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창] 최종구·윤석헌 갈등설은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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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영 증권부 부장
입력 2018-12-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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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에 아홉은 모를 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 드물다는 얘기다. 최수현 전 금감원장은 4년 전쯤 금감원 집무실에서 만났을 때 이렇게 말했다. 시간이 꽤 흘렀지만 수첩에 적어 두었으니 가감은 크게 없을 것이다. 그는 이렇게 덧붙이기도 했다. "날마다 들여다보면 인지도가 얼마나 낮은지 알기 어렵지." 딱히 관련분야에서 일하지 않는다면 대개 차이를 모르겠다 싶었다.

당시 금융위와 금감원이 스스로 차이를 없앴다는 생각도 든다. '혼연일체'가 돼 한마음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뒤늦게 금감원 노조가 자조 섞인 말로 비판하기도 했다. 노조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내놓은 성명은 이랬다. "금융위는 금감원을 장악하려고 은행·보험·증권 부문 간 갈등을 이용했다. 승진이나 연수를 내세워 직원끼리 반목하게 만들었고, 결국 금융위 사무국에 협조하는 인물만 승진했다."

금감원이 안 보일 수밖에 없었고, 관련법령 취지는 무색해졌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출범하면서 총리령으로 금융위와 금감원을 분리했다. 한 사람이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을 겸임하는 것도 막았다. 정책기능과 집행기능을 나누어 독립성을 부여한 것이다. 이유는 금감원을 세운 목적을 보면 알 수 있다. 건전한 신용질서와 공정한 금융거래를 유지하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해 경제 발전을 돕는 것이 목적이다. 모두 정파나 사익에 따라 포기해서는 안 될 가치다.

'감시견'은 금감원 같은 감독기구에 붙는 별명이다. 위기가 닥치기 전에 경고해야 한다. 실제로는 금감원이 금융위에 종속되는 바람에 조선·해운업 부실화를 못 막았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뼈아픈 지적이다. 그래도 혼연일체 논란은 새 정부 들어 사라졌다. 이제는 금융위·금감원이 부딪치고 있다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신문에서 본 여러 제목을 발췌하면 이렇다. '금융위 들이받은 금감원', '눈살 찌푸리게 하는 파열음', '협력해도 부족한 판에', '정치권도 불편한 심기'처럼 제목만 읽어도 불안해질 정도다.

부딪칠 만하지는 않았을까. 갈등을 빚었다는 사안을 하나하나 들여다보자.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사고와 시중은행 대출금리 부당산정, 케이뱅크 특혜인가 의혹,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을 먼저 꼽을 수 있다. 이런 사안 가운데 금융위나 금감원 한 곳에 더 큰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도 있다고 치자. 그래도 한목소리를 내야 할까. 삼성바이오로직스 논란만 해도 그렇다. 금융위·금감원이 다른 목소리를 낸 덕에 늦게나마 잘못을 바로잡게 됐다는 평가도 있다. 물론 진위야 법정에서 가려지겠고, 회사에 잘못이 없다면 새로운 논란이 일 것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을 한 달 전쯤 만났다. 그는 갈등설에 대한 물음에 답을 망설였다. "한목소리만 낸다면 금융위·금감원을 나눌 이유도 없겠다." 이렇게 자문자답할 수밖에 없었다. 반대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갈등은 과한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바람직한 대응이라고 생각한다. 이견이야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지만, 국민을 상대로 '메시지 관리'에 실패했다는 지적은 막는 게 좋다. 최선을 다하고도 마지막에 나쁜 평가를 받게 마련이라 그렇다. 북·미 정상회담이 한 차례 불발됐을 때에도 바로 메시지 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었다.

'금융위 해체론' 역시 같은 이유에서 피하는 편이 낫다. 윤석헌 원장은 지금 자리에 오기 전 이를 주장했던 걸로 안다. 이제는 금감원 노조도 해체론을 꺼내 들었다. 금감원 예산권을 쥔 금융위가 경영평가 점수를 박하게 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더라도 지금은 해체론 자체가 논란만 키울 뿐 무리한 구상이다.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준비해 금융위와 금감원을 나누었다.

금융소비자나 기업이 금융당국에 큰 걸 바란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전직 금감원장은 금융위·금감원 차이를 대부분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해체론까지 들먹이면서 금융개혁을 논해 보아야 국민에게는 와닿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청와대처럼 '금융상황판'이라도 만들기를 권한다. 이제 성과를 하나씩 하나씩 보여주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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