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말뚝밖기' 출발부터 삐끗...작업공백ㆍ보상 '가시밭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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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길 기자
입력 2017-07-13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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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수원 이사회, 노조반발로 무산

13일 오후 한수원 경주 본사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결정을 내릴 이사진 중 비상임 이사들이 본관 진입을 시도하다 노조에 막히고 있다. [연합]

노승길 기자 = 그간 찬성과 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서며 정치권 쟁점으로까지 번진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이 속도를 더하고 있다. 그러나 공론화 과정에서 오히려 사회적 갈등만 키운 꼴이 됐다.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사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최종 중단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 데다 신한울 3·4호기, 천지 1·2호기 공사 역시 멈춘 상태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일시중단하고,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시민 배심원단이 완전 중단 여부를 판단하도록 결정했다. 

그러나 13일 신고리 원자력 발전소 5·6호기 공사 일시중단 결정을 위해 한국수력원자력 경주 본사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사회가 노조 반발로 끝내 무산됐다.

이에 따라 신고리 5·6호기 공사현장의 작업 공백도 길어질 전망이다. 공식적으로 공사중단이 결정되진 않았지만, 현재 신고리 5·6호기 현장은 시설 유지와 안전을 위한 기본적인 작업만 진행되는 상황이다.

행정적으로 중단 조치는 없지만, 실질적으로 공사가 중단된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론화 진행도 예상된다. 하지만 이 경우 별도 보상에 대한 논의도 필요한 상황이다.

새 정부 들어 건설 중단이 논의되거나 보류된 원전은 모두 6기다. 신고리 5·6호기가 건설 여부 공론화 과정이 추진 중인 것과 함께 건설 준비단계인 신한울 3·4호기, 천지 1·2호기는 사실상 중단이 확정됐다. 

한수원은 최근 천지 1·2호기의 환경영향평가 용역을 중단했다. 당초 올해 9월까지 1년간 진행될 예정이었던 환경영향평가 용역을 지난달 중단시킨 것이다.

용역 중단 이유는 신고리 5·6호기 공사 추진의 공론화 진행 등 정부가 탈원전 정책 강행이 꼽힌다.

이미 공정률이 30%에 육박하는 신고리 5·6호기마저 거센 반발에도 밀어붙이는 판국에 이제 막 시작된 천지 1·2호기의 공사를 더 이상 진행하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한수원은 이런 이유로 지난 5월 신한울 3·4호기의 종합설계용역도 중단했다.

문제는 이들 6기의 총 설비용량이 8600MW로, 현재 가동 중인 원전 전체 용량(2만2529MW)의 38.2%에 달한다는 점이다.

아직 짓지 않은 원전이어서 당장의 전력수급에는 영향이 없으나, 중장기적 전력수급계획에는 포함된 수치여서 이들 원전을 빠지는 자리를 대체전력이 채울 수 있어야 한다.

2015년 7월 확정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5∼2029)'에 따르면 신고리 5호기는 2021년, 6호기는 2022년부터 전기를 공급할 예정이다.

경북 영덕군에 들어설 천지 1·2호기는 각각 2026년 12월과 2027년 12월에 준공될 예정이었다.

정부와 여당은 여유전력이 있어 전력수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전력수요가 과거와 달리, 앞으로는 큰 폭으로 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힘을 더하고 있다.

민간 자문가 그룹으로 구성된 '(전력)수요 전망 워킹그룹'은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회의를 열고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년) 관련 전력수요 전망치를 공개했다.

이날 발표된 안의 골자는 2년 전 예측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5~2029년)보다 전력 수요 전망치가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이날 회의 후 가진 브리핑에서 "2030년 전력수요는 7차 계획 대비 11.3GW(113.2GW→101.9GW)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기존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전력 생산설비가 확충되는 만큼, 이처럼 전력수요 전망이 크게 감소하게 되면 추가 설비 확충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게 돼 노후 전력설비도 어느 정도 여유를 갖고 폐쇄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로서는 전력수급 불안 우려에 대한 숨통이 트이는 것은 물론, 원전이나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여나갈 여지를 갖게 됐다.

그럼에도 전력수급이 불안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전력수요 감소에도, 전기료 인상 등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은 여전히 문제로 남아 갈등의 소지를 키운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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