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산 앞둔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통신비 인하 '겉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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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위수 기자
입력 2018-02-1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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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명동우체국에서 제8차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가 진행됐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가 오는 22일 제 9차 회의를 끝으로 해산한다. 장기적 통신비 인하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100일간 협의회를 운영했지만, 협의된 사안이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1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협의회는 마지막 회의에서 지난 100여 일간 논의한 내용에 대해 정리하며 마무리된다. 협의회는 학계·시민단체·업계·관련 부처 관계자 20명으로 구성됐으며, 지난해 11월10일 출범했다.

협의회는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했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마련한 통신비 인하 방안 중 하나로, 이해관계자들의 첨예한 대립각이 나타나는 사안에 대해 장기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구성한 사회적 논의기구다.

그동안 협의회에서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어르신 통신요금 1만1000원 추가 감면 △월 2만원대 요금으로 데이터 2기가바이트(GB)·음성 200분 제공하는 보편요금제와 이와 연계된 기본료 폐지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덮인 통신비 인하 이슈

휴대폰 단말기와 이동통신서비스를 분리해 판매하도록 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지난해 9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의 관련 법안 발의를 시작으로 통신시장 ‘폭풍의 눈’으로 자리 잡았다.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단말기 출고가를 낮추는 효과를 불러올 수 있어 가계통신비 경감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유력한 통신비 인하 방안으로 관심이 집중됐다.

일부 관계자들은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떠오르며 통신요금 인하에 대한 논의가 사라졌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제1호 안건으로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상정한 것이 다소 여론에 휩쓸린 결정이었다는 비판도 나타나고 있다. 회의 기간은 100일로 한정돼있는데,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했느냐는 지적이다.

한 통신정책 전문가는 “애초에 기본료 폐지, 보편 요금제 등 국정자문기획위원회에서 시간이 부족해 논의하지 못한 내용에 대해 머리를 맞대기 위해 구성된 것이 협의회”라며 “완전자급제가 첫 번째 주제로 선정된 것에 대해 의아했다”고 전했다.

이어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해 논의가 필요했다고 해도 시뮬레이션, 여론조사, 시장구조의 변화에 대한 검토 등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네 번의 회의로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한 네 차례 회의 끝에 협의회는 ‘자율적인 자급제 확대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지만,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있는 만큼 논의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에는 단말기 완전자급제와 관련해 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 외에도 박홍근 의원(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단말기 완전자급제 이슈가 다수의 의원에 의해 다뤄졌고, 정부가 제시한 정책은 아니었지만 가장 긴급한 현안이었다”고 설명했다.

◆의견차이만 확인한 보편요금제 논의···"아프게 생각"

보편요금제에 대한 논의 역시 예상대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네 차례 걸쳐 회의를 진행했지만 확인한 것은 이해관계자들 간의 극명한 입장차이 뿐이었다.

이통3사는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이라는 점, 5세대 이동통신(5G) 투자 여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근거로 보편요금제 도입에 결사반대하고 있다. 알뜰폰 업계 역시 이통사에 보편요금제 출시가 의무화되면 가격경쟁력 상실로 인한 가입자 이탈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정부와 시민단체 측은 시장 자율경쟁으로 통신요금이 내려가지 않으니 보편요금제 도입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시민단체 측에서는 기본료 폐지의 대안으로 보편요금제를 도입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2GB보다 많은 양의 데이터를 제공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이통3사의 완강한 반대에 지난 9일 개최된 8차 회의에서 회의에 참석한 시민단체 대표들이 회의 중 항의표시로 퇴장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날 협의회에서 입장차이를 끝내 좁히지 못했다는 지적에 전성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국장은 “아프게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보편요금제 관련 의견은 좁혀지지 않았지만, 정부는 오는 6월까지 보편요금제를 시장지배적사업자(SK텔레콤)에게 의무적으로 도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법안은 제출 전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의 문턱을 넘어야 하며, 제출 후에는 국회의 입법절차도 거쳐야 한다. 한 여당 관계자는 “규개위를 통과한다고 해도 야당의 동의를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합의 전제하지 않은 협의체···역할은 했다는 평가도

협의회를 향해 제구실을 못했다는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절반의 성과는 달성했다는 시각도 있다. 어르신 요금감면 등에는 어느정도 합의가 이뤄졌으며, 간극을 좁히지는 못했지만 단말기 완전자급제 자율 활성화, 보편요금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정부, 국회 등에 목소리를 전달하기 힘든 시민단체의 의견이 공식적인 채널로 모아졌다는 데도 의의가 있다는 평가다.

협의회에서 나온 내용들은 보고서로 작성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워낙 첨예한 사안들이 대부분이라 협의회가 출발할 때도 합의에 이르기는 어려웠다고 전제했었던 만큼 기본적인 역할은 했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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