처리할 금융·재정 베테랑 관료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베이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미국 일리노이대 경제학 박사 출신의 이강 총재는 인민은행에서만 약 25년 근무했다. 샤먼대 재정금융학과를 졸업한 류쿤 부장도 재정 계통에서만 줄곧 몸담은 금융 엘리트 관료다. 블룸버그는 “이강 총재는 경기 회복을 위한 통화정책을 지원하는 한편,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안정적인 위안화 환율을 유지하고 부채가 쌓이는 것을 막아야 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여전히 수렁에 빠진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켜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고 보도했다. 류쿤 부장도 코로나19 충격으로 재정난에 빠진 지방정부 부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을 맡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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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中양회] '習 충복'으로 채워진 국무원 내각
시진핑 집권 3기 국정을 이끌 국무원 내각 수뇌부 진용이 완성됐다. ‘시진핑 사단’으로 불리는 리창 총리, 허리펑 부총리가 시진핑 집권 3기 경제팀을 진두지휘한다. 동시에 ‘은퇴’가 예상됐던 이강 인민은행 총재, 류쿤 재정부장 등이 유임되며 대내외 불확실성 속 경제 안정을 중시한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1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리창(李强) 총리가 제시한 국무원 인사안을 승인했다. 리창 총리는 전날 전체회의에서 중국 국무원 여덟 번째 총리로 선출됐다. 국무원 인선을 마친 전인대는 13일 오전 폐막한다. 인사안에 따르면 부총리 4명은 모두 새 얼굴로 바뀌었다.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인 딩쉐샹이 상무부총리를 맡고, 허리펑 전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주임과 함께 장궈칭 전 랴오닝성 서기와 류궈중 전 산시(陝西)성 서기가 부총리로 임명됐다. 특히 ‘시진핑 복심’ 허리펑은 중국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인민은행 당서기도 겸임할 것이란 외신 보도가 나오는 등 '시진핑 경제책사' 류허 전 부총리의 뒤를 이어 중국 경제·금융 사령탑을 맡을 것으로 유력시된다. 5명의 국무위원도 모두 물갈이됐다. 왕샤오훙(공안부장 겸임)·리상푸(국방부장 겸임)·우정룽(국무원 비서장 겸임)·선이친·친강(외교부장 겸임) 등이 새로 임명된 국무위원이다. '시진핑의 옛 부하'인 왕샤오훙 공안부장이 국무위원단에 이름을 올리며 군부·경찰도 시진핑 사단이 장악했다. 리상푸 국방부장은 2018년 러시아 불법 무기 구매 혐의로 중국 군부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제재를 받은 상장이다. 그의 국무위원 임명은 미·중간 군사적 관계에 불확실성을 더할 전망이다. 친강 외교부장도 석 달 만에 차관급에서 부장급, 국무위원급으로까지 승진했다. 그는 지난 7일 110분간 이어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작심한 듯 미국을 맹비판한 가운데 향후 미·중 간 긴장·갈등이 좀처럼 완화되긴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무원 장관급 인사 중에선 경제·과학 관련 부서의 수장들이 대체로 유임됐다. 특히 지난해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중앙위원회 명단에서 빠져 은퇴가 예상됐던 류쿤 재정부장과 이강 인민은행 총재가 ‘깜짝’ 유임됐다. 대내외 불확실성 속 중국 지도부가 투자자 신뢰를 높이고 안정적 기조 속 경제를 회복시키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외에도 왕원타오 상무부장, 왕즈강 과학기술부장, 마샤오웨이 국가위생위 주임, 천원칭 국가안전부장, 리샤오펑 교통운수부장 등이 유임됐다. 새로 임명된 각 부처 수장 중에선 중국 거시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발개위 주임에 임명된 정산제가 눈에 띈다. 그는 과거 푸젠성 샤먼에서 발개위 주임으로 근무하며 당시 샤먼시 당서기였던 허리펑 부총리와 손발을 맞춘 경험이 있다. 이번 국무원 기구 개편안에서 신설된 국가데이터국,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금융총국), 그리고 국무원 직속기구로 승격된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등 부처 수장 인선은 이날 발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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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中양회] '習복심' 리창 총리 선출…향후 과제는
'시진핑의 복심' 리창(李强)이 중국 국무원 총리로 11일 공식 선출되며 시진핑 집권 3기 지도부 인선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11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제4차 전체회의를 열어 리창을 총리로 선출했다. 이날 총리 선임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리창을 총리로 지명하고 전인대 대표가 표결로 결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선거 결과가 발표되자 리창 총리는 전날 국가주석에 재선출된 시진핑 주석과 악수를 나눴다. 이번 전인대를 끝으로 물러나는 전임 총리 리커창에게도 다가가 악수를 건넸다. 시진핑 주석도 리커창과 악수를 나누며 '고별인사'를 했다. 전날 국가주석, 국가부주석, 전인대 상무위원장,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 등을 선출한 중국 지도부는 사실상 신구 권력 교체를 마무리했다. 경제 살리기 '중책'···폐막 후 기자회견서 '취임일성' 리창은 지난해 10월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서열 2위로 최고지도부인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진입하면서 차기 총리직을 일찌감치 예약했다. 사실 부총리 경험이 없는 리창의 총리 발탁은 매우 이례적이다. 중앙 행정 경험이 전무한 중국 최초의 총리다. 전임자 리커창을 비롯해 원자바오, 주룽지, 리펑 등은 모두 부총리를 거쳐 총리에 오른 것과 비교된다. 하지만 동시에 중국 경제허브인 창장 삼각주의 상하이·저장·장쑤 지역에서 성장, 혹은 서기를 역임했던 중국 최초의 총리로, 그의 친기업적·친시장적 성향이 중국 민영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향후 중국 국무원 사령탑으로서 중국 경제를 이끌어 갈 리창 총리 앞에는 위드코로나 이후 중국 경제를 회복해야 하는 중책이 놓여 있다.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역대 최저치인 5% 안팎으로 보수적으로 설정했을 정도로 경제 위기감이 상당하다. 특히 최근 소비가 회복세 신호가 포착되긴 하지만 중국 경제성장 핵심 축인 수출이 글로벌 수요 둔화 속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지방정부 재정 악화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프라 투자를 늘리는 데도 제약이 있고, 부실채권 리스크도 만연한 상황이다. 리창 신임 총리는 오는 13일 전인대 폐막식 직후 열리는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취임일성을 밝힌다. 이를 통해 향후 올해 중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의 큰 물줄기를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習 비서 출신의 親기업 성향 총리···기대 반 우려 반 리창 신임 총리는 '중국의 유대인'으로 불리는 저장성 원저우 출신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저장성 당서기 재직 무렵 비서직을 맡았던 만큼, 시진핑의 저장성 인맥, 이른바 ‘즈장신쥔(之江新軍)’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리창이 상하이 서기로 재직할 당시 코로나 확산세 속 상하이를 두달간 봉쇄해 지역 경제가 마비됐음에도 시 주석은 그를 중용하며 차기 총리로 낙점했다. 그만큼 시 주석의 절대적 신뢰를 얻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이로 인해 리창이 시 주석의 지시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꼭두각시 총리가' 될 것이란 우려가 있지만, 시 주석이 자신이 신뢰하는 리창 총리의 친기업·친시장 정책에 힘을 실어줄 것이란 기대감도 동시에 나온다. 실제 중국이 지난해 말 3년간의 제로코로나 정책을 종료하고 개방에 박차를 가한 것도 리창이 끈기 있게 밀어붙인 덕분이라고 로이터 등 외신은 보도했다. 리창 총리는 저장성, 장쑤성, 상하이 등 장난(江南·양쯔강 이남 지역)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며 현지 요직을 두루 거쳤다. 민간 경제가 발달한 이곳서 오래 몸담은 만큼 경제 운용 경험이 풍부하고 융통적·개방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상하이 서기 재직 시절 '상하이판 나스닥’ 커촹반 출범, 미국 전기차기업 테슬라 공장 투자 유치 등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지도부의 빅테크 규제 속에서도 리창은 마윈 알리바바 창업주 등 인터넷 기업인들과 계속 소통을 유지하며 조율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리창의 지인들은 그가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거드름을 피우지 않으며, 정치보다는 경제와 발전을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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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中양회] "찬성 2952 반대 0" 시진핑 3연임 선출 '만장일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만장일치로 '3연임'에 성공했다. '시진핑의 칼잡이'로 불리는 자오러지(趙樂際) 전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에 만장일치로 선출되는 등 이날 국가부주석, 전인대 상무 부위원장·비서장 등이 사실상 만장일치로 선출됐다. 시 주석의 집권 3기 지도부는 이변 없이 충성파 일색으로 구성되며 1·2기때보다 더 강력한 권력 기반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2952명 만장일치···시진핑 3연임 국가주석 선출 중국 전인대는 10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제3차 전체회의를 열고 국가주석과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전인대 위원장, 국가부주석 등의 선출을 끝냈다. 시 주석은 2952명 전인대 대표의 만장일치로 국가주석과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으로 재선출됐다. 지난해 10월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총서기 연임에 성공한 만큼 이번 국가주석직 연임 표결은 요식 절차에 불과했다. 이날 시 주석의 재선출이 공표되자마자 전인대 대표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약 1분간 박수를 쳤다. 시 주석은 이날 선서에서 "중화인민공화국 헌법에 충성하고, 헌법의 권위를 수호하며 법적 의무를 다 할 것이다. 조국과 인민에 충성하며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이며, 청렴하고 정직하며 국민의 감독을 받아 조화롭고 아름다운 현대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13일 전인대 폐막식 때 3연임 취임 연설을 할 예정이다. 2012년 당 총서기 및 당 중앙군사위 주석에 등극하며 집권한 시 주석은 이듬해 국가주석으로 처음 선출됐고, 2018년 국가주석으로 재선출됐다. 이날 전인대 전체회의에서는 자오러지 전인대 상무위원장과 한정(韓正) 국가부주석도 마찬가지로 모두 2952명 전인대 대표의 만장일치로 선출됐다. 함께 표결에 부친 전인대 상무부위원장(13명)과 전인대 부비서장(1명) 중에서도 리훙중(반대 1표, 기권 1표) 상무부위원장을 제외하곤 모두 만장일치로 선출됐다. 시진핑 '충성파' 자오러지···전인대 수장 리잔수의 뒤를 이어 전인대 상무위원장에 발탁된 자오러지는 '시진핑의 정치적 고향'인 산시(陝西)성 시안이 본적으로, 시 주석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자오러지 당조부(堂祖父) 자오서우산(趙壽山)은 시진핑의 부친 시중쉰(習仲勋)과 국공내전에서 함께 싸운 전우로 잘 알려졌다. 자오러지는 과거 '빈곤지역' 칭하이성 성장 서기로 지내며 시닝(칭하이)~라싸(시짱)를 연결하는 칭짱철도를 개통하는 등 현지 경제 개발에 업적을 세웠다. 이후 그는 ‘시진핑의 고향’인 2007년 산시성 서기로 영전돼 그곳서 과거 부총리를 지낸 '시진핑 부친' 시중쉰의 기념관을 조성하는 등 시중쉰 업적을 드높이는 데 앞장 섰다. 덕분에 자오러지는 2012년 18차 당대회 때 중앙정치국원에 입성해 5년간 당중앙조직부장으로 당 조직과 인사를 장악했다. 중앙조직부장은 국장급 이상의 당정고위직, 중앙국유기업, 언론, 대학 등 중앙간부에 대한 인사를 총괄하는 핵심 요직 중의 핵심요직이다. 이어 2017년 당 서열 6위로 중앙상무위원으로 승진한 그는 왕치산의 뒤를 이어 '반부패 사령탑'인 당중앙기율위 서기를 맡아 시 주석의 ‘칼잡이’ 역할을 했다. 계파색 옅은 '실용주의자' 한정 국가부주석 국가부주석에 발탁된 한정 전 상무부총리는 향후 시진핑 주석을 도와 의전 외교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한정은 지난해 20차 당대회에서 연령 제한으로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물러났으나 지난 1월 열린 산둥성 인민대표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국가부주석에 내정될 것으로 예고됐다. 이는 2017년 정치국 상무위원 은퇴 후 이듬해 국가부주석에 취임한 왕치산의 사례를 이은 것이다. 게다가 시진핑 집권 3기 국가부주석의 위상은 과거보다 더 높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앞서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한정이 5일 전인대 개막식 당시 앉은 자리로 미뤄볼 때 당정 지도부 행사에서 시진핑·리창·자오러지·왕후닝에 이은 서열 5위 의전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왕치산은 상무위원 7인 다음으로 사실상 서열 8위 의전을 받았다. 상하이 시장·서기 등을 역임하며 상하이에서만 26년 넘게 공직생활을 한 한정은 상하이방, 공청단 등 여러 계파와 두루 인연을 맺으며 계파색이 옅고 실용주의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시진핑 집권 2기 서열 7위 상무부총리직을 맡았다. 홍콩 성도일보는 한정은 이미지가 좋고, 외교 경험이 풍부해 시 주석의 신임을 얻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정 부주석은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상하이에는 임시정부 청사가 소재해 있는 데다가, 한국기업들이 대거 진출한 만큼 과거 우리나라 정·재계 인사들과 자주 교류했다고 전해진다. 한편 국가 지도부 선출에 앞서 전인대는 이날 국가데이터국과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 신설을 골자로 하는 국무원 기구 개편안을 찬성 2951표, 반대 1표로 통과시켰다. 전인대는 11일엔 제4차 전체회의를 열고 국무원 총리, 중앙군사위 부주석, 국가감찰위 주임, 최고인민법원장, 최고인민감찰원장 등을 선출한다. 이어 12일 국무원 부총리, 국무위원, 각 부처 수장 및 인민은행 총재 등을 선출하고 13일 폐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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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스페셜] "외국인과 대화도 거뜬" 中실시간 통번역기 성능은?
“這次來兩會主要關註什麽話題? (이번 두 회의에서 주로 어떤 의제에 관심을 기울이십니까?)” “저는 중국 과학기술 발전에 관심이 많습니다(我對中國的科技發展很感興趣).” 중국 남방주말 기자가 번역기에 대고 중국어로 질문을 하자, 한국어로 통역된 문장이 낭랑한 음성과 함께 화면에 정확히 뜬다. 기자가 한국어로 답하자 역시 중국어로 통역된 답변이 흘러나온다. 중국 간판 인공지능(AI) 회사 커다쉰페이(科大訊飛, 영문명 아이플라이텍)의 실시간 통번역기 이야기다. 지난 4일 찾은 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 취재현장에서 직접 통번역기를 사용해봤다. "사자성어도 뚝딱" 파파고와 비교해보니··· 이날 양회에 온 소감과 주목하는 의제를 묻는 타국 매체 기자들과 대화는 통번역기를 통해 순조롭게 이뤄졌다. 서너 문장을 한꺼번에 말하거나 문장이 늘어지면 통역이 어긋날 때도 있지만, 오히려 이는 외국인의 흥미를 유발했다. 기자와 이야기를 나눈 한 외국인이 “코로나19에 걸렸다가 나았는데도 기침(Cough)이 계속 나온다”고 영어로 말하자, 기침을 커피(Coffee)로 통역해 웃음이 터져 나왔다. 기자회견에서 언급된 '새 관계(新關系)'가 '성 관계(性關系)'로 번역되는 오류도 있지만, 대체로 알아들을 수 있는 정도다. 물론 양회 기자회견장에서 대변인과 기자들의 질의응답은 문장이 긴 데다가, 잡음이 많고 마이크 음량이 작아 통번역기로는 한계가 있다. 노트북으로 온라인 생중계를 틀어 통번역기를 가까이 대자 실시간으로 통역음과 함께 화면에 문장이 뜬다. 앞뒤 문맥을 살펴가며 중간중간에 자동으로 교정도 된다. 통역 결과가 100% 완벽하지는 않지만 대략적으로 알아볼 수는 있다. 지난 7일 친강 중국 신임 외교부장이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朝變夕改(조령모개)', '花瓶充饑(그림의 떡)', '空中樓閣(사상누각)' 같은 중국 사자성어도 한국어로 정확히 통역됐다. 문서 자료 번역은 정확도가 더 높다. 5일 리커창 총리의 정부 업무보고 등 양회와 관련된 각종 문서 자료를 통번역기에 내장된 카메라로 촬영해봤다. 2~3초 만에 한 페이지 번역이 완료돼 화면에 뜬다. 중·한 번역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 네이버 파파고보다도 더 정확한 것 같다. 특히 외국인에게 어려운 중국어 띄어쓰기를 정확히 짚어내 문장이 쉽게 읽힌다. 흥미로운 점은 푸퉁화(중국어 표준말, 만다린)를 광둥화(캔토니스)는 물론 위구르족이나 티베트어로도 통역을 지원하는 것. 홍콩이나 신장자치구, 시짱 등에 여행을 가서 중국어로 말이 안 통할 때도 현지인과 수월하게 소통이 가능할 것 같다. 이 통번역기는 인터넷 접속 없이도 16종 언어에 대한 실시간 통역 기능을 지원한다. 컴퓨터에 소프트웨어를 다운받아 깔면 통역기 화면이 그대로 컴퓨터 화면으로도 연결돼 보여지니 외국인과 회의를 할 때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중국어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학습용으로도 쓸 만한 통번역기라는 생각이 든다. 커다쉰페이는 매년 양회 때마다 취재 편의를 위해 몇몇 외신 기자들에게 통번역기를 나눠준다고 한다. 지난해 베이징 동계 올림픽 때 공식 자동 통번역 기기 제공업체로 유일하게 선정돼 세계 각국서 온 외국인들이 언어장벽을 느끼지 않도록 실시간 통번역기를 공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習도 극찬한 中간판 AI 음성인식 기업 커다쉰페이는 중국 인공지능(AI) 음성인식 대표기업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졌다. 1999년 12월 안후이성 허페이에서 당시 대학생이었던 류칭펑(劉慶峰) 회장이 18명의 직원과 함께 설립했다. 2008년 5월 선전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커다쉰페이는 중국 증시에서 음성인식과 AI 분야의 유일한 상장사이기도 하다. 중국 내에서 순익을 내는 몇 안 되는 AI 기업 중 하나로, 중국 AI 음성인식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금융·의료·교육·교통·전력·스마트도시 등 각 분야로 AI 음성인식 기술 응용범위를 넓혀가는 중이다. 미국 상무부가 신장위구르자치구 이슬람 소수민족 인권 침해를 이유로 블랙리스트(제재 대상)에 올린 중국 대표 하이테크 기업 8곳 중 하나이기도 하다. 커다쉰페이의 고속 성장세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도 지대한 관심을 보인 바 있다. 시진핑 주석이 2016년 4월 안후이성에서 열린 과학기술전을 참관했을 때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이 커다쉰페이 부스다. 당시 시 주석은 커다쉰페이의 중국어 통번역 기기를 직접 체험하면서 "앞으로는 해외 어디든 갈 때 이것 하나만 손에 쥐고 있으면 문제없겠다"고 극찬했다. 리커창 총리는 2018년 7월 중국·중동부 유럽 국가 정상회의 일환으로 열린 산업전시회에 참석했을 당시 불가리아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직접 커다쉰페이 통역기에 대고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그는 이날 직접 현장에서 커다쉰페이 통역기를 구매해 불가리아 총리에게 선물로 증정했다. 류칭펑 회장···21년째 전인대 참석해 AI 화두로 다만 커다쉰페이는 지난해 실적 부진을 겪었다. 2012년부터 매년 달성했던 25% 매출 성장률 신화가 깨진 것. 커다쉰페이는 지난해 매출을 전년 대비 최고 10% 증가한 약 200억 위안으로 추정했다. 순익은 최고 70% 감소한 약 4억7000만 위안에 그칠 전망이다. 지난해 제로코로나 방역 속 각종 계약이 연기되고, 신제품 연구개발 등에 자금을 대거 투입한 게 순익 하락 배경이라고 커다쉰페이 측은 설명했다. 최근엔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한국·일본 시장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커다쉰페이는 지난달 28일 오는 2023년 일본 한국 시장에서 스마트 통번역기와 보이스펜 매출 약 30만개를 달성할 것이란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류칭펑 커다쉰페이 회장은 21년째 전인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중국 양회 대표에 마화텅 텐센트 회장, 리옌훙 바이두 회장 등 인터넷기업 총수들이 빠진 반면, 류칭펑 회장은 올해도 전인대 대표로 선출됐다. 중국 지도부의 커다쉰페이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류 회장은 줄곧 AI가 의료·양로·청소년 심리건강 등 사회·민생 분야에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관심을 가져왔다. 그는 올해 양회에서도 AI를 화두로 던졌다. 그는 "AI는 사회 실수요를 해결하는 데서 출발해 핵심 기술 확보와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며 "커다쉰페이는 장기적으로 산업이 AI 혜택을 어떻게 더 잘 누릴 수 있도록 하고, 모든 사람들의 'AI비서'가 되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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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분 기자회견' 친강 中외교부장, 미국에 경고장...韓은 '패스'
"미국의 대중정책은 완전히 이성적이고 건전한 궤도를 벗어났다." "미국이 제동을 걸지 않고 계속 잘못된 길로 가면 충돌과 대결에 빠질 수밖에 없다. 재앙적 결과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친강(秦剛) 신임 중국 외교부장이 미국을 향해 강경한 어조로 경고장을 날렸다. 주미대사를 역임하다가 지난해 말 외교부장으로 발탁된 친강이 7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처음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미국을 강력히 비판한 것. 1시간 50분 기자회견···美 40여 차례 언급하며 맹비판 약 1시간 50분에 걸친 기자회견에서 그는 '미국'을 40여 차례 언급했을 정도로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미국을 비판하고 견제했다. 친 부장은 "미국이 말하는 경쟁은 사실상 전방위적 억제와 탄압이며,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제로섬 게임"이라고 비판했다. 또 미국을 올림픽에서 반칙을 일삼는 선수에 비유하며 "올림픽 육상경기에서 늘 상대 선수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 심지어 상대 선수를 패럴림픽에 출전하게 만든다면 이는 공평한 경쟁이 아닌 악의적 대항"이라고도 꼬집었다. 친 부장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자유·개방을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패거리를 만들고, 각종 폐쇄적이고 배타적 울타리를 만들고, 지역 안보를 수호한다면서 실제로는 대항을 유발하고 아·태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획책한다"고도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을 향해 “제로섬의 냉전적 사고를 버리고 중국과 함께 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이익이 되는 중·미 관계의 올바른 길을 모색해 나가길 바란다"고도 전했다. "대만 문제는 핵심이익 중의 핵심···미·중 관계 레드라인" 대만 문제에 대한 질문이 나왔을 때는 미리 예상했다는 듯 준비한 중국 헌법을 들어보이며 대만은 중국 영토의 일부분이고, 조국 통일의 대업을 완수하는 것은 중국 인민의 신성한 의무'라는 중국 헌법 서문을 콕 짚어 말했다. 그러면서 "대만 문제는 중국 핵심이익 중의 핵심이자 중·미 관계의 정치적 기초 중의 기초로, 중·미 관계가 절대 넘어서는 안되는 첫번째 레드라인"임을 강조했다. 중국의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를 묻는 질문엔 "'덕에는 덕으로 보답하되, 공격에는 정당하게 응대하면 된다(以德報德, 以直報怨)'는 의미를 담은 공자의 말을 인용한 뒤 "중국 외교는 충분한 관대함과 선의로 이뤄지지만, 승냥이가 길을 막고, 굶주린 늑대가 습격해오면 중국 외교관은 반드시 늑대와 함께 춤을 추며 나라를 지켜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중국 외교부장의 기자회견은 매년 전인대 개최기간 정례적으로 이뤄지는 행사로, 중국의 외교기조를 대내외에 알리는 의미가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친 부장은 미·중 관계, 대만 문제 외에도 우크라이나 사태, 일대일로, 중동 정책, 중·러 관계, 중·일 관계 등을 포함해 총 14개의 질문에 답했다. 다만 한·중 관계와 북한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외교노장' 왕이와 손발···中외교 '이강(毅剛)' 체제 돌입 친 부장은 오는 12일 전인대 전체회의 표결을 거쳐 국무위원으로 선출될 것이 확실시된다. 석달 만에 차관급에서 국무위원급으로 두 단계 승진한 셈. 앞서 전임자인 왕이(王毅)가 2013년 외교부장으로 발탁된 후 5년 후인 2018년에야 비로소 국무위원으로 승진한 것과 비교된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그만큼 중국 지도부의 각별한 신임을 얻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친 부장은 전임자인 '외교노장' 왕이와 호흡을 맞추며 중국 외교를 이끌 전망이다. 지난해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정치국원에 입성한 왕이는 올해 1월 양제츠(楊潔篪)의 뒤를 이어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으로 승진했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왕이와 친강의 이름 뒷 글자를 각각 따서 "'이강(毅剛, 굳세고 강인하다는 뜻)' 조합은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을 돌파하는 한편, 동남아를 비롯한 주변국 국가와 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외교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친 부장은 외교부 대변인, 주영국 대사관 공사, 예빈사 사장(국장급), 부장조리(차관보급), 부부장(차관), 주미 대사직을 두루 거쳤다. 외국 순방에 나서는 시진핑 주석 등 중국 지도부를 가까이에서 보좌한 경험도 풍부하다. 다만 주미 대사로 근무하기 전까진 미국과 직접적 교류 경험이 없으며, 아직 외교 업무에 익숙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왕이는 2013년부터 10년간 외교부장을 역임한 외교 베테랑이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친강이 아직 전반적인 외교 업무에 익숙하지 않다며 당분간 이강 체제는 ‘노장’ 왕이가 ‘후임자’ 친강을 이끄는 이른바, “이로대신(以老带新·노장이 신참을 이끌다)’ 형태를 띨 것”이라고 관측했다. 사실 지난해 말부터 왕이는 유럽을 순방하고, 미국 국무장관과 회동하고, 러시아 대통령을 면담하는 등 미국·유럽·러시아 등 강대국 외교에 집중한 반면, 친강은 주로 동남아 등 주변국과 아프리카 등 개도국 외교에 주력하며 왕이와 역할 분담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국제관계대학원 리밍장 부교수는 연합조보에서 "중국의 외교 정책은 마오쩌둥 시대부터 고위층의 지도를 받아온 만큼, 외교관은 단순히 정책을 집행하는 역할에 불구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책 집행 차원에서 외교관들이 각국과 신뢰를 쌓고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하면 중국의 대외 관계에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