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개혁] <1> 청와대 폐쇄구조부터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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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2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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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위적 밀실 구조의 청와대 공간부터 개혁

<전문>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으로 헌정 사상 최초 파면 대통령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극은 권위주의 시대 산물인 제왕적 리더십에서 비롯됐다.

‘승자독식’, ‘무소불위’ 대통령의 제왕적 리더십을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청와대부터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상명하달·일방통행식 불통의 한 원인인 청와대 폐쇄구조를 바꾸고,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대통령 인사권 축소와 책임총리제 구현 등이 제시되기도 한다. 이 밖에 투명한 국정과 국민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청와대의 대 언론 시스템도 재정립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적폐 청산’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국민의 바람을 담아 차기 정부의 청와대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청와대 본관 앞 정경 [사진공동취재단]



아주경제 주진 기자 =​‘구중궁궐’. 서울 종로구 세종로 1번지 청와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의혹이 말해주듯, 청와대는 밀실과 폐쇄의 공간이자 불통과 권위주의의 상징이 돼 버렸다.

정치권과 각당 대선주자들은 청와대의 폐쇄구조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통 리더십과 헌정 유린의 한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구조 개혁을 외치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을 비서실이나 정부청사로 옮겨 소통을 강화하고 보좌 조직의 군살을 빼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대통령 1인을 위한 공간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위압적인 구조로 돼 있다. 우선 대통령 집무실이 위치한 본관, 대통령 생활공간인 관저, 보좌·비서진이 근무하는 비서동(위민1·2·3관), 취재진이 상주하는 춘추관 등이 모두 떨어져 있다. 본관과 비서동 직선거리는 500m로 도보로는 15분, 차로는 5분 소요된다. 관저에서 비서동 직선거리는 600m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서면보고서를 들고 집무실까지 "자전거를 타거나 뛰어가서 전달하곤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본관 대통령 집무실의 경우 출입문에서 책상까지 거리가 15m나 된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모 부처 장관이 대통령 대면보고를 한 뒤 뒷걸음질해 나오다가 넘어졌다는 얘기는 두고두고 회자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거의 청와대 참모진, 장관들과 대면보고를 갖지 않고 전화 통화로 보고를 받았다. 박 대통령은 별다른 일정이 없으면 본관으로 출근을 하지 않았다. 조윤선 전 정무수석은 대통령과 독대를 한 번도 못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본관 전체 면적은 25평대 주거공간의 100배인 8476㎡(약 2564평)로 대통령 1인 공간이나 다름없다. 본관 안에는 집무실과 부속실, 수석비서관회의가 주로 열리는 집현실, 외빈 접견실 등이 배치돼 있고, 본관 서쪽 별채엔 국무회의 등이 열리는 세종실, 동쪽 별채엔 중규모 오찬·만찬이 열리는 충무실이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3년 취임한 뒤 본관에 도착해 “기수(김기수 수행실장)야, 사무실에 어떻게 가노?”라고 물은 일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취임식 뒤 집무실을 처음 보고 “테니스 쳐도 되겠구만”이라고 말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비서실장이 근무하는 위민1관에도 대통령 집무실이 마련돼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진=청와대]



반면 참모들이 일하는 위민관은 2004년 지어진 1관을 제외하면 각각 1969년(2관), 1972년(3관) 준공된 노후 건물인 데다 인원 대비 면적이 좁아 업무 효율성을 저해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 전문가는 “대통령이 부르면 들릴 수 있는 거리에서 왔다 갔다 할 수 있어야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미국 백악관 내 대통령 집무공간인 웨스트윙에는 부통령실, 비서실장실, 대변인실, 선임고문실, 국토안보보좌관실이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붙어 있다.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Oval Office)에서 뜰인 로즈가든으로 나가면 참모진 모두와 만날 수 있는 개방형 구조다. 영국 총리 집무실과 관저가 있는 런던 다우닝가 10번지는 총리실 그 자체다. 3층에 총리 관저가 있고 2층에 국무회의장이 있으며 옆 건물인 11번지에 재무장관 집무실이 있다. 두 건물은 연결돼 있다. 일본의 총리 관저에도 관방장관실·비서관실이 있고, 인근에 각 부처가 밀집해 면밀히 소통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각 당 대선주자들은 집권하면 폐쇄적 청와대를 개방형 청와대로 바꿔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앞다퉈 공약을 내걸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로 옮기고 청와대는 일반 시민에게 개방하겠다고 약속했다.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24시간을 모두 공개하는 것도 문 전 대표의 공약이다.

남경필 경기지사와 안희정 충남지사는 수도 이전을 통해 청와대·국회를 아예 세종시로 옮기자고 주장하고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현재의 청와대를 유지하되 집무실을 언론인·전문가 등을 모시고 경청하는 소통의 공간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대통령과 참모들 간 물리적·심리적 거리를 좁힐 수 있도록 개방적인 구조로 바꾸고, 비대해진 청와대 조직을 내실 있게 슬림화하는 등 청와대를 전면적으로 개조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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