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바람바람바람' 발칙하고 도발적인 어른들의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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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8-04-05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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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람바람바람' 스틸컷[사진=NEW 제공]

롤러코스터 디자이너 석근(이성민 분)은 20여 년간 전 세계를 떠돌며 ‘바람’을 피워왔다. ‘바람’의 전설로 불리는 그는 은퇴 후 제주에 정착, 택시를 몰지만 그럼에도 바람기만큼은 여전하다. 반면 석근의 매제 봉수(신하균 분)는 그의 바람기에 혀를 내두르며 한심해하고, 석근은 ‘바람’이 결혼생활에 활력소가 될 것이라 조언한다. 그러던 중, 봉수는 우연히 석근이 작업 중이던 치명적 매력의 여성 제니(이엘 분)와 만난다. 제니의 등장에 석근의 잠잠하면 마음에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고, 제니 역시 봉수에게 관심을 보이며 상황은 점점 복잡하게 꼬여만 간다.

영화 ‘바람바람바람’은 ‘힘내세요 병헌 씨’, ‘스물’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린 이병헌 감독의 신작이다. 체코영화 ‘희망에 빠진 남자들’을 원작으로 어른들을 위한 치명적이고 발칙한 코미디를 완성시켰다.

영화는 이 감독이 각색에 참여한 ‘써니’, ‘과속 스캔들’, ‘타짜-신의 손’, ‘오늘의 연애’를 떠올리게 하는 차진 말맛이 돋보인다. 특유의 차진 말맛과 코미디 호흡, 독특한 리듬감은 이 감독의 인장. 특히 이 감독의 독특한 코미디 호흡·대사가 능글맞은 ‘어른’과 만나며 그 시너지는 배가 되었다는 평이다.

또한, 제주도와 부산을 오가며 로케이션을 마친 ‘바람바람바람’은 아름다운 영상미와 이국적 분위기로 ‘바람’의 공간을 이색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이 ‘공간’에 이색적인 감각을 더 하고 현실 감각을 누르는 건 ‘바람바람바람’에게 매우 중요한 일. 불륜이라는 위험 소재에 힘을 덜어 마치 우리와 거리가 먼 것 같은 인식을 준다. 나른한 분위기와 이국적 영상, 음악 등은 마치 우디 앨런 감독의 작품을 보듯 ‘어른들의 코미디’와 아이러니를 즐길 수 있도록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람바람바람’은 불륜 소재의 위험과 더불어 남성적 시선에 대한 우려에서 완전히 멀어질 수는 없다. 남성들의 성적 판타지 그 자체인 제니 캐릭터와 네 남녀의 환장할 결말은 원작의 힘을 빌리더라도 한국 관객들의 정서와 어울리지 않는다.

특히 제니 캐릭터는 당당하고 제 욕망을 드러내는 능동적 여성인 것처럼 비치지만 실상은 자신의 욕망보다 극 중 남성들의 ‘바람’에 의해 움직이는 남성들이 바라고 꿈꾸는 판타지의 결집체다. 남성 캐릭터들이 독특한 캐릭터와 귀여움으로 불륜 소재를 희석하는 반면, 여성 캐릭터들은 남성적 시선의 한계에 부딪혀 평면적 인물로 그려진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진다.

‘어른들의 코미디’를 내세운 만큼, ‘바람바람바람’은 발칙하고 도발적인 상황과 대사들은 ‘어른’ 관객들의 솔직한 웃음을 끌어낸다. 네 주연배우는 이병헌 감독 특유의 코미디와 호흡을 잘 소화해냈다. 다작으로 자칫 고루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던 배우 이성민과 신하균은 이번 작품으로 이제껏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이미지와 리듬감을 선보인다. 송지효와 이엘 역시 맡은 바 임무를 톡톡히 해냈다. 오늘(5일) 개봉하는 ‘바람바람바람’은 러닝타임 100분, 관람 등급은 청소년관람 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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