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쇼크'에 '텐센트쇼크'까지…신흥국 증시 '약세장'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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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회 기자
입력 2018-08-1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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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키 리라화 폭락 이어 텐센트 실적 쇼크…中 성장둔화 우려 확산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신흥국 증시가 사실상 약세장에 돌입했다. '터키 쇼크'에 '텐센트 쇼크'가 맞물린 결과다. 시장에서는 터키 사태보다 중국 대표 인터넷 기업 가운데 하나인 텐센트의 실적 쇼크에 따른 충격파가 더 강력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15일(현지시간)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주요 신흥국 증시를 반영하는 MSCI신흥시장지수는 이날 1023.43으로 하루 만에 1.83% 추락했다. 전 고점인 지난 1월 26일의 1273.07에서 19.61% 떨어졌다. 통상 자산가격이 전 고점보다 20% 이상 하락하면 약세장에 진입한 것으로 본다. 시장에서는 신흥국 증시가 사실상 기술적인 약세장에 들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FTSE신흥시장지수 등 다른 신흥국 증시 대표지수는 이날 저점 기준으로 이미 1월 고점 대비 낙폭이 20%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신흥국 증시는 올해 내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24개 신흥국 증시를 대표하는 MSCI신흥시장지수는 주요 신흥국, 선진국 증시를 모두 아우른 MSCI전세계지수보다 올 들어 10% 넘게 뒤처졌다. 미국에서 비롯된 무역전쟁, 금리인상, 달러 강세 파문이 지속된 가운데 최근 터키 리라화 폭락사태가 직격탄을 날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텐센트가 발표한 형편없는 2분기 실적이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텐센트의 2분기 순이익은 178억6700만 위안(약 2조917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 감소했다. 이 회사의 순익이 줄기는 2005년 3분기 이후 약 13년 만에 처음이다. 말 그대로 '텐센트 쇼크'다. 텐센트는 MSCI신흥시장지수에서 단일 종목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텐센트 지분 31%를 보유한 남아프리카 미디어기업 내스퍼스도 MSCI신흥시장지수의 일원이라고 지적했다. 신흥시장 투자자들의 관심이 온통 터키에 쏠려 있는 것 같지만, '텐센트 쇼크'를 둘러싼 우려도 못지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텐센트의 부진은 신흥시장 대표주자인 중국 경제 전반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에서 텐센트 주가가 이날 6.7% 떨어지면서 연중 최저치로 밀린 가운데 바이두와 알리바바도 각각 1.3%, 1.6%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간판 기술기업인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는 영문 머리글자를 따 'BAT'라고 불린다. 미국의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과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BAT에 대한 최근 투매가 중국의 성장둔화, 미·중 무역전쟁을 둘러싼 우려를 방증하는 것이라고 본다. FT는 중국 상하이·선전증시의 우량주를 모은 CSI300지수가 올 들어 18% 추락하고, 달러 대비 역외 위안화 값이 이날 지난해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경제분석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이날 낸 보고서에서 중국의 경제지표가 최근 나빠졌다며 이는 무역갈등만큼이나 큰 위협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일련의 역풍이 중국의 성장둔화가 올해 내내 지속될 것임을 시사한다며, 이는 신흥시장 자산이 터키 사태와 무관하게 계속 고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신흥국들이 외환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 지난 10년간 '숙제'를 마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라고 전했다. 신흥시장 성장세에 급제동을 걸 전면적인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전보다 줄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통신은 투자자들이 시장 변동성에 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신흥시장이 터키 사태와 관계없이 내년까지 약세장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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